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왓 칼럼](18) 신현정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상근활동가

편견으로 무장한 이들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여전히 반인권적 발언과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 일들을 우리는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존재 자체로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있어선 안됩니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난민 등 대상은 다르나 일상 곳곳에서 여전히 차별이나 혐오, 폭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인권문제에 천착한 '인권왓 칼럼'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인권활동가들의 현장 목소리를 싣습니다. [편집자 글]

10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했다. 17개 광역지자체의 탄소중립도시실천 선언, 226개 기초지자체의 기후위기 비상선언, 국회 기후위기비상 선언 등 각 단위들의 기후위기 선언에 이은 행보다. 

2018년 IPCC <1.5°C 특별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탄소배출 순 제로를 달성해야 심각한 수준의 기후 재앙을 막을 수 있다 발표한 이후로, 성장률이나 규모의 확대를 핵심 목표로 두던 경제정책의 방향을 탄소 배출 감소와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는 경제 정책이자 환경 정책인 그린뉴딜은 세계적으로 급부상했다. 문 정부도 한국판 뉴딜을 지역주도형으로 추진하겠다 밝혔다.

그리고 지난 10월 12일, 제주형 뉴딜 종합계획이 발표되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형 뉴딜에 ▲그린뉴딜 ▲디지털뉴딜 ▲안전망 강화 3개 분야, 10개 핵심과제에 국비·지방비를 합해 6조 1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해 4만4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라 밝혔다. 

그러나 제주도가 발표한 제주형 뉴딜 계획에 어떤 부문에서 얼마나 탄소를 줄일 것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으며, 제주 자원을 활용한 새로운 산업 개발이나 도심환경 조성에 대한 계획만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전환 계획에도 특례를 허용해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장하겠다는 계획만 눈에 띄고 근본적인 에너지 수요관리에 대한 언급은 없다. 사회안전망 부문의 핵심과제로 제시된 블록체인 기반의 방역체계 구축과 비대면 헬스케어와 돌봄, 디지털 뉴딜 부문의 핵심과제인 데이터 통합 관리를 통한 스마트 도시나 드론특별자유화구역 선정 등의 과제들 역시 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과정에 대한 충분한 검토나 논의 없는 ‘스마트 도시’ 추진이라는 점에서 우려점이 많다. 그린뉴딜의 기후위기 대응과 불평등 완화라는 목표를 과연 제주형 뉴딜로 달성할 수 있을지는 꾸준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

ⓒ제주의소리
제주형 뉴딜 정책은 2025년까지 상당한 예산을 투입해 ‘대전환’을 이뤄내겠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명확한 탄소 배출 저감 계획도, 에너지 수요관리에 대한 내용도 없다. 이와 관련해 군사비를 줄이고 기후위기 대응과 시민 복지를 위한 지출로 전환한다면 어떨까. 한국의 군사비 지출은 세계 10위를 기록한 반면, GDP대비 사회복지비 지출은 2019년 기준 OECD 36개국 중 34위에 머물고 있다. ⓒ제주의소리

그린뉴딜과 군축
한편, 제주형 뉴딜에 빠져 있으나 반드시 상상해야 하는 부문 중 하나는 군축이다.

세계의 여러 그린뉴딜 안 중 가장 급진적이라 할 수 있는 미국녹색당의 그린뉴딜의 네 가지 핵심 축에는 ‘애국자법 폐지·국방예산의 50% 감축을 통한 민주주의 기능 회복’이 포함되어 있다.

제주 해군기지는 홈페이지에서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며 건설에 따른 경제가치와 고용창출 규모를 제시한다. 그러나 이 발전은 끊임없는 투입에 따른 산출을 전제한다. 자연과 경제 사이에 오가는 처리량을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결정되는 최적 규모가 반드시 존재하는데, 근본적으로 섬이라는 생태적 한계를 가진 제주의 환경자원을 해군기지에 끊임없이 투여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우리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이미 지구의 생태수용력을 초과했다는 사실을 마주해야 한다. 군사부문은 막대한 탄소를 배출한다. 2019년 국가 온실가스 종합관리시스템의 공공부문 통계에 따르면 국방부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8410톤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난방 및 취사, 군함 및 항공기 등도 이에 포함되어 있는지와 같은 배출 목록은 밝혀지지 않았다. 매년 온실가스 감축 및 에너지 절약에 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감축 활동을 이행하는 온실가스 공공부문 목표관리제에서도 군사시설로 분류된 건물과 군사활용 용도의 차량은 제외시설에 포함된다. 

제주 해군기지 역시 끊임없이 폐기물들을 배출한다. 오폐물 처리를 위해 입항하는 외국 군함들,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배출되는 건설 폐기물들이 배출되고 있다. 하수처리장 포화와 과도한 지하수 취수 허가, 쓰레기를 필리핀에 불법 수출하는 사례들이 이미 제주의 환경수용량이 초과 상태에 접어들었음을 너무도 명확히 보여준다. 

그린뉴딜은 생태적 한계를 직면하는 동시에, 시장기제들의 오작동을 바로잡는 것도 포함해야 한다. 발전권선언 7조에서는 군비축소에 관한 명확한 규정을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있다. 군비축소 수단을 통해 확보되는 자원을 시민들의 사회적 발전과 복지에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군비축소와 발전 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군비축소 영역의 진보는 발전의 영역의 진보를 적지 않게 증진하게 되고, 군비축소 수단을 통해 확보되는 자원들은 모든 인민들, 그리고 특히 개발도상국들의 인민들의 경제적, 사회적 발전과 복지에 바쳐져야 한다는 것을 재확인하며, 인간은 발전과정의 중심적 주체이며, 발전 정책은 그러므로 인류를 발전의 주요 참여자와 수익자로 만들어야 함을 인식하며, 인민들과 개인들의 발전에 이로운 조건을 창출하는 것은 그들 국가의 일차적 의무임을 인식하며” 

- 발전권선언 7조 전문 중에서 -

한국의 국방예산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로 연평균 7.5%씩 증가해, 2020년 50조 1,527억원으로 군사비 지출 세계 10위를 기록했다. 반면 GDP대비 사회복지비 지출은 OECD 36개국 중 34위(2019년)에 머문다. 이 군사비 지출을 대폭 삭감해 기후위기 대응과 시민 복지를 위한 지출로 전환한다면 어떨까. 막대한 자원을 사용하고 탄소를 배출하는 제주 해군기지 철회와 제2공항 공군기지 계획 철회야말로 정의로운 전환이 아닐까.

제주형 뉴딜은 아직까지 눈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하는 정책이다. 2025년까지 상당한 예산을 투입해 ‘대전환’을 이뤄내겠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명확한 탄소 배출 저감 계획도, 에너지 수요관리에 대한 내용도 없다. AI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계획 또한 정보인권의 침해가 우려되며, 자칫하면 토건과 규모 중심의 정책이 될 가능성도 있다. 

신현정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상근활동가.
신현정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상근활동가.

유엔 발전권선언(1987)에서는 발전을 “전 인구와 모든 개인들의 복지의 부단한 향상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규정하며, 발전은 “발전과 그로부터 산출되는 이익의 공정한 분배에 있어서 자유롭고 적극적이며 의미 있는 참여의 기초 위에서”이루어져야 함을 선언한다. 무한한 투입을 전제로 한 규모의 성장과 탄소경제의 시대는 신속히 끝나야 한다. 제주형 뉴딜이 진정 탈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목표로 한다면, 시민들의 웰빙에 기초한 발전 지표 역시 새롭게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또, ‘새로운 사회계약’ 답게 추진의 전 과정에서 그동안 정책의 이해관계자로 반영되지 못했던 다양한 시민들의 참여가 전제되어야 함도 물론이다. / 신현정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상근활동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