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195. 소 치레 말고 꼴 치레하라

* 쉐 : 소
* 말앙 : (하지) 말고
* 촐 : 꼴, 소의 먹이가 되는 풀(소의 자연산 사료)

‘치레’란 어떤 일을 실속보다 낮게 (못하게) 꾸민다는 뜻이다. 용례를 들면 치레로 하는 인사 같이 쓰인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옛날로 올라갈수록 소는 농가에 없어서는 안될 보물과 같은 가축이다. 가축으로서의 존재감이 대단했음은 물론이다. 파종하기 위해 밭을 갈지, 수확한 것을 실어 나르지, 심지어 방앗간을 돌리는 데도 부렸다. 

그뿐인가. 새끼를 낳아 부(富)를 이루게 했다. 타고난 근면성과 지구력에다 근력이 대단해 웬만한 일은 끄떡 않고 해낸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내다 팔아 환전(換錢)함에도 가축 가운데 따를 것이 없다. 말과 돼지가 어금버금으로 유용한 가축이지만 소하고는 아무래도 차이가 나는 것이며, 개 따위는 아예 비교 대상이 아니다.

소의 외양에만 치우친 나머지 좋은 먹이를 먹이는 데 소홀하다가 튼튼한 소가 잘못되는 우(愚)를 저질러서야 되겠느냐는 경각심을 일깨움이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소의 외양에만 치우친 나머지 좋은 먹이를 먹이는 데 소홀하다가 튼튼한 소가 잘못되는 우(愚)를 저질러서야 되겠느냐는 경각심을 일깨움이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소는 농사짓는 사람의 자랑거리임은 말할 것이 없다. 그만큼 좋은 소를 가지고 있으면 마음이 든든했다. 농경사회에서는 소를 몇 마리 갖고 있느냐가 곧 부(富)의 관건이요 척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좋은 소를 소유했다고 소를 치레하는 데만 쏠리면 낭패를 사게 된다. 소는 잘 먹여야 살찌는 가축인데, 소의 먹이인 촐(꼴)을 베어다 크게 눌을 올려 저장해 놓고 잘 먹여야만 한다. 촐을 잘 먹이지 않으면 소가 쇠약해지고 깡말라 생김새도 흉해지게 마련이다.

그러니 외양이 좋은 소만 탐할 것이 아니라 양질의 촐을 먹여 보다 살이 올라 건강한 소가 되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소, 튼실한 소의 사육 환경으로서 첫째는 산에 가서 베어다 집 마당에 쌓아 놓는 촐눌(꼴)의 크기 여하에 있었다. 먹이가 빈약하면 아무리 타고난 우량한 소도 부실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소가 부실해 비실거리면 농사짓는 데 해야 할 몫을 다하지 못할 것은 불문가지다.

소의 외양에만 치우친 나머지 좋은 먹이를 먹이는 데 소홀하다가 튼튼한 소가 잘못되는 우(愚)를 저질러서야 되겠느냐는 경각심을 일깨움이다.

행간을 읽으면 좋다.

모양만 내다가 본질을 무시한 나머지 그게 유야무야 하고 마는 경우를 빗댄 것이다. 사람의 일도 한가지다. 긴요한 일일수록 겉모양보다는 실속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교훈적 의미가 내포돼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하겠다. 겉치레만 번지르르하고 실속이 충실하지 못한 사람은 마치 빈 수레와 같아서 소리만 요란한 법이다. 먹이를 제대로 얻어먹지 못한 소처럼. 

모름지기 ‘소 치레 말고 꼴 치레해야 한다.’

# 김길웅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 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자리>, 시집 <텅 빈 부재>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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