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女 氣UP’ 창업현장](3) 경력단절·장애 맞서 희망 틔워내는 ‘더함공예협동조합’ 김경희 이사장

“더함공예는 장애가 있어도 뭐든 할 수 있음을 몸소 보여주겠다는 마음을 가진 장애인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입니다. 단순히 소일거리 하면서 돈이나 벌자고 시작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의 활동을 통해 희망의 씨앗을 틔워내기 위해 시작했죠.”

제주도와 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이 지원하는 ‘여성공동체 창업 인큐베이팅’ 사업을 통해 2019년 창업한 ‘더함공예협동조합’ 김경희 이사장의 말이다. 여성장애인 5명이 주축이 돼 제주 복지관, 학교 등 곳곳서 공예를 통한 교육을 펼치는 여성공동체 더함공예조합은 비장애인 1명까지 함께 해 총 6명의 조합원이 장애와 비장애 구분 없이 똘똘 뭉쳐 편견과 차별 없는 작은 공동체를 꾸려가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임신·출산·육아·장애 등 이유로 오랫동안 가정서 머물다 다시 사회로 복귀하는 것은 어렵다. 그만둔 시간 만큼 감각이 무뎌져 모든 일에 자신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은 까닭이다.  

실업난 속에서 다양한 능력을 갖춘 젊은 사회초년생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여전히 아이를 키우는 등 가정생활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은 넘기 힘든 허들과 같다. 이와 같은 걸림돌은 경력단절 여성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장애인의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장애를 갖고 있다면 눈앞에 닥친 고난의 문턱은 더 높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한계에 부딪히는 상황에서도 시나브로 희망을 틔워가는 공동체가 바로 더함공예협동조합이다. 

지체장애 등 여러가지 장애를 극복하고 경력단절 여성과 장애인을 위한 활동을 펼쳐가는 제주 ‘더함공예협동조합’.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시련 속에서 ‘우리도 잘 하는 것이 있었지’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용기를 내 남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경력단절과 장애를 극복하고, 받은 만큼 나누겠다는 다짐을 통해 협동조합을 이끄는 김경희(53, 지체장애인) 이사장을 [제주의소리]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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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단절 여성,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공예 교육을 통해 자립을 돕는 더함공예협동조합 김경희 이사장. 장애인들이 힘을 모아 만든 조합을 통해 제주를 아름답게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가지고 교육에 나서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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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이사장이 만들고 있는 양말목 공예품. 양말목 공예는 양말 제조 공장서 버려지는 양말 목 부분에 가치를 불어넣어 새로운 공예품으로 탈바꿈 시키는 업사이클링 공예다. ⓒ제주의소리

공예 민간자격증을 취득하고 각자 가치가 담긴 교육을 펼치던 중 좀 더 나은 제주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하나로 뭉치게 된 것이 조합 출범의 계기란다. 교육을 통해 경력단절,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활로를 열어주고 조합을 키워 이들을 위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선순환 구조를 일구겠다는 다짐이 모였다.

더함공예협동조합은 △김난희(60) △현수향(54) △오영생(54) △김경희(53, 이사장) △송해생(48) △장정원(41) 등 구성원들이 함께 제주의 건강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장애인들이 여러 곳에서 재활을 비롯한 직업훈련과 교육을 받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직업으로 연결되거나 창업하기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교육을 통해 발달·여성장애인, 경력단절 여성 등에게 잘하는 분야를 찾도록 도와 취·창업이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들의 다짐을 현실로 바꿔준 것은 여성공동체 창업 인큐베이팅 사업이다. 창업 지원금을 받아 공예 교육에 필요한 장비를 구입하고, 창업을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 작성 등 도움을 받은 덕분에 창업할 수 있었다는 것.

특히 창업 지원금 덕분에 꼭 필요한 실습 장비와 공예 재료를 구입할 수 있었다. 목공 수업의 경우 전동 드릴을 포함한 다양한 도구가 필요한데 지원을 통해 씨앗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씨앗을 싹으로 틔우고 정성 들여 희망을 키워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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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공예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 가죽 원단에 색을 입히고 문양을 새겨  가방이나 지갑, 전자기기 케이스 등 일상생활서 사용하기 좋은 공예품 제작 교육을 통해 재미를 불어넣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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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을 방문한 한 교육생이 가죽 공예품을 직접 제작하고 있는 모습. ⓒ제주의소리

가죽, 목공, 뜨개질, 양말목, 칠보 등 다양한 분야의 공예 자격증을 취득한 조합원들은 현장으로 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은 주로 장애인을 포함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그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공방으로 성장해 일자리나 취미를 찾을 수 있게 돕는 것이 목표다.

김 이사장은 조합원들이 장애 당사자이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는 장애 유형별 맞춤 교육이 가능하다는 점이 조합이 가진 최고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아픔을 공유하는 등 교육생들이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정성껏 강의를 펼치게 된단다.

더함공예협동조합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재활교육과 더불어 청소년을 위한 진로 탐색 공예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기술을 제대로 익힐 수 있도록 기초지식을 중심으로 사용법 등 기본기를 단단하게 다지도록 하고 적성을 찾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진로탐색교육은 1년여에 걸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특정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는 친구들이 심화 교육을 문제없이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전 단계 교육이다. 협동조합에 다양한 공예 강사가 있는 만큼 학생들이 어느 분야에 관심이 있고 또 잘하는지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폭넓은 교육을 위해 더함공예협동조합 강사들은 창업할 때 가지고 있던 공예 자격증과 더불어 2~3개의 추가 자격증을 취득했다. 언제라도 교육을 나갈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 다양한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게 개인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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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 공예 교육이 진행 중인 모습. 사진=더함공예협동조합.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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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교육생은 [제주의소리] 인터뷰가 진행되는 사실을 알고 더함공예협동조합에 대한 애정이 가득 감긴 모습으로 양말목 공예를 통해 직접 만든 자동차 시트 공예품을 자랑하기도 했다. ⓒ제주의소리

김 이사장은 더함공예협동조합을 이끌기까지 많은 시련이 있었다. 장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경험하고 나니 어떤 일에도 자신이 없었던 것. 10년 이상 일을 하지 않아 위축된 상태에서 젊은 사람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남아있던 용기마저 앗아갔단다.

우연히 복지관에서 제공하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해 공예 자격증을 취득한 뒤 조금씩 용기를 찾았고, 여성공동체 창업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을 통해 생각했던 꿈을 펼칠 수 있었다고 했다.

“몸이 불편한 데다 경력단절을 겪고 나니 어떤 일이든 쉽게 도전할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우연찮은 기회로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서 자격증을 취득하고 여성공동체 창업 인큐베이팅 사업을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죠.”

용기를 내 다시 한번 도약하고자 나선 창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격려해주는 주변인들과 덕분에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게 됐다는 교육생들의 한마디가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이에 대해 조합원들은 칭찬에 화답할 수 있도록 더 잘해보자는 다짐을 하게 됐단다. 

김 이사장은 “처음에 용기를 낸다는 것은 정말 힘들다. 더함공예협동조합도 다양한 프로그램과 교육에 참여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차근차근 배워 만든 것”이라며 “주저하는 분들이 우리를 통해 조금이나마 희망을 가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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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함공예협동조합원들이 만든 다양한 공예품. 직접 만드는 공예품은 정성이 가득 담겼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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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함공예협동조합 가죽 공예 제품들. ⓒ제주의소리

주저하는 이들에게 김 이사장은 “기회가 있다면 직업을 가져야 한다거나 경제생활을 통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부담을 갖지 말고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해봤으면 좋겠다”면서 “안내에 따라 한 걸음씩 나아가면 보이지 않던 길도 보이고 앞선 선배들이 이끌어주기도 할 것”이라고 응원했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공방은 장애인이나 경력단절 여성분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는데 더 많아질 수 있도록 우리가 성장했으면 한다. 그분들이 오셔서 직접 만드는 경험을 통해 즐거워하고 배워가는 기쁨을 느끼면서 작게나마 성취감을 통한 용기를 얻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중에는 그분들이 만든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회를 열어보고 싶다. 작품 전시를 통해 자신감도 얻고 서로의 작품을 보며 자극받아 더 나은 활동을 하게끔 하고 싶은 것”이라며 “경제활동을 돕기 위해 상설 매장도 운영하고 싶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여러 사람이 언제든 다녀갈 수 있는 공방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창업을 통해 가치를 더하고 있는 이들이 펼치는 공예는 단순히 작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선다.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제주를 만들겠다는 같이의 가치가 담겨있다. 제주 사회를 아름답게 바꿔나갈 이들의 활동이 기대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업체명 : 더함공예협동조합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인다13길 45-4
대표번호 : 010-3076-6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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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함공예협동조합 양말목 공예품.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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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아라동 더함공예협동조합.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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