“저는 무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외국인이라서 이렇게 몰아붙이는 겁니까. 재판장님”

제주지방법원장과 제주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책임 떠넘기기 논란의 당사자인 중국인이 법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며 구금 상태에서 벗어나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왕정옥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미등록 외국인(불법체류자) A(43)씨를 상대로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측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12월 무사증으로 제주에 들어왔다. 이후 체류기한을 넘겨 서귀포시에서 미등록 외국인 상태로 일용직 생활을 하고 있었다.

A씨는 2019년 12월24일 거주지에서 성관계 요구를 거부하는 중국인 여성 B(44)씨를 주먹과 발로 폭행하고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한 혐의로 올해 1월20일 구속기소 됐다.

피해 여성은 경찰과 검찰조사를 받고 진술조서까지 작성했지만 재판을 앞둔 올해 3월7일 돌연 중국으로 떠났다. 당시 제주는 코로나19로 중국인들이 대거 출국길에 오르던 시점이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상황에서 심문 없이 검찰 진술서만으로는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고 형사소송법상 예외사항에 해당하지도 않는다며 7월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고 석방됐다. 절차에 따라 A씨는 강제출국 절차를 밟게 되지만 검찰은 출국정지를 신청하고 항소했다.

결국 A씨는 석방직후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다시 보호되는 사실상의 구금상태에 들어갔다. 출입국관리법 제51조에 따라 도주 등의 우려가 있는 경우 외국인을 보호시설에 가둘 수 있다.

보호시설은 일선경찰서의 유치장과 비슷한 공간이다. A씨는 이날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직원들에게 이끌려 수갑을 찬 상태로 법정에 들어섰다.

A씨는 “나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벌써 10개월째 구금 상태로 자유도 없다. 이렇게까지 몰아붙여야 하나. 외국인이라서 이렇게 하는 것이냐”며 불만을 쏟아냈다.

검찰은 이에 “기소 사건으로 재판이 여전히 진행 중인 만큼 절차가 종결되기 전까지 보호조치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항소심에 와서야 (증인 소환을 위한)국제형사사법공조 요청을 했다. 답변을 받는데 최소 4개월이 걸린다. 그 기간 피고인은 구금 상태가 된다”며 난감해 했다.

결국 검찰은 피고인의 동의하에 증인(피해자)에 대한 수사기관의 진술조서를 토대로 재판부에서 유·무죄를 판단해 줄 것을 제안했다.

재판부가 이에 피고인을 향해 피해자의 진술조서를 근거로 두 사람 진술의 신빙성을 따져볼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정작 A씨는 무죄를 주장하며 구금에 대한 억울함만 재차 강조했다.

대화가 진척되지 않자 재판부는 변호인의 협조를 요청하고 10월28일 다시 재판을 열기로 했다. 공판이 끝나자 A씨는 다시 수갑이 채워진 채로 제주출입국·외국인청 보호시설로 향했다.

앞서 13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창한 제주지방법원장과 박찬호 제주지방검찰청 검사장은 A씨 사건에 대해 상대 기관을 탓하며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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