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림로 시민모임 “성공 사례 없는 대체서식지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중단된 비자림로 확장공사.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중단된 비자림로 확장공사.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25일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기자회견서 환경 저감 대책을 마련해 비자림로 공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청정제주 송악선언’에 대해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들은 “선언이 진심이라면 공사를 철회하고 보호를 최우선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들(이하, 시민모임)은 26일 성명을 통해 “원 지사는 송악선언을 통해 ‘자연경관을 해치는 개발은 더욱 엄격하게 금지하겠다’고 했지만, 비자림로 공사는 유독 예외 사례로 취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모임은 “제주도가 비자림로 환경 저감 방안으로 내세우는 대체서식지는 성공 사례가 한 건도 없는 공사재개를 위한 형식적 절차”라며 “전문가들은 대체서식지는 불가능하다며 세계적 성공 사례가 전혀 없다고 경고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제주도는 ‘비자림로(대천~송당) 법정보호종 포획·이주 용역’ 공고를 통해 업체를 선정했는데 용역을 맡은 회사는 어이없게 토목과 건축 중심 회사”라며 “해당 회사는 도로 및 공항 기술사가 CEO며, 제주 제2공항 등 국가사업 과제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회사는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을 시작한 지 겨우 2년됐고, 실적은 9건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제주도는 비자림로 관련 용역 3건을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며 “더불어 용역 체결 후 환경영향평가 경력자 신규채용을 진행하는 등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시민모임은 “제주도는 최근 비자림로 관련 용역을 발주 중이며 관련 예산 역시 증가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용역들은 비자림로 서식 생물 보호·보전보다 공사 강행을 위한 사전절차에 불과하다. 도가 비자림로 야생동물 서식지를 파괴하는 공사를 강행하려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원 지사가 청정제주 송악선언서 밝힌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는 것은 개발사업의 기본 전제’, ‘다음세대의 권리를 위해 청정제주를 지키고자 한다’ 등 말이 이뤄지려면 비자림로 공사 역시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한 번도 성공한 적 없는 대체서식지 이주 대책에 더 이상 예산과 행정을 낭비해선 안 된다”며 “영산강유역환경청 역시 제주도의 무성의한 환경 저감방안에 면죄부를 준다면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최선의 저감대책은 원서식지 보존이다
- 성공 사례 없는 포획,이주 대책에 예산과 행정을 낭비하는 제주도정 규탄한다

원희룡 도지사는 2020년 10월 25일 <청정제주 송악선언>을 통해 비자림로 공사에 대해 환경저감 대책을 마련하여 공사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지사는 선언문에서 ‘자연경관을 해치는 개발은 더욱 엄격하게 금지하겠다’고 했지만 비자림로 공사에 대해서만 유독 예외 사례로 취급하고 있다. 제주도정이 환경저감방안으로 내세우고 있는 대체서식지는 성공 사례가 한 건도 없는 공사재개를 위한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

제주도정은 비자림로 이슈가 불거진 이후 시종일관 여론과 시민들을 무시하며 권위적 행태를 이어왔다. 심지어는 영산강유역환경청의 환경저감대책 명령도 어기며 공사를 강행했다가 하루 만에 멈추고 과태료 처분을 받기도 했다. 그 이후 서둘러 “비자림로(대천~송당) 법정보호종 포획,이주 용역”공고를 내고 업체를 선정했다. 제주도는 이후 비자림로 2구간에 대한 멸종위기종 애기뿔소똥구리와 두점박이사슴벌레의 포획,이주 및 방사 계획을 영산강유역환경청에 제출하였다.

그러나 용역을 맡은 (주)태신엔지니어링은 어이 없게도 토목과 건축을 중심으로 하는 회사이다. CEO는 ‘도로 및 공항 기술사’이며 ‘제주 제2공항 등 국가사업의 과제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을 시작한 지 겨우 2년 됐고, 실적이 9건에 불과하다. 그런데 비자림로 관련 3건의 용역을 입찰 방식도 아닌 수의계약으로 체결한 것이다. 굉장한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 회사는 9월 15일에 용역을 체결한 직후인 9월 21일에서야 환경영향평가 경력자 신규채용 공고를 냈다. 이런 업체에 ‘법정보호종 포획,이주’를 맡기느니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게 나을 판이다.

(주)태신엔지니어링은 영산강유역환경청에 포획 허가를 받은 후 9월말 비자림로 2,3구간에 대략 30개의 트랩을 설치했다. 제주도가 영산강유역환경청에 제출한 ‘애기뿔소똥구리 포획, 방사계획’을 보면 10월까지 주1회 ‘서식이 확인된 구역의 모든 분변을 대상으로 삽과 핀셋 등을 사용하여 분변 및 굴에서 개체들을 직접 포획함. 공사 영향권에 있는 개체군 보존을 위해 함정 채집과 등화채집을 병행하여 영향권 내의 모든 개체군을 같이 포획하여 함께 이주시킴’이라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또한 9월과 10월까지 주 1회 포획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포획 허가를 늦게 받는 바람에 포획은 9월말부터 시작되어 고작 10월까지 5회 정도에 걸쳐 이뤄지게 된다.

하지만 ‘시민모니터링단’의 모니터링 과정 중에 서식이 확인된 1,2구간 구역의 모든 분변들을 대상으로 삽과 핀셋 등을 사용하여 직접 포획하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현실적으로 가능한 계획이라고 볼 수 없다. 9월말에는 분변이 올려져있는 트랩이 모니터링단에게 확인되었지만 10월 중순에는 트랩에서 곤충을 유인할 분변이 발견되지 않았다. 9월말에 설치되었던 등화트랩도 10월에는 자취를 감췄다. 결국 모니터링단은 포획 과정이 요식행위에 불가하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약속한 사후 모니터링 역시 신뢰할 수 없다.

애초에 전문가들은 대체서식지는 불가능하며 전 세계적으로 성공 사례가 전무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게다가 곤충 전문가는 두점박이사슴벌레의 경우 9, 10월은 활동 시기가 아니어서 포획이 불가능하다고 조언하였다.

제주도는 최근 들어 비자림로 관련해서 여러가지 용역을 발주하고 있으며 관련 예산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가 발주하는 용역들은 비자림로에 서식하는 생물들을 보호, 보전하기 위한 것들이 아니라 공사를 강행하기 위한 사전 절차에 불과한 용역들이다. 제주도는 기어코 비자림로의 야생생물 서식지를 파괴하고 공사를 강행하려고 한다.

원희룡 도지사가 어제 발표한 <청정제주 송악선언>이 진심이라면 비자림로 공사를 철회하고 수많은 법종보호종 등 야생생물들의 서식지 보존을 최우선의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는 것은 개발사업의 기본 전제’라거나 ‘다음세대의 권리를 위하여 청정제주를 지키’고자 한다면 비자림로 공사 또한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는 대체서식지 이주 대책에 더 이상의 예산과 행정을 낭비해선 안 된다. 아울러, 영산강유역환경청 역시 제주도의 무성의한 ‘법종보호종 포획, 이주 용역’에 면죄부를 준다면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 할 것이다.

2020년 10월 26일

비자림로를 지키기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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