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토론] 제2공항갈등, 제주공항 확장 가능성...시민단체-국토부 입장 '팽팽'

제주 제2공항 갈등해소 대안 중 하나로 제시된 현 제주국제공항 확충 가능성을 놓고 벌인 '끝장토론'에서 국토교통부와 시민사회단체 간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시민단체 진영은 제주의 미래가치를 위해 제2공항 건설계획 철회와 현 공항 확충을 주장한 반면, 국토부는 안전상의 문제로 기존공항 확충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제주특별자차도와 제주도의회 제2공항 건설 갈등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는 19일 오후 2시 제주MBC 스튜디오에서 '현 제주공항 확장가능성 심층토론회'를 개최했다. 

제주도와 도의회, 국토부,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등 4자 협의에 의해 마련된 이날 토론회는 국토부와 비상도민회의 패널 2명씩 총 4명이 나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19일 제주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현 제주공항 확장가능성 심층토론회'. ⓒ제주의소리
19일 제주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현 제주공항 확장가능성 심층토론회'. ⓒ제주의소리

제2공항타당성검토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이 좌장으로 나섰고, 국토부 측에서는 김태병 공항항행정책관과 장승원 신공항기획과 주무관, 비상도민회의 측에서는 박찬식 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과 박영환 한국소음협회 회장이 참석해 장장 4시간에 걸쳐 토론을 벌였다.

토론회의 주된 내용은 지난 2015년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용역 과정에서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가 제시한 현 제주공항 확충 가능성이 중심의제로 다뤄졌다.

당시 ADPi 보고서에는 19가지 권고안이 충족될 경우 여객수요 처리 용량을 한해 4000만명 이상까지 늘릴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양 측은 19가지 권고안 중 실질적인 여객수요 용량을 증대하는데 필요한 △항공기 분리간격 축소 △독립 평행항로 신설 △교차활주로 운영 △주기장 증설 등 4개 권고안의 가능성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 비상도민회의 "50년후 제2공항은 애물단지...현 공항 확충 충분히 가능"

박찬식 상황실장은 "제주에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 공항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한다. 제주지역 관광객은 1983년에서 2005년까지 100만명에서 500만명으로 느는데 20년이 걸렸고, 2005년부터 2015년까지 불과 10년만에 500만에서 1500만명으로 급증했다"고 전제했다.

이어 "같은시기 제주 면적의 10배가 넘는 하와이 관광객은 865만명, 면적 2배인 발리 관광객은 570만명에 불과했다. 제주 인구의 2배가 넘는 오키나와 관광객도 861만명에 그쳤다"며 "그 사이 제주는 어떻게 되고 있나. 자연도 망가지고 생활환경도 망가지고, 치열한 갈등 속에 공동체도 망가지고 있다. 5년째 제2공항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현 공항 확장 가능성 심층토론회'서 발언하고 있는 박찬식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
'현 공항 확장 가능성 심층토론회'서 발언하고 있는 박찬식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

박 실장은 "국토부는 앞으로 4100만명까지 관광객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제2공항이 필요하다고 한다. 제주도의 환경수용력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무시한 분석"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박 실장은 "우리나라 인구는 앞으로 50년 후면 현재 5100만 인구가 3900만명으로 줄어든다. 그중 이동성 있는 75세 미만 인구가 4800만에서 2800만으로 무려 2000만명이 줄어든다. 2000만명이 줄어드는데 어떻게 계속 관광객이 늘어날 수 있나"라며 "제2공항 계획을 백년대계라고 하는데 50년도 지나지 않아 제2공항은 애물단지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2공항에 대한 대안으로 제주공항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박 실장은 "제주 관광객은 현재 수준에서 조절해야 한다. 현 제주공항 이용객이 연간 3100만명이 넘는데, 연간 3500만명을 수용하는 규모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한시간 운행횟수 45회 정도면 충분하다. 이용객으로 보면 10% 정도, 아무리 늘어도 20%까지 늘어나지 않는다. 그 정도를 수용하지 못하겠나"라고 역설했다.

그는 "ADPi 보고서에 제시된 항공수요 용량 증대의 핵심은 관제시스템과 활주로의 개선"이라며 "현재 제주공항의 활주로 용량도 이미 한 시간에 40회를 수용할 수 있지만, 관제용량이 미비해 35회로 제한되고 있다. 종전처럼 인적 능력에 의지하는 관제가 아닌 첨단 시스템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항공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관제시스템과 기존 시설을 확충한 세계 여러 공항의 사례를 예시로 들기도 했다.

박 실장은 "영국 개트윅 공항은 활주로 하나를 운행하는데 시간당 55회를 운영하고 있고, 60회로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인도 뭄바이 공항 역시 38회에서 지금은 50회로 늘렸다"고 했다. 또 "미국 뉴욕의 라과디아 공항은 교차활주로를 운영하며 75회 운영하고 있다. 제주공항보다 부지보다도 한참 적은 라과디아 공항이 첨단터미널을 만들고 보조활주로를 활용한 결과"라고 소개했다.

박 실장은 "제주공항은 40년 전 여객 수요 200만명이었던 시절의 구조에 갇혀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다. 그 사이에 항공 수용인원은 3000만명으로 늘었고, 그에 걸맞는 공항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국토부 "현 공항 확충 안전 담보 못해...보조활주로 활용 불가"

이에 맞서 김태병 공항항행정책관은 제주공항 확충안이 안전을 담보할 수 없어 검토 대상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정책관은 "시민단체의 건전한 비판과 의견 교류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기존공항 확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큰 이견을 갖고 있다. 정부가 기존 공항을 확장시킬 수 없다고 결론을 낸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운을 뗐다.

김 정책관은 "1990년대부터 제주도민들은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최근 여론조사도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언뜻 보면 보조활주로를 활용해 기존공항을 확장하면 좋을 것 아니냐 판단할 수 있지만, ADPi 보고서에는 제주공항과 관련된 세부적인 조사 결과가 포함돼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태병 국토교통부 공항항행정책관.
김태병 국토교통부 공항항행정책관.

제주의 지역적 특성 상 윈드시어, 측풍, 저시정 등 상당한 악조건을 지니고 있고, 활주로와 계류장의 거리가 매우 짧은데, 이 같은 여건이 ADPi 조사 결과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주공항의 경우 한해 평균 11일은 저시정 문제가 발생했고, 강풍도 37일 이상, 윈드시어도 98일 이상이라고 제시했다. 

특히 ADPi 권고안의 주된 내용인 보조활주로의 활용 가능성을 전면 부인했다. 

김 정책관은 "현재 제주공항 보조활주로는 1973년에 정부 예산이 부족해 항공사에서 선투자해서 간단히 만든 항공로다. 길이도 1900m로 매우 짧다. 제주를 오가는 항공기의 대부분이 이륙할 때 2500m, 착륙할 때 2000m 이상 활주로가 확보돼야 하는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주공항 주활주로인 동서활주로를 건설한 이후 보조활주로 이용 사례는 1% 이하로 줄었다. 어쩌다 이륙을 해도 승객을 조금만 태우고 기름도 조금만 넣고 이륙하는 수준에 그쳤다. 도심방면을 향해 착륙도 불가능하다.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정책관은 "ADPi 역시 보조활주로 활용방안은 '도전과제'로 봤다. 하지만 우리는 안전은 도전과제로 보지 않는다. 1994년에 제주공항에서 활주로 3200m를 넘어 150m 이상 초과주행했던 사고가 있었는데, 만일 이런 사고가 한번 더 발생한다면 보조활주로 길이가 짧아서 도로뿐만 아니라 민가까지 충돌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비상도민회의 측에서 제시한 세계 여러 공항의 사례에 대해서도 전면 반박했다. 김 정책관은 "뉴욕 라과디아 공항은 현재 74회로, 제주도의 2배 가까이 운영하는데, 승객은 3100만명 정도로 제주와 비슷하다. 소형기 운항이 많기 때문"이라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그는 "라과디아는 물론 개트윅, 뭄바이, 마닐라 등 예시로 든 공항은 전세계적으로도 최대 연착, 혼잡, 지연 공항으로 소문이 난 곳이다. 왜 제주의 50년, 100년 모델이 세계에서 악명 높은 공항이 돼야할까 의문"이라며 "안전은 도전과제가 아니다.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미국이나 유럽의 주장을 그대로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 "ADPi 보고서 무시한 탓" vs "충분히 검토된 안"

토론 과정에서도 ADPi 보고서를 두고 첨예한 찬반 의견이 오갔다.

박영환 한국항공소음협회 회장은 "ADPi 역시 전문가로서 의견을 제시한 것인데, 현실을 모르고 잘못 제시한것이라며 무시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태도다. 사전타당성 보고서에도 반영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용역이 비현실적이라는 대답이 나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정책관은 "사전타당성 용역 과정에서 용역진이 적극적으로 업무를 했다. ADPi에 하도급을 줄 때 근본적인 공항인프라 확충 전까지 수요 급증하는데 급증하는 수요에 대처할 수 있는 답을 달라고 했고, 보조활주로 대안이 나왔다"며 "사타보고서는 ADPi 의견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 제시된 아이디어를 부분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19일 제주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현 제주공항 확장가능성 심층토론회'. ⓒ제주의소리<br>
19일 제주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현 제주공항 확장가능성 심층토론회'. ⓒ제주의소리

그러나 박 실장은 "해외전문가 선임은 이미 사타용역 과업지시서에 명시된 내용이었다. 과업 성과 향상과 공신력 확보를 위해 ADPi에 의뢰했던 것인데, 그해 3월에 국토부 항공실장 주재로 회의를 가진 후 5월에 다시 ADPi에 대해 다루기로 해놓고, 끝내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정책관은 "단기대책 목표가 발표됐기 떄문에 목적이 달성됐다고 판단했다. 중복되지 않는 선에서 별도로 점검하려고 했다"고 답했지만, 박 실장은 "ADPi도 본질적인 것은 2025년까지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방안이었다. 검토를 하지 않고 뒤로 넘긴 것이다. 정식용역을 언급조차 안하는 용역이 세상에 어디 있나"라고 꼬집었다.

김 정책관은 "ADPi 보고서에 대한 오해와 의구심을 제시하는데 이 내용이 핵심은 아니다. ADPi가 제시한 보조활주로가 가능하냐의 문제인데 1900m로 안된다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관제시스템, 인력 등은 옆에서 도와주는 소프트웨어일 뿐 정작 수요를 늘리려면 공역을 늘리고 활주로를 늘리는 등 하드웨어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회장은 "그러니 ADPi에 검토하면 될 일이 아니냐. 국토부가 1900m 안된다고 판단했는데 ADPi는 왜 가능하냐고 판단했는지 물으면 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 비상도민회의 "도민 판단 따라야"...국토부 "안전 위한 선택"

박찬식 실장은 "수요 문제나 환경문제 등 제2공항을 꼭 지어야 하느냐에서 접근하다보면 현 공항 활용성의 필요성이 나온 것이다. 이 같은 대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세계적인 전문가에게도 검증 받기를 원했지만, 국토부가 그런 검증은 극구 반대했다"며 "이 상황에서는 도민들의 판단이 내려지면 그에 따른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김 정책관은 "오늘 긴 시간동안 ADPi가 제시한 안은 보조활주로가 짧아서 불가능하고, 바람이나 시정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독립항로도 실현이 어렵다고 말씀드렸다. 안전에 대해 정부는 끝까지 강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첨단관제시스템과 터미널 시설의 확충만으로는 우리가 목표로 하는 용량이 나오지 않는다. 제주의 공항시설 한계, 여러가지 안전규정 지키다보면 그렇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우선이다. 책임감을 갖고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오는 20일까지 이틀에 결처 진행된다. 토론 전 과정은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소리TV'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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