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형 도시재생을 묻다] ⑤ 원도심 일대 생활인프라 개선 주민참여·만족도 높아

제주북초등학교와 제주목관아 사이 도로. 목관아 북측 이면도로인 이곳은 도시재생 과정에서 일방통행 도로로 바뀌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인도가 확보됐다는 점이다. 일방통행로로 전환하면서 북초교 아이들과 주민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 차도를 줄여 인도를 신설했다. 

나이를 거듭하며 쇠락하던 제주시 원도심에 언제부턴가 작은 변화가 일고 있다. 도시재생이 그 단초가 되고 있다. 갈수록 정주 인구는 줄고 사업체 수도 감소하던 원도심이었다. 도시의 각종 지표가 하루가 머다 하고 쇠퇴하던 원도심에 도시재생은 작은 변화의 물꼬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거대 담론이 아니라 생활과 밀착된 실생활에서 긍정적 변화를 만들면서 주민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비좁았던 인도가 넓어지고, 어두컴컴했던 골목길은 걷고 싶은 올레길이 됐다. 불법 주정차와 교행 하는 차량들로 몸살을 앓았던 좁은 길은 일방통행로 지정과 정비로 완전히 환골탈태했다. 자연스럽게 청년들을 중심으로 창업사례가 늘고 있다. 모두 좋은 신호다.   
   
도시재생의 지향점은 ‘구경하고 싶은 관광지’가 아니다. ‘살고 싶은 주거지’에 방점이 찍혀 있다. 살고 싶은 주거지 조성을 위해선 일상생활과 밀접한 기초생활 인프라 개선이 필수다. 거기에 주목하고 있다. 주민의견을 최대한 수렴한 기초생활 인프라 개선이 제주시 원도심에서 꾸준히 이어지며 주민들의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제주 목관아 관덕정 광장을 중심으로 생활 인프라 개선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올해 사업 마무리를 목표로 ‘관덕정광장 주변 활성화 사업’, ‘보행·가로환경개선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세부적으로 골목길 정비, 원도심 안내표지, 자전거 활용기반 구축, 칠성로 조명정비 등 일상과 밀접한 기초생활 인프라 개선이다. 

제주목관아 주변 도로가 일방통행 도로로 변경되면서 인도를 확보했다. 이면도로 불법 주정차 차량들과 교행하는 차량들이 뒤섞여 통행 어려움은 물론 사고위험에 노출됐던 주민들은 교통 흐름이 원활해지고, 보행자의 편의가 높아졌다며 만족감을 보이고 있다. 
북초등학교 정문 남측 도로. 깨끗하게 단장된 어린이보호구역에 안전한 통학로 확보를 위해 인도가 설치 됐다.  

특히 제주목 관아 주변에는 인도가 없는 곳이 많았다. 이면도로에 불법주차가 극심했다. 차량 2대가 교차할 때면 보행자가 불법 주차된 차량 사이로 피해야만 했던 길이 대부분이다. 차량으로 몸살을 앓고 보행환경은 최악이었던 셈이다. 

도시재생사업이 본격화 되면서 제주 목관아 일대에선 도로 포장과 일방통행 지정, 인도 확장 사업 등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제주북초등학교와 제주목 관아 사이 도로는 일방통행 도로로 지정돼 어린 아이들의 안전한 통학로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인도 바닥에는 곧 조명도 설치될 예정이다.  

인도 곳곳에는 안심벨이 설치돼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했다. 위급 상황에서 안심벨을 누르면 경찰 등의 빠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관덕정 앞에서 제주 서문공설시장 방향 서문사거리까지 이어지는 인도도 확·포장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까지도 해당 인도가 보도블록이 아니라 아스팔트로 포장됐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도시재생사업 일환으로 진행되는 기초생활 인프라 개선으로 최근에야 아스팔트를 갈아엎어 보도블록을 설치하는 등 제대로 된 인도로 조성중이다. 또 인도 주변에 배수로를 만들어 집중호우 때마다 발생했던 도로 침수 등에 대비하고 있다.  

도시재생 사업으로 원도심 주민들의 오랜 숙원도 해결됐다. 바로 유(U)턴 구역이 생긴 것.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원도심 마을 주민들이 U턴 구역 설치를 직접 제안했는데, 원도심 주민들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제주시 등 관계기관과 현장 조사를 하고 머리를 맞댄 결과 관덕정 앞 도로에 U턴 구역이 설치됐다. 

제주국제공항에서 출발해 제주시 중앙로 방향으로 진행하는 차량은 그동안 용문사거리와 서문사거리, 동문시장을 거쳐 사라봉까지 이어지는 원도심 중심도로에 U턴 구간이 없어 많은 불편을 호소해왔다. 그러나 주민 제안으로 관덕정 앞에 U턴 구역이 생겼다. 

관덕정에서 서문사거리로 향하는 길. 사진 아래쪽은 아직 아스팔트 포장이 그대로인  인도이고, 사진 위쪽은 보도블록을 설치해 단정해진 인도다. 
울퉁불퉁한 아스팔트 포장 인도가 끝나고, 도시재생 사업 일환으로 새롭게 포장한 인도.
안전한 보행로 확보를 위해 관덕정 일대의 원도심 인도 포장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결국 주민들의 만족도는 높아지고 있다. 35년 가까이 관덕정 인근에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송미경(55)씨는 도시재생 사업에 따른 생활 인프라 개선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송씨는 “관덕정에서 서문사거리로 이어지는 인도가 아스팔트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울퉁불퉁 포장이 불안정해 유모차, 휠체어 등이 다니기 힘들었으나, 인도를 새롭게 포장하고 확장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송씨는 “큼직하고 거창한 사업만 도시재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민 생활과 밀접한 인프라를 개선해주는 것도 도시재생의 방법”이라며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일상의 작은 불편함이 해결되는, 생활 인프라가 하나씩 개선되는 과정이 즐겁다”고 덧붙였다. 

제주시 삼도동에서 태어나고 자란 고신관(70) 삼도2동 주민자치위원회 자문위원도 “대체로 만족한다”고 했다. 

고 자문위원은 “도시재생 사업으로 원도심 일대 도로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다만, 아쉬운 점은 한국전력 측과 의견 조율이 잘 안돼 도로 확·포장 사업과 함께 전봇대 지중화 사업이 이뤄지지 않은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주목 관아는 제주 역사에서 천년 이상 정치·경제·행정·문화의 중심지였다. 제주목 관아 주변 문화 유적 추가 발굴 등을 통해 제주의 정체성을 더 강화했으면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관덕정 주변 인도 확포장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도시재생은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지역주민들 요구로 관덕정 일대 인도가 넓어지고 단정하게 포장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 관계자는 “도시재생은 주민이 주도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주민의견을 최대한 수용해 원도심 생활 인프라를 개선 중”이라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인도 확장과 도로 포장, 일방통행화 등 모두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사업을 추진했다. 원도심 내 공유지나 유휴부지를 활용한 가로쉼터와 녹지공간 조성도 계획하고 있다”며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와 함께 지속적으로 주민 의견을 수렴 중으로, 앞으로도 주민의견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도시재생은 주민이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생(re-generation)은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다. 그동안 살아온 환경과 방식에서 더 행복한 삶을 상상하는 작업이다. 그러므로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느림을 인내하며 행복한 재생을 상상해야 한다. 제주시 원도심 주민들이 새로움을 상상하는 일은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주민의 정책으로서 도시재생이 성공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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