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악선언 현장서 마을주민 평화대공원 조성 언급...원 지사 대권 얘기하자, 주민이 쓴소리

원희룡 제주도지사(왼쪽)가 25일 오전 11시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에서 기자회견을 마친뒤 인근 식당에서 마을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왼쪽)가 25일 오전 11시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에서 기자회견을 마친뒤 인근 식당에서 마을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권 행보에 열을 올리는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일제강점기의 아픔이 서려있는 알뜨르비행장 관련 민원에 대선을 언급하다 지역 주민에 쓴 소리를 듣는 머쓱한 상황이 연출됐다.

원 지사는 25일 오전 11시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선착장 인근 드라마 대장금 촬영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른바 ‘청정제주 송악선언’을 발표했다.
 
기자회견 도중 한 주민은 1926년부터 지역 주민들을 강제 동원해 지어진 알뜨르비행장의 평화대공원 조성 사업을 꺼내며 원 지사의 의견을 물었다.

알뜨르비행장은 일본군이 중국 본토를 공격할 목적으로 1935년부터 1944년까지 운영한 185만㎡ 규모의 비행장이다. 현재도 격납고와 대공포진지, 방공호 등이 남아 있다.

광복 이후 국가소유로 편입되면서 현재까지도 공군이 훈련 장소로 사용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인 2017년 부지 양여와 평화대공원 조성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해당 주민은 “이곳은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간직한 곳이다. 정작 (송악선언에) 그 내용이 없다”며 “알뜨르비행장을 주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 지사는 이에 “평화대공원 조성사업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청와대와도 협의 중에 있다. 아직 속 시원한 결정이나 국방부 방침이 나오지 않고있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원 지사와 마을주민들이 만난 자리에서도 이 대화는 이어졌다. 

한 주민이 재차 알뜨르비행장을 이야기하자, 원 지사는 “그곳은 국방부 땅이다. 이는 대통령이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나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주면 바로 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해당 주민은 “그 말하려고 했던 것이냐. 대통령 할 사람이 여기 무엇 하러 앉아 있느냐”며 핀잔을 줬다.

원 지사는 “농담이었다. 우리 함께 노력해보자”며 서둘러 대화 주제를 바꿨다.

같은 시각 현장을 찾은 송악산유원지 개발 반대측은 피켓을 들고 원 지사를 향해 “송악산 난개발을 백지화 하라. 도지사 먼저 사퇴하고 대권에 도전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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