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연합-제주의소리 공동기획] 제주도 해안사구 이야기(11) 중문 해안사구

제주의 자연생태계 중에서 무관심과 보전의 사각지대에 오랫동안 놓여있었던 곳이 있다. 바로 해안사구이다. 해양생태계의 시작점이자 끝 지점이면서도 연안 습지로 인정받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육지로도 인정받지 못한 곳. 그야말로 중간지대에 있는 곳이라 할만하다. 그렇다 보니 제주의 해안사구는 전국에서도 가장 많이 훼손되었다. 국립생태원의 2017년도 보고서에 의하면 제주도 해안사구의 82.4%가 사라졌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 때문에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올해부터 도내 해안사구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결과를 정리해 오는 12월까지 매월 2차례씩 총 16회에 걸쳐 도내 해안사구의 가치와 관리실태에 관한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거북이는 우리 민족과 매우 친근한 동물이다. 고구려신화에서 주몽을 위기에서 구해준 거북이 이야기, 별주부전 등 여러 설화나 전래동화에 거북이가 등장한다. 이러다 보니 우리의 의식 속에 거북이는 친근한 동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자라, 남생이, 붉은귀거북 등을 제외한 대다수의 거북이류는 바다에 살고 있다. 그래서 보통 거북이라고 부르는 것은 대부분 바다거북을 말한다. 

중문 해안사구
▲ 푸른바다거북(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거북은 파충류 가운데 아주 오랜 옛날부터 살았던 동물이다. 지구에 거북이 처음 등장한 시기는 2억 년 전 중생대였다. 그러니까 당시에 거북은 공룡과 함께 이 땅 위에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6600만 년 전 운석 충돌과 함께 새를 뺀 모든 공룡이 멸종한 대재앙을 피해 살아남았다. 공룡은 멸종했지만, 거북이는 살아남았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할 수 있다.

거북이는 느림사의 대명사로 우리의 인식 속에 박혀 있지만, 땅에서는 느릴 뿐 바다에서는 매우 빠르다. 바다거북은 열대와 아열대 바다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전 세계 바다를 헤엄쳐 다니며 산다. 새끼 거북에게 젖을 먹이고 먹이를 주기 위해 수천 km를 이동한다. 

그런데 바다거북은 육지에 올라오는 일이 별로 없다. 인간과 마주칠 일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알을 낳을 때만 모래 해변으로 오기 때문이다. 연어나 은어처럼 거북에게도 GPS 급 능력이 있어 대양을 헤집고 다니다가도 자신이 알을 낳은 모래밭이나 인근 해변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대부분의 바다거북은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관리하는 멸종위기종이다. 전 세계 거북 356종 가운데 멸종 위기에 놓여 있거나 최근 멸종한 종은 약 61%에 이른다. 거북은 포유류, 조류, 어류, 그리고 세계적으로 경각심을 모으는 양서류보다도 더 큰 위협에 놓여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환경문제 때문이다. 먼저, 바다거북이 알을 낳는 전 세계의 모래 해변이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이들이 알을 낳을 수 있는 공간이 매우 부족하게 되었다. 

중문 해안사구
▲ 2018년, 코스타리카 연안에서 발견된 올리브바다거북. 당시 코에 빨대가 꽂힌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사진 출처 : KBS 뉴스)

일례로 지난 3월, 코로나 19사태로 출입이 통제된 인도의 한 해변에 바다거북 80만 마리가 나타났다. 코로나 19로 사람들이 멀어지자, 바다거북들이 자신의 습성대로 태어났던 곳에 알을 낳으러 온 것이다. 그만큼 바다거북에게는 모래 해변이 그들의 종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공간인 것이다.

또 하나는 모래 해변에서 부화해서 바다로 나간다 한들 바닷속의 환경오염과 수많은 쓰레기 때문에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거북은 해파리류를 좋아하는데 바닷속의 수많은 비닐봉지, 스티로폼,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여 먹는다. 

거북이가 스티로폼 등을 많이 먹으면 잠수를 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바닷속으로 잠수를 못 하여 죽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바다거북의 사체를 부검해보면 온갖 비닐봉지와 플라스틱류 등 인간이 버린 쓰레기들이 배를 가득 채우고 있다. 

그래서 바다거북은 지구환경의 지표종(특정 지역의 환경상태를 측정하는 척도로 이용되는 생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육지와 해양 모두 그렇다. 바다거북들이 쓰레기를 많이 먹고 죽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육지에서 배출하는 쓰레기가 많기 때문이다. 해양의 경우에도 바다거북의 산란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것은 전 세계의 수많은 모래 해변이 개발되고 상업지화 되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물론, 바다거북만을 위해 인간의 상업행위 자체를 중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인간에 의한 개발과 상업 행위가 뭇 생명에게 위해를 가하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제대로 인식하고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결국 지구환경의 지표종인 바다거북이가 살 수 없는 곳이 되면 인류도 살기 위험한 곳이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인류가 살기 위해서도 이들과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 모래는 절벽을 넘지 못하고 : 도내 유일한 상승 사구가 형성된 중문 해안사구

중문 해안사구
▲ 중문 해수욕장. 사빈(모래 해변) 뒤로는 해안절벽에 막혀 높은 해안사구가 만들어졌다. (출처 : daum 지도 캡처)

중문 해안사구가 있는 중문 색달해수욕장은(이하 중문 해수욕장) 중문 관광단지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중문 해수욕장의 해안선은 해안 단애(해안절벽)의 주상절리 해안으로서 모래 해변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자아낸다. 그러다 보니 중문 해수욕장 바로 위와 주변에는 호텔과 골프장 등이 밀집해있다. 

이 중문 해수욕장은 해수욕장 지정 이전부터 주민들이 ‘진모살’이라 불러왔던 곳이다. ‘진’은 ‘긴’의 제주어이고 ‘모살’은 모래이므로 긴 모래 해안이라는 뜻이다. 진모살 바로 옆에는 좁은 모래 해안을 뜻하는 ‘조른 모살’이 있다. 

주상절리는 진모살과 조른 모살에 걸쳐 계속 이어져 있다. 이 진모살과 조른 모살에는 옛날부터 비단모시조개가 많이 잡혔다고 한다. 하지만 관광지로 개발된 이후부터는 찾기 힘들다. 

중문 해수욕장에도 해안사구가 형성되어있다. 그런데 중문 해안사구는 도내의 여타 사구와는 형태가 다르다. 사구 높이가 도내 어떤 사구보다도 훨씬 높다. 그것은 사빈에서 날린 모래가 병풍 같은 주상절리에 막혀 절벽 아래로 사구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경사도가 매우 큰 사구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런 형태를 ‘상승 사구’라고 한다. 아마 도내 유일의 상승 사구가 아닐까 한다.

그러다 보니 폭이 좁은 해안사구가 형성되었다. 기울기가 높은 사구 지역은 식생이 빈약하지만 나지막한 사구에는 상록활엽수림이 형성되어있어 해수욕장 이용객들과 호텔 이용객들의 산책코스로 활용되고 있다. 중문 해안사구는 높은 경사도 때문에 옛날에 모레 썰매를 탔던 장소이기도 하다.

중문 해안사구
▲ 상승 사구의 구조(출처 : 국립생태원). 중문 해안사구의 경우 산이 아닌 해안 단애(절벽)에 의해 모래가 상승 사구를 만든 형태이다.

중문 모래 해변의 모래를 돋보기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흰색, 노란색, 검은색, 반짝이는 색 등 다양한 모래 구성을 볼 수 있다. 흰색과 노란색은 조개 같은 패각류의 껍데기가 부서진 것이고 검은색은 현무암이 부서진 것이며 반짝이는 색은 사장석이 산산이 부서지며 형성된 것이다.

오랜 시간을 거치며 파도에 의해 부서지며 모래로 된 것이다. 모래 구성만 봐도 다른 도외지역의 해안사구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문 해안사구는 모래가 절벽을 넘지못하여 절벽 아래에만 좁은 사구가 형성되었다. 그래서 배후사구가 형성되지 못하였다. 하지만 배후사구가 아닌데도 사구 평행 선상으로 일부는 초지대, 일부는 울창한 상록활엽수림을 형성하고 있다.

숲은 비교적 높이가 낮고 경사도가 낮은 움푹한 곳에 형성되어있다. 절벽 아래로 폭포가 형성되어 물이 풍부하므로 숲의 울창함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중문 해안사구
▲ 중문 해안 단애 아래 해안사구에 형성된 울창한 상록활엽수림.

경사도가 매우 큰 사구 지역에는 다양한 초본 염생식물이 자라고 있다. 애기달맞이꽃, 갯메꽃, 사철쑥, 통보리사초, 갯방풍, 등대풀, 암대극, 갯질경이 등 염생식물이 가파른 사구에 자리를 잡아 살고 있다. 

숲이 있는 사구에는 곰솔, 까마귀쪽나무, 돈나무, 보리밥나무, 후추등,도깨비고비,천선과나무,아왜나무,담팔수,팔손이,덧나무,상동나무 등 다양한 식생이 자라서 숲을 형성하고 있고 멧비둘기, 바다직박구리 등 조류들도 많이 서식하고 있다.

중문 해안사구는 이처럼 좁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식생과 동물이 살고 있어 정밀한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중문 해안사구가 더더욱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이곳이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바다거북의 산란지이기 때문이다.

# 서식처가 관리·보전되지 않는 종 보존은 무의미하다 

우리나라 바다에는 푸른바다거북과 붉은바다거북, 매부리바다거북, 장수거북이가 서식하고 있다. 최근에는 포항에서 올리브바다거북이가 발견되어 다섯 종으로 늘어났다. 우리나라에서 제주도는 특히 바다거북이 들의 중요한 산란처이다. 그 산란처는 다름 아닌 모래 해변이다. 모래 해변에서도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는 해안사구는 중요한 산란처라고 할 수 있다. 

도내 모래 해변 중에서도 중문 해수욕장은 도내에서도 바다거북의 산란이 가장 많이 확인된 곳이다. 첫 발견은 1999년 10월 18일이었다. 아침 7시경 한 호텔의 직원이 중문 해안사구에서 부화한 새끼 바다거북 100여 마리가 모래를 뚫고 나와 바다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 2004년과 2007년을 끝으로 더 중문 해안사구에서 바다거북의 산란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중문 해안사구
▲ 중문 해수욕장. 해수욕장 뒤편으로 도내 유일의 상승 사구가 형성돼 있다.

그 원인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결국 중문해수욕장에 사시사철, 밤낮 가릴 것 없이 관광객들이 출입하고 있기 때문인 거로 짐작된다. 주로 밤에 알을 낳는 바다거북이 관광객들의 잦은 출입으로 접근을 못 하고 있고 산란처로서는 위험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즉, 최소한 바다거북의 산란 시기만이라도 중문 모래 해변의 출입을 통제하지 않는다면 바다거북이 또다시 돌아오는 일은 누워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격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모순된 행사를 자주 하고 있다. 바다거북의 방류를 계속해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바다거북의 산란이 확인된 중문해수욕장에서 자주 갖고 있다. 

지난 9월 11일에도 중문해수욕장에서 해양수산부가 구조·치료되거나 인공 증식한 바다거북(푸른바다거북, 매무리바다거북,붉은바다거북) 총 18마리를 방류하는 행사를 했다. 최근에는 거의 매해 행사를 하고 있다. 

당시 방류행사 때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같은 장소에서 바다거북을 방류하는 것은 고향으로 돌아와 산란하는 바다거북의 특성을 이용하여 국내 바다거북 산란지를 회복시키기 위함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바다거북만 매년 방류하면 뭐할 것인가? 이들이 돌아와 알을 낳을 곳이 없는데. 종을 보전하려면 개체 보존이 아닌 서식지 보전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는 개체 보존을 하는 것을 그 종의 보존을 하는 것으로 포장하고 있다. 바다거북의 방류행사가 그 좋은 예다.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고 그 종에 대한 포획을 금지한다고 해서 이들을 보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중문 해안사구만이 아니다. 붉은바다거북의 경우 몇 년 전, 신양 모래 해변에서 사체가 발견되었고 작년 6월에도 구좌읍 하도리 인근 해안가에서 폐그물에 걸려 떠밀려온 바다거북을 마을주민이 발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우도에서 며칠 전에 붉은바다거북의 사체가 하고수동 모래 해변으로 떠밀려오기도 했다.

이들이 제주 모래 해변에 산란하러 왔을지는 확인이 어렵지만, 이들이 제주 연안을 떠돌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모래 해변이 산란하기 적합한 것이 확인된다면 언제든 알을 낳으러 돌아올 수 있다. 

실제로 중문 해안은 아니지만 지난 1998년 8월에 구좌읍 한동리 해안에서도 길이 1m에 달하는 바다거북이 해안으로 올라와 산란장소를 물색하다 100개 이상의 알을 낳았다는 소식도 보고된 바 있다. 

# ‘바다거북과 함께 사는 길’을 통해 ‘지속가능한 관광 모델’모색 필요

오하마해안은 일본 도쿠시마현 카이후군에 있는 약 500m의 백사장이다. 이 해안은 붉은바다거북의 산란지로 유명해 1967년에 ‘오하마해안의 바다거북 및 산란지’로 국가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붉은바다거북은 매년 5월부터 8월까지 산란을 위해 야간에 오하마 백사장에 올라온다. 

오하마해안에서는 5월 20일부터 8월 20일까지 붉은바다거북의 산란 기간 동안은 백사장과 주변도로의 통행금지 등의 규제가 강화된다. 대신에 오하마 해안에 히와사 우미가메 박물관 ‘카렛타’라는 바다거북 전문 박물관을 만들어 생태관광지화하였다.

양수남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
양수남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

중문 관광단지의 핵심 중의 하나인 중문 해수욕장을 바다거북만을 위하여 폐쇄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들의 산란 때만이라도 보호할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 이것도 어렵다면 최소한 산란 시기 중 알을 낳는 시간인 밤중에는 출입을 통제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한 알을 낳는 지역인 중문 해안사구에 대한 정밀조사와 함께 이들이 알을 낳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만약 바다거북이가 알을 낳으러 돌아오는 것이 확인된다면 보전지역 지정 등 좀 더 적극적인 보전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이러한 보전정책을 통해 중문 해수욕장 출입이 예전보다 좀 더 어려워진다 하더라도 생태관광지로 자리매김하여 관광객들이 중문관광단지에 더 찾아올 수 있다. 

위에서 얘기한 일본 오하마 해안의 사례처럼‘바다거북과 함께 사는 길’을 통해 지역의 ‘지속가능한 관광의 모델’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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