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환경운동연합 송악산 개발사업자 '반대운동 중단' 요구 로비 시도 폭로

 

송악산 개발사업자 측이 제주도내 환경단체를 대상으로 금품 로비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사업자 측의 대리인으로 환경단체 로비에 나선 A씨는 파문이 커지자 "현 사업자(신해원)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제주환경운동연합 측은 녹취록에 A씨의 적나라한 제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맞섰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3일 오후 3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녹취록을 공개하고 송악산 개발사업자 측이 사업 반대운동을 무마하기 위해 활동가와 접촉하고, 금품 로비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녹취록에는 지난 2일 오후 제주시 오라동 소재 한 카페에서 모 업체 대표 A씨와 제주환경운동연합 활동가 B씨와의 대화 내용이 담겼다. [제주의소리]가 녹취록 외에 녹취파일도 입수해 양측의 주장을 따져봤다. 

이날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송악산 일대를 문화재로 지정해 개발사업을 막겠다는, 이른바 '송악선언 제1호 실천조치'를 발표한 날이기도 하다.

A대표 :  송악산, 거기 나도 내용은 잘 모르고 서울에서 전화가 와서, 우리 같은 고향 사람이니까 말 편하게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할게이. 전화가 와서 그거를 개발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알아봐 달라. 그러면서 거기서 B씨하고 OOO씨(타 환경단체 대표). 알아요? 같이 근무해요?

B활동가 : 아니요, 다른 단체입니다.

A대표 : 요 두 분을 좀 만나서 도움을 좀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는가. 그렇게 알아봐 달라고 하길래. (사업자 측에)'맹목적으로 만나고 뭔 도움을 요청하느냐. 반대급부로 뭘 제시를 하고 그 친구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실탄을 줘야될 거 아니냐'. 깨놓고 얘기했어. 내가 기사를 보니까 도지사가 일단은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고, 이 개발에 대해서. 또 도의회에서도 이거를 별로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더만. 그러면 이거를 제주도정에서, 투자유치과 거기서가 이거를 진행하고 하는건가?

B활동가 : 뭐 어쨋든 투자유치과가 전담하겠죠.

A대표 : 거기서 전담하는거라? 그러면 깨놓고 얘기할게. 편하게. 이거를 B씨하고 OOO씨가 이 사업에 대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자, 내가 물어보는 이유는, 전제는, 물론 이제 하다보면 여러가지 그 문제점들이 많겠지. 부딪히는 부분들도 있을 거고. B씨나 OOO씨나 두 사람만 결정해서 되는 것도 아닐 것이고, 그러면 이 사업을 하는데 조금이라도 이렇게 세이브가 될 수 있는 그런 부분이 있는가.

A대표는 활동가 B씨에게 출신 고향과 나이를 묻고 난 후 자신도 동향 출신이니 말을 편하게 하겠다며 반말투로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A대표는 B활동가 등 제주 사회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2개 시민단체의 핵심 인물 이름을 언급하며 '개발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A 대표는 대화 과정에서 사업자 측에 (환경단체의 반대운동 강도를 낮추려면) '반대급부로 제시를 하고, 실탄을 줘야할 것 아니냐' 는 등의 적나라한 표현도 꺼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이에 대해 사실상 송악산 개발사업자를 대변해 우회적으로 금품 로비 의사를 내비쳤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그간 진행돼 온 송악산 개발사업 반대운동을 중단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B활동가 : 도정 차원에서 이미 물 건너간 사업으로 보고 있는데 도와드릴게 있겠습니까. 원희룡 지사가 오늘도 문화재로 지정하겠다고 말씀도 하셨고. 말을 뱉었는데 주워담을 수 없는 노릇이고.

A대표 : 하지만 도지사가 예를 들어서 선언한 부분이 바뀌는 부분들이 있어. 그러니까 내가 보기에는 B씨하고 OOO씨만 도와주면 그 제주도라든지 아니면 추진기관이라든지 그거는 (사업자 측)자기네들이 알아서 집행을 본다는 얘기 같애.

B활동가 : 글쎄요. 어쨋든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것은 사실 없죠. 이미 진행된 사항이고, 그리고 저희가 도와드린다고 도와드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제가 단체 대표도 아니고요.

A대표 : 그러면은 그네들이 얘기하는 것은 환경단체에서 반대하는 것을 강도를 줄여달라는 얘기겠지.

B활동가 : 그런데 강도를 줄이고 말고 할 게 없는게, 이미 마을 차원에서도 대응을 하고 있고요. 지역 주민들이 반대를 하고 있는 문제고, 저희가 보태거나 그런건 전혀 없거든요. 거기서 이미 반대해서 사실상 갈등이 발생한 상황인데 저희가 뭘 어떻게 더 뭐 하라 말라 할 수 있겠습니까.

A대표 : 우리 사업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루트가 한 두 가지가 아닐 거 아니게?  

여기까지 이야기를 주고받은 A씨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 익명의 대상과 A씨는 '지금 담당자를 만나고 있다', '마을에서도 반대를 하고 있다', '제주도지사가 반대를 하는 사업인데 그 부분까지 두들겨보고 진행을 하고 있나' 등의 대화를 나눴다. 전화 통화 내용으로 볼 때 사업자임을 유추해볼 수 있는 대화였다. 

이후 B활동가에게 재차 새로운 제안을 건넸다. 자신이 제주환경운동연합 대표가 아니라며 손사래를 친 B활동가에게 단체 대표와의 만남을 주선해달라는 요구였다.

A대표 : 지금 제주도나, 인허가 관계에 대해서는 자기네들이 알아서 할 부분이고, 환경단체, 쉽게 얘기해서 모든 일을 해결하는데 이런 말을 하게 되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막말로 얘기하면 내가 차를 몰고 가다가 교통사고가 났어. 우리 아버지가 죽었어. 결국은 돈으로 합의를 본다고. 그렇잖아. 그래서 B씨한테 물어보고 싶은 것은 짐을 다 짊어지라는 것은 아니야. 내가 이 정도면, 이 정도 실탄이면 내가 대표들하고 OOO씨네 단체하고 사업자측하고 이렇게 마주 앉아서 대화를 할 수 있는 그 정도는 내가 만들어 줄 수 있다, 그걸 한 번 얘기해 봐요. 

이후 대화는 송악산 개발사업에 대한 B활동가의 개인적인 견해를 주고받으며 10여분 남짓 이어지다 마무리됐다.

파문이 확산되자 로비 당사자로 지목된 A대표는 B활동가와의 만남 자체는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은 사업자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A대표는 3일 오후 [제주의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환경단체 활동가와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송악산 개발사업자 측과)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제주에 자본 유치 해보려고, 도움이 될까 싶어 자발적으로 만난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녹취록에는 A대표가 사업자와의 만남을 주선하겠다고 호언하는 등 적극적으로 중재를 하는 대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대화 중 오간 '실탄'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자 A대표는 "자금을 유치하려고 하면 그런게 필요할 것 아닌가. 그것에 대해 얘기했던 것"이라고 얼버무리기도 했다.

B활동가는 당시를 떠올리며 "언론에서 로비를 주고받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막상 실제 맞닥뜨리니 겁도 나고, 괜히 해코지를 당하지 않을까 심난하기도 했다. 특정 인물로 지목됐다는 것 자체가 무슨 일을 당하는 것 아닌지 싶었다"며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대응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이 사안에 대해 "사업자 측이 환경단체를 상대로 한 이번 로비 시도는 개발사업을 위해서 도덕성과 기업윤리마저 내팽개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사업자 측의 부정한 로비 활동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당장 사업 철회를 선언할 것을 요구한다"며 "환경단체의 활동을 무마하기 위한 부정한 로비에 대해서 공개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와 관련 제주도 관계 부서는 "(로비 정황)관련 내용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송악선언 발표 이후 송악산 개발사업자 측에서 방문한 적이 있다. 앞으로 이행계획서를 내겠다면서 연장을 요청하는 자리였다"며 "문제가 커지면 부정한 사업자로 취급당하는 등 좋을 일이 없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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