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40) declaration 선언

dec·la·ra·tion [dèklǝréiʃən] n. 선언(宣言)
‘선언’이라믄 ‘선언’닮아사
(‘선언’이라면 ‘선언’다워야)

declaration은 강조(强調)의 접두사 de- 와 clare ‘분명한/뚜렷한(=clear)’의 결합이다. 이 clare에서 나온 낱말로는 clearance ‘제거(除去)’, clarity ‘명확함’, clarify ‘분명하게 하다’ 등이 있다. 이 declaration의 어원적 의미는 ‘불분명한 부분을 분명하게 밝힘’이다. 우리말 ‘선언’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나 집단이 자기의 방침, 의견, 주장 따위를 외부에 정식으로 표명함’이지만, 영어의 declaration은 그 선언이 지금까지의 불분명했던 부분을 분명하게 밝히는 표명(manifestation)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엊그제 제주도지사는 청정(cleanness)과 공존(co-existence)을 지키기 위한 ‘난개발(亂開發: development thoughtless for the environment) 억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송악선언’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도의회에서 부동의 처리되어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 대법원에서 이미 패소 판결을 받은 중문 주상절리 부영호텔 사업, 곶자왈 훼손과 더불어 생태계(ecology) 교란(disturbance)과 인수공통감염병(zoonosis) 우려를 낳고 있는 제주동물테마파크사업, 법정보호종(legally protected species) 보호와 환경저감대책(environmental reduction measures)이 불분명한 비자림로 확장사업 등에서의 난개발을 적극적으로 방지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이에 대한 도민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정작 도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성산 제2공항사업에 대해서는 전혀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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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도민이 제주관광 양적 확대를 우려하는 상황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청정제주 송악선언'에는 이를 상징하는 제2공항 문제에 대한 언급이 반드시 있어야만 했다. 제주도는 좀 더 당당하고 떳떳하게 제2공항사업에 대한 현재의 입장을 밝혀야만 하지 않았을까. 선언이라면 선언다워야 한다. [그래픽이미지=김찬우 기자] ⓒ제주의소리

아시다시피, 대부분의 도민은 과거와는 달리 제주관광의 양적 확대(quantitative expansion)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과 교통의 문제, 관광소득(tourism income)의 도외유출 문제 등을 목도하면서 그러한 양적 확대를 통해서는 도민의 삶의 질(quality of life)이 나아질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루어진 ‘송악선언’이었기 때문에 그 선언에서는 제주관광의 양적확대를 상징하는 제2공항 문제에 대한 언급이 반드시 있어야만 했다. 그렇지 못하면, 그에 대한 앞으로의 도민의견 수렴 절차의 진행과 결과. 그에 따른 후속 조치(follow-up measures)등에 대해서라도 투명하게 밝혀야 했고, 그렇지도 못한다면 아예 ‘송악선언’을 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선언이라면 선언다워야 한다. 더욱이 ‘다음 세대를 위한 제주의 약속’이라는 제하의 선언이었다면 제주도는 좀 더 당당하고 떳떳하게 제2공항사업에 대한 현재의 입장(current position)을 밝혔어야만 하지 않았을까.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김재원 교수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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