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사] 제주도의회 행안위, 원 지사 십자포화..."도민약속 저버린 행위"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원희룡 제주지사의 '대권행보'가 도마에 올랐다.

특히 행정사무감사 기간인 지난 15일 서울 마포포럼에 올라가 사실상 '대권출마'를 선언한 사실에 대해 도의원들이 일제히 공격했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이상봉)는 22일 오전 최승현 행정부지사를 상대로 제주도 정책질의를 진행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강철남 의원(더불어민주당, 연동 을).

강철남 의원은 "원희룡 지사가 재임한 6년 동안 연평균 113일 출장을 다녀왔다"며 "출장을 가면 도정정책을 홍보해야 하는데 최근 행보를 보면 도민을 위한 게 아니라 지사 본인을 위한 출장같다"고 꼬집었다.

강 의원은 "코로나19 정국에 원 지사가 제주 민생현장에서 자주 보여야 하는데 정부와 대립하는 모습만 보이고, 대권 출마 모습만 보인다"며 "대권도전도 왜 행정사무감사기간에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 의회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승현 행정부지사는 "정치를 하시니까 대권도전도 하셨는데 공식적으로 발표한 게 아니라 포럼 자리에서 한 것"이라며 "앞으로 도민 앞에서 공식적으로 하실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강 의원은 "정치적 행위를 하면서 출장이 너무 잦다"며 "부지사께서 판단하시기에 도정 공백을 느끼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최 부지사는 "저는 도정 공백을 못느낀다. 행정은 시스템으로 돌아간다"며 "요새는 지사님과 카톡으로 연락하고, 의사전달이나 정책결정 과정도 전혀 문제가 없다. 오히려 더 빠를 때도 있다"고 반박했다.

강 의원은 "원 지사는 지난 9월28일 국민의힘 시도지사 간담회에 참석했는데 경북이나 대구 등 다른 자치단체장은 지역현안사업에 대해 지원요청을 했는데, 원 지사는 4.3특별법 개정 협조도, 국비확보, 특별법 7단계 제도개선 협조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 총격사건 등 정부와 대통령 비판에 (시간을) 할애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서울이나 중앙에 간다면 당연히 제주 얘기도 해야 하는데 오로지 정부와 대통령만 비판한다"며 "대통령을 비판한다고 대통령이 되는 게 아니다. 칭찬을 해야 칭찬을 한다(받는다)"고 비꼬았다.

최 부지사는 "청와대에서 뉴딜 발표할 때 대통령님 칭찬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치적인 행보에 대해 제가 답변하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강 의원은 "도지사가 대권도전을 하는데 도민의 한사람으로서 일정 부분 지지하는 것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도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할 시기인데 도지사가 밖으로 나가서 이런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 지사가 도민을 걱정해야 하는데 오히려 도민이 지사를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부지사나 기조실장은 비서가 아니다. 도지사에게 도민 여론을 가감없이 충언하거나 직언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조금 더 도민 여론을 직언해 달라"고 요구했다.

문종태 의원(더불어민주당, 일도1.이도1.건입동)도 "부지사께서 행정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하셨는데 그럴거면 AI(인공지능)가 도지사하면 되지 뭐하러 도민이 선출하느냐"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문 의원은 "제2공항, 포스트코로나 대책, 쓰레기, 하수도 등 산적한 현안이 매우 많다. 지사가 앞장서서 진두지휘해야 공직사회가 움직인다"며 "잦은 도외 출장으로 공직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최 부지사는 "세종시에 부처가 있지만 장관들은 서울에 가 있다"며 "카톡으로 의사소통을 빠르게 하고 있다. 행정이 예전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문 의원은 "현장에 가면 도민들은 원희룡 지사 얼굴보기 어렵다는 하소연을 많이 한다"며 "이런 것일 인지하지 못하면 부지사가 직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의원은 "원 지사는 마포포럼을 통해 대권도전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방법이 잘못됐다. 민선 7기 출범하면서 '도정에 전념하겠다'고 도민들과 약속했다"며 "만약 대권도전을 선언하려면 제주도에서 해야 했고, 도민들에게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 왜 서울에서 했느냐"고 따졌다.

문 의원은 "대권후보가 되려면 풍찬노숙을 해야 한다. 사퇴하고 (대권행보를) 해야 한다"며 "도정공백이 생기는데 부지사께서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현수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도 "서울 마포포럼 기조연설에서 대권도전을 선언했다"며 "문제는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셔야 한다. 행정사무감사 기간인데 의회를 무시했다"고 거듭 날을 세웠다.

강성민 의원(더불어민주당, 이도2동 을)도 "원희룡 지사가 대권출마를 하면서 도민사회에 말이 많다"며 "도민약속을 지키지 않고, 민생을 챙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식적인 것과 비공식적인 것을 구분하지 못하면서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에서 '수령은 본인이 되고 싶어서 되어선 안된다. 많은 백성이 천거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며 "먼저 도민 평가를 받아야 한다. 작은 동네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 큰 동네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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