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첫날부터 치열했다. ‘죽’과 ‘피자’로 촉발된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기부행위 법 적용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단의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증인채택을 두고도 양측은 정면충돌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판사)는 21일 오후 4시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희룡(57)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첫 공판을 열었다.

민간인 차량을 타고 법원에 들어선 원 지사는 “청년 취업과 지역 상품 홍보를 위해 한 일로 기소돼 유감이다. 검찰이 기소를 한 만큼 법정에서 판단을 받겠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현장에는 비가 오는 날씨에도 지지자들이 참석해 원 지사의 출석을 지켜봤다. 원 지는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도민들에게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서둘러 법정에 들어섰다.

검찰은 형사2부의 공공수사를 전담하는 김지용, 박금빛 수사검사와 함께 공판부 조동훈 공판검사까지 3명을 투입해 대대적인 공소사실 유지를 예고했다.

원 지사는 지역 변호사 일부를 제외시키고 서울 서초구 소재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4명에 외에 법무법인 소백의 변호사 3명을 추가 선임해 총 9명의 변호인단을 꾸렸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기소요지 진술을 프레젠테이션(PPT)으로 준비해 변호인들을 당혹시켰다. 재판의 핵심 쟁점을 장장 20분간 소개하며 공소사실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기소요지 진술을 통해 검찰은 원 지사의 죽 세트 홍보와 피자 제공이 다른 지방자치단체장의 사례와 다른 점을 부각시키며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금지 제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2019 12월9일 밤 10시쯤 자신의 개인 유튜브 채널인 원더플TV에서 홈쇼핑 형식으로 모 업체의 영양식 5종 세트를 홍보하고 1개 세트당 4만원씩 총 10개를 판매했다.

선거구 내 특정 업체의 상품을 홍보하고 해당 업체에게 광고료와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한 만큼 기부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공직선거법 제113조(후보자 등의 기부행위제한) 1항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은 당해 선거구에 있는 자나 기관, 단체나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 등에 대한 기부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검찰은 “지역 농산물 광고의 다른 사례와 질적으로 다르다. 피고인은 개인 채널로 주문을 직접 받고 돈도 해당 업자에게 전달했다. 이는 기부행위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원 지사측은 특정업체가 아닌 소상공인 지원 차원에서 e제주몰 사이트를 홍보하려 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지역특산물 홍보 외에 기부행위의 인식도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특정인의 특정상품이 아닌 제주 특산물 전체를 위한 방송이었다. 금액을 산정할 수 없는 내용까지 홍보비 명목으로 공소사실에 포함하는 것은 논리적 추론에도 맞지 않다”고 맞섰다.

피자 제공은 서로 얽힌 법리적 해석이 최대 쟁점이다.  

원 지사는 1월26일 오후 4시 제주더큰내일센터를 방문해 65만원 상당의 피자 25판과 콜라 15개를 청년 92명과 센터 직원 15명 등 모두 107명에게 전달했다.

제주더큰내일센터는 ‘제주더큰내일센터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라 제주도가 경제통상진흥원에 위탁한 청년 취업 프로그램 운영 기관이다. 사업비는 제주도가 지원한다.

원 지사는 피자를 전달하면서 제주도 일자리과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해당 예산은 직원들의 격려물품 구입 명목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제주도 업무추진비 집행기준 및 공개에 관한 조례’ 제4조(집행기준)에는 업무추진비를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과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기준에 따르도록 돼 있다.

검찰은 “센터는 지방자치법상 소속 기관도 아니고 청년들은 프로그램 참여자일 뿐 상근 직원도 아니다.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 상 격려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 제3조(업무추진비의 집행)에는 업무추진비를 집행하는 회계관계공무원 및 업무추진비 집행 공무원은 규정된 직무활동에 대해서만 집행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원 지사측은 피자 지원은 센터 직원의 제안에 따라 이뤄졌고 격려와 의견 청취를 위한 간담회 형식의 자리라며 법규에 지원 근거가 있다면서 다른 목소리를 냈다.

‘제주더큰내일센터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3조(설치 및 기능)에는 참여자가 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일정 기간 생활과 교육훈련, 그 외 도지사가 필요한 경우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변호인은 “당시 자리는 피자 제공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간담회 성격이었다. 업무추진비는 식비 등으로도 지원이 가능하다. 정당한 도지사의 직무범위에 해당한다”고 맞받아쳤다.

특히, 당시 제주도청 공보실에서 ‘도지사가 쏜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낸 것과 관련해서는 “피고인과 상의 없이 홍보 담당자가 과장해서 작성한 것”이라며 책임을 부하 직원에게 돌렸다.

증인 채택을 두고도 양측은 신경전을 이어갔다. 

원 지사측은 당시 상황을 정확히 진술할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며 피자 제공을 처음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센터 직원과 보도자료 작성자 등 4명을 무더기 증인 신청했다.

이에 검찰은 피자 제공과 관련해서는 해당 동영상이 이미 존재한다며 증인신청 채택의 불합리성을 강조했다.

양측의 의견이 충돌하자, 재판장은 직권으로 5분간 휴정을 선언하고 배석판사와 협의에 들어갔다. 결과는 전원 증인채택이었다. 

재판부는 “위법성 조각 사유는 극히 제한돼야 한다. 증인 진술이 전부 진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재판부의 사실 수집 절차도 중요하니 4명의 증인 모두 채택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11월11일 오후 3시 2차 공판을 열어 증인 신문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피자 제공의 배경과 근거를 두고 양측의 본격적인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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