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토론] 제주공항 남북활주로 600m 연장안 두고 국토부-비상도민회의 '팽팽'

제주 제2공항 갈등해소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끝장토론' 두번째 날에는 현 제주국제공항 활용 대안 중 남북활주로를 해상까지 연결하는 현실성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현재 1900m에 불과한 제주공항 내 보조활주로를 바다 방향으로 600m를 더 늘리자는 제안으로, '효율성'과 '안전성'에 가치가 엇갈려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의회 제2공항 건설 갈등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가 주최한 '현 제주공항 확장가능성 심층토론회'는 전날에 이어 19일 오후 2시 제주M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 역시 전날 열린 토론회의 방식과 순서를 그대로 적용했다. 국토교통부와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측 패널 2명씩 총 4명이 나서 의견을 주고받았고, 막간을 이용해 사전에 준비된 도민인터뷰에 따른 답변을 하기도 했다.

20일 열린 '현 제주공항 확장가능성 심층토론회'에 참석한 박찬식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 김태병 국토교통부 공항항행정책관, 박영환 한국소음협회장, 김성관 제주지방항공청 항공시설과 팀장(왼쪽부터).
20일 열린 '현 제주공항 확장가능성 심층토론회'에 참석한 박찬식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 김태병 국토교통부 공항항행정책관, 박영환 한국소음협회장, 김성관 제주지방항공청 항공시설과 팀장(왼쪽부터).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이 좌장으로 나선 가운데, 비상도민회의 측에서는 박찬식 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과 박영환 한국소음협회 회장이 전날에 이어 참석했다.

국토부 측에서는 김태병 공항항행정책관은 자리를 지킨 반면, 두번째 패널로는 현재 제주공항에서 관제 업무를 맡고 있는 김성관 제주지방항공청 항공시설과 팀장이 자리했다.

1차 토론회가 제주공항 활용 방안에 대한 총론을 다뤘다면, 2차 토론회는 보다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데이터를 중심으로 토론이 이뤄졌다.

특히 현 제주공항의 항공 용량을 늘리기 위해 기존에 주활주로로 활용되던 '동서활주로' 외에 보조활주로 기능을 하던 '남북활주로'를 확충해야 한다는 대안에 대해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 비상도민회의 "남북활주로 교량으로 늘려 환경·건설 비용 보전 가능"

비상도민회의 측은 ADPi의 보고서를 근간으로 보조활주로를 잘 활용한다면 굳이 제2공항 건설 없이 항공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영환 한국항공소음협회장은 "제주공항에는 활주로가 하나가 아니라 2개가 숨겨져 있다. 이 활주로를 해상으로 연장해 사용하면 현 공항에서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제안"이라며 "엔지니어로서의 아이디어로 시작됐지만, 실제 이런 방식을 적용한 해외공항의 사례는 많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 회장은 "이전까지는 매립을 생각해야 했지만, 토목 인프라 공사가 발달한 최근에는 매립하지 않고 교량으로 활주로를 짓는 방법이 있다. 이 경우 침하도 일어나지 않고 중간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제안했다.

교량으로 연결된 공간을 쇼핑몰, 리조트, 주차장 등으로 활용한다면 건설비용을 보전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또 "이 방식을 취했을 때 도민들이 걱정하는 소음 문제가 많이 해결된다는 것이 저의 시뮬레이션 결과"라며 "항공기 이륙을 남북활주로를 중심으로 하게되면, 피해 면적의 대부분이 해안가로 퍼지게 된다. 소음등고선 면적은 그대로지만 주민들이 입는 실질적인 피해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측이 제안한 보조활주로 연장안 조감도.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측이 제안한 보조활주로 연장안 조감도.

박찬식 상황실장은 "용량 증대의 핵심은 분리간격이다. 2015년 실시된 제주공항 시뮬레이션은 분리간격을 7해리, 착륙 시 6해리 정도로 잡았는데 ADPi는 4.5해리를 제안했다. 뉴욕 라과디아 공항의 경우 3.5해리로 잡고 있다"며 "세계적인 공항 역시 분리간격을 줄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활주로 점유기간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상 교량 연결에 따른 환경훼손 문제와 관련해서는 "활주로 연장 면적은 신항만 계획에 비해 해안가 면적이 5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다. 정말 환경문제를 생각한다면 철새도래지와 숨골·동굴이 있는 성산읍 제2공항 부지의 환경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고 일축했다.

◇ 국토부 "문화 차이 확연한 해외 사례, 보조활주로 확충 위험"

반면, 국토부는 제주공항의 보조활주로를 활용하는 방안이 안정성이 떨어져 현실성이 없다고 맞섰다. 특히 해외 사례와 비교해 국내 문화 차이가 확연함을 강조했다.

김성관 항공시설과 팀장은 "ADPi 보고서가 안전을 무시한 권고를 한 것은 아니지만, 문화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유럽이나 북미 공항은 운영효율성에 집착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주로 안전과 서비스 쪽에 집착을 하는 편"이라고 전제했다.

김 팀장은 "유럽은 '인간은 완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있어 고의가 아닌 실수에 대해서는 비교적 이해해주는 편인데, 대한민국은 '왜 실수하느냐, 그것도 전문가가' 문제가 커진다. 실제 공항 운영에 있어서도 우리는 국제 민간항공기 기준 이행해야 하고 모든 민간항공 여기서 벗어나지 않도록 통제하고 있는 반면, 북미나 유럽은 효율을 위해 여러가지 상이한 운영방식을 인정한다"고 소개했다.

단적인 예로 제주공항의 경우 5년간 활주로 침범 사례가 2건인 반면, 비슷한 규모의 북미지역 미네아폴리스 공항은 92건이 발생했고, 인천공항이 1건 있었던 반면, 역시 비슷한 규모의 북미 아틀란타공항은 95건이 발생했다.

김 팀장은 "우리가 보수적으로 운영했는데 활주로 침범사례가 많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고, 유럽·북미가 효율적으로 운영하는데 안전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배워야 한다. 결국 어떤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것이지 어느 한쪽이 낙후됐고 발전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보조활주로를 연장한다고 해도 항공 수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 팀장은 "동서활주로를 주활주로로 운영하고, 남북활주로는 이륙 전용으로 활용한다고 해도 계류장의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 밖에 없고, 기존의 해군기지 회군익 등을 이동시켜야 한다. 운영 예상을 최대한 잡아도 1시간에 38편, 40편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첨단관제시스템은 도움을 줄 수는 있어도 수용량을 극단적으로 늘릴 수 없다. ADPi의 제안은 안전성에도 문제가 있고 현실 적용에 어렵다. 비상도민회의 제안한 내용 역시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김태병 공항항행정책관도 "작은 섬에 2개 공항이 왜 필요하냐는 질문에 답하면 기존 공항의 확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도민 여론에 부딪혀 제2공항이 무산되면 정부는 처음부터 수요조사를 하겠지만, 여러 보완장치를 적용해도 결국 항공 용량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일 열린 '현 제주공항 확충 가능성 심층토론회'.
20일 열린 '현 제주공항 확충 가능성 심층토론회'.

◇ 쟁점 부상한 개트윅-뭄바이 공항, "악명 높아" vs "예시일 뿐"

보조활주로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1900m로는 부족하다는 점은 양 측 모두 동의했다. 다만 최소 요건인 2500m의 활주로 길이를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견해가 갈렸다.

국토부 측 김 정책관은 "1900m 보조활주로는 너무 짧아서 어렵고, 독립 평행항로를 두거나 주기장을 확대하는 안은 실질적으로 어렵다. 이미 사전타당성 보고서의 제안이 ADPi 아이디어를 적용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이라며 "지금도 용량이 부족해 공중에서 항공기가 돌고 있는 상황이다. 관제시스템이 갖춰져도 활주로의 용량은 분명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단일 교차로로 4000만명 이상을 수용하는 해외 사례도 제주공항과 사정이 다름을 설명했다. 김 행정관은 "개트윅, 뭄바이 공항 등은 제주공항에 비해 1.5배 내지 2배가 크다. 계류장도 훨씬 넉넉하다"며 "그럼에도 세계 최대 연착, 혼잡, 지연공항으로 악명이 높은 공항이 됐고, 해당 공항들은 이미 새로운 공항이나 교차로 추가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보조활주로를 600m 연장하게 되면 매립이 됐든, 교량이 됐든 절대보전지구인 해안을 활주로 길이 600m에 추가로 900m까지 더 총 1.5km를 설치해야 한다. 결국 항공기가 바다로 추락할 수도 있고, 항공기와 선박의 충돌, 선박과 교량의 충돌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고, 태풍이나 파랑에도 위험해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반면 비상도민회의 측 박 실장은 "보조활주로 활용 방안은 아예 새롭게 제시한 것이 아니다. 이미 1970년대 후반에 현 공항 3000m 이상 활주로를 놔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도 바람방향에 맞기 때문에 남북활주로를 연장하는 안이 검토됐다. 당시 선택하지 못한 이유는 막대한 비용 때문이었지 안전 문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 실장은 "2015년 타당성 용역을 할 당시에도 연구진도 검토를 했다. 600m 연장하는 안으로 해서 추계까지 1조7000억원으로 잡았다. 건설기술 총괄도 공법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개트윅 공항, 뭄바이 공항 등에 대한 국토부의 견해에 대해서도 "해당 공항은 이미 5000만명 가까운 숫자를 수용하고 있기 때문에 붐비는 것이다. 우리는 그 정도 수용량이 아니라 4000만명 까지도 필요 없다"며 "외국의 사례는 '수용이 가능하다'는 예시일 뿐 그대로 따라가자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 "아니면 말고 식 문제제기" vs "도민여론 무시" 감정 격화

토론 과정에서는 서로 간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데 대한 답답함을 격하게 토로하기도 했다.

박찬식 실장은 "국토부가 마치 제2공항이 좌초되면 아무것도 해주지 않겠다는 식으로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데, 현 제주공항을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도민사회의 여론이 있다면 최소한 검토해 볼 수 있는 것 아니냐. 이런 상황에서 그냥 제2공항을 강행한다면 도민 의견과 전면으로 충돌하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검토 정도의 절차도 안거친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단순히 국토부가 생각하는 대안이 아니기 때문에 용역을 하지 않겠다는 발언은 심각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김태병 정책관은 "정부는 법에 따라야 한다. 현재 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최선을 다해 판단하고 있다.  다만 기존공항 확장 법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구심을 제기하셔서 저희가 최선을 다해 연구하고 회의하고 자료를 준비해서 오늘 자리 임했는데 '아니면 말고' 식의 문제제기는 곤란하다"며 "스스로를 비전문가라면서 어떻게 국민 안전과 환경에 대해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박영환 회장은 "아니면 말고는 오히려 국토부 측이지 않나 생각한다. 저희는 얘기가 바뀐 부분 인정할 부분 있고, 나중에 알고나서 잘못됐다면 인정을 한다"며 "저희가 비전문가다보니까 조사해서라도 노력해달라는 의미에서 제시한 것이다. 제주공항에 적용되면 개선될 수 있는 법을 제안하는 과정이지 않나"라고 받아쳤다.

김성관 팀장은 "제2공항 반대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ADPi 컨설팅만 믿고, 대한민국 전문가는 제대로 안된 전문가는 아니지 않나"라며 "컨설팅과 운영의 차이다. 삼성이나 LG도 다 컨설팅을 받지만 결정하는 것은 당사자들이다. 컨설팅 결과가 다 맡겨버리지 운영진이 왜 필요하겠나. 결정과 책임의 문제"라고 피력했다.

한편, 제2공항 갈등에 대한 도민의견 수렴을 앞두고 최종적으로 진행된 '끝장토론'이 마무리 됨에 따라 제주도의회는 늦어도 올해 안에 결론을 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비상도민회의 측은 오는 21일 이번 토론회에 대한 평가와 향후 도민의견수렴 절차를 정상적으로 시행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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