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6차산업人] (15) 6차산업에 뛰어든 인생 2막 ‘폴개협동조합’ 강명실·장기철 부부

제주 농업농촌을 중심으로 한 1차산업 현장과 2·3차산업의 융합을 통한 제주6차산업은 지역경제의 새로운 대안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창의와 혁신으로 무장해 변화를 이뤄내고 있는 제주의 농촌융복합 기업가들은 척박한 환경의 지역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드인 제주(Made in Jeju)’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주역들입니다. 아직은 영세한 제주6차산업 생태계가 튼튼히 뿌리 내릴수 있도록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기획연재로 전합니다. [편집자 글]
제주 6차산업 선두에서 많은 기업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강명실, 장기철 부부. 해녀의 꾸중을 듣고 더불어 사는 인생 2막을 펼치고 있다. 사진=폴개협동조합.
제주 6차산업 선두에서 많은 기업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강명실(사진 왼쪽), 장기철 씨 부부. “아직 놀 나이가 아니다"라는 해녀의 꾸중을 듣고 의미있게 더불어 사는 인생 2막을 펼치고 있다. 

“제주에서 1년간 살아보자는 생각으로 내려와 종일 놀기만 하니 어느 날 물질하러 나가는 해녀 할머니께서 ‘어린 놈이 벌써 놀고 있다’라고 꾸중하셨어요. 아직은 놀때가 아니라는 거죠. 아차 싶었죠. 그때 ‘그래 적어도 30년은 더 살 텐데 생산적인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그렇게 인생 2막을 제주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제주 1년살이로 머물던 마을에서 해녀 할머니께서 하신 꾸중을 듣고 놀기만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폴개협동조합 강명실(58, 이사)·장기철(58, 대표) 부부. 감귤·블루베리 농장을 운영하며 다양한 체험 활동을 통해 제주를 알리고 있는 6차산업인이다. 

30여 년 동안 수도권에서 교육자의 삶을 살아온 부부는 귀농을 결심하고 제주로 내려옴과 동시에 가장 잘하는 일로 인생2막을 펼쳐야겠다고 생각했다. 6차산업과 사회적기업 등 교육을 받고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된 것.

귀농인들이 모여 만들어진 폴개협동조합은 부부의 역량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교육농장을 운영 중이다. 농사와 함께 교육농장을 통해 퇴직을 앞두고 귀농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귀농인의 삶 이야기를 들려주고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6차산업과 더불어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아 귀농인의 자립을 돕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강명실 폴개협동조합 이사를 [제주의소리]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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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산업을 통해 새로운 인생 2막을 펼치고 있는 강명실 폴개협동조합 이사. 교육활동을 통해 다른 농가의 자립과 발전을 돕고, 체험활동을 통해 아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선사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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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가치를 담은 활동을 통해 6차산업 인증과 제주도, 서귀포시를 비롯한 표창을 받았다. ⓒ제주의소리

폴개협동조합의 ‘폴개’는 강명실·장기철 부부가 2015년 처음 제주에 내려와 정착한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리의 옛 지명이다. 태흥리는 과거 ‘폴개’ 또는 ‘벌포리’라고 불렸다. 더불어 ‘폴개’ 발음은 ‘폴게’로도 들리는데, ‘팔다’라는 뜻의 제주어 ‘폴다’와 어미 ‘-게’가 붙어 ‘(물건 등을) 팔자’라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이름에 담긴 뜻처럼 부부는 조합원의 다양한 물건이 폴개협동조합을 통해 꾸준히 팔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를 통해 조합원이 자립할 수 있도록 성장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 더불어 지역 농가와의 협업을 통해 농산물을 팔아주는 등 지역사회를 위해 솔선수범이다. 

강명실 이사는 “귀농을 생각하고 내려온 사람들이 할 일을 찾지 못하거나 실패해서 다시 올라가면 제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만 남지 않겠나”라고 되묻고는 “그런 사람들에게 폴개가 든든한 실험장이 돼 다양한 시도를 돕고 생존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제공해 아름다운 제주를 함께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폴개협동조합은 올해 지역사회공헌형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될 만큼 6차산업 활동에 가치를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취약계층이나 노인을 고용하는 등 일자리를 만들어내 조합원 12명과 직원 10명이 함께 조합을 일구고 있다.

구성원들의 노력 덕분에 조합은 2018년 ‘6차산업 인증업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국가인증 스타팜’, 2019년 ‘농림축산식품부 GAP(우수관리인증)’, ‘제주사회적경제 성장지원사업자’, 2020년 ‘제주형 사회적농업 사업자’, ‘사회적기업 인증’ 등 성과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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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 케이크 만들기 체험을 통해 개성과 창의력이 담긴 케이크를 만들고 있는 아이들. 사진=폴개협동조합.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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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 농장에서 수확체험을 하고 있는 아이들 모습. 사진=폴개협동조합. ⓒ제주의소리

폴개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체험 프로그램 역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야외활동을 맘 놓고 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촉감놀이를 통해 창의성을 키워줄 수 있는  ‘폴개네 과일비누 만들기’ 키트는 제주서 유일하게 한국농어촌공사 농촌융복합산업 체험꾸러미 상품에 선정돼 전국 유치원 곳곳에 납품되기도 했다. 

쓰고 버리는 일반 클레이점토와 다르게 옥수수 전분으로 만들어져 친환경적인 데다 비누로 사용할 수 있어 위생이 중요한 시기에 적절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위생과 놀이 활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더불어 블루베리와 감귤 농장을 유기농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어 시기에 맞는 수확, 블루베리 케이크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도 진행한다. 학교로 직접 찾아가 체험 활동을 진행하기도 하며 농업과 6차산업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알려준다고 했다.

강 이사는 블루베리 체험에 대해 “블루베리를 판매하려고 경매를 보내니 소비자가의 반도 안 되는 금액으로 판매됐다. 이럴 바에 제주도 블루베리 실컷 먹이기 운동 같은 체험을 통해 아이들에게 경험을 쌓게 해주는 일이 생산적이라 생각해 블루베리와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블루베리의 경우 스치기만 해도 떨어져 낙과 피해가 발생하는 탓에 대부분 농장이 체험을 꺼린다. 그래서 고민이 많았지만 방문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행복한 미소를 보고 과감히 결정, 지금은 효자 상품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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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실 이사의 교육이 이뤄지는 감귤농장 안 교육공간.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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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개협동조합 '폴개네 과일비누' 키트. 사진=폴개협동조합. ⓒ제주의소리

부부의 결단 덕분에 폴개협동조합은 네이버와 한국공항공사가 지원하는 ‘슬기로운 공정여행’에 선정돼 오감만족 과일비누 만들기를 비롯한 다양한 체험 활동을 저렴한 가격에 많은 아이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폴개협동조합은 감귤밭에 있던 폐창고를 교육공간으로 리모델링 해 6차산업을 비롯한 다양한 강연과 체험활동을 펼치고 있다. 성공적인 귀농과 안정적인 6차산업 경영체 운영을 위한 강연을 통해 남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노하우를 알려주는 것.

강 이사는 “제주만큼 6차산업을 하기 좋은 도시도 없다. 천혜의 자연을 가지고 있는 제주를 방문하는 사람이 많은 덕분에 체험을 포함한 좋은 프로그램만 있다면 꿈을 펼치기 좋다”며 “더군다나 다른 지역보다 시장이 작아 조금만 열심히 하면 전국으로 진출해 제주를 알리기도 쉽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귀농을 꿈꾸는 분들이 제주로 왔다가 마땅한 일을 찾지 못하거나 실패해 다시 올라가는 분들이 많다. 그렇게 되면 제주 이미지도 나빠질 것”이라면서 “제주 이미지도 좋게 만듦과 동시에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 폴개협동조합이 인큐베이팅 역할을 도맡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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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개협동조합에서 판매하는 벌꿀과 벌화분. 사진=폴개협동조합.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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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개협동조합에서 판매하는 감귤즙. 사진=폴개협동조합. ⓒ제주의소리

최근 네이버 해피빈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조합원이 생산하는 꿀과 화분 판매를 시작하고는 목표치를 훨씬 넘긴 약 700%를 달성하는 인기를 끌기도 했다. 꿀을 생산하는 조합원이 자립할 수 있도록 폴개협동조합이 함께 길을 걷는 것.

강 이사는 말하는 내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6차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버려지는 비상품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해 농가소득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력이나 자본 등 문제로 스스로 해내기 쉽지 않은 탓에 다양한 기관을 통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강 이사는 “1차산업인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6차산업센터 등 다양한 기관이 도와주고 있으니 잘 찾아야 한다”면서 “본인의 영역을 제대로 마련하고 잘 해나갔으면 좋겠다.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지역에 기여하면 더 좋은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농가의 고충을 알고 먼저 나서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강명실 이사와 장기철 대표. 제주 농가의 살길을 찾고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기꺼이 인큐베이터가 되겠다는 그들의 성장이 기대된다.

폴개협동조합
감귤농장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원님서로 326번길 38-51(남원리)
블루베리농장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원님로 465-24(신흥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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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개협동조합은 스마트팜을 통해 미래 농촌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소개시켜주기위해 '식물공장'을 준비하고 있다. 수경재배를 통해 식물을 키워내고 있는 모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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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개협동조합 강명실 교육농장 전경.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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