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女 氣UP’ 창업현장](5) 지속가능한 삶과 아름다운 나눔 약속하는 ‘꽃마리협동조합’

“철새는 선두에서 무리를 이끌던 리더가 지치면 다른 새가 순서를 교체해줘요. 반면 바구니 안에 담긴 게는 빠져나가려 버둥대며 서로를 끌어내리다 아무도 못 나가고 갇히게 됩니다. 협력하면 나갈 수 있는 데 말이죠. 협력만큼 좋은 건 없다고 생각해요. 협력은 경쟁을 뛰어넘습니다.”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함께 해결하기 위해 서로라는 이름 아래 같이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공동체가 있다. 협력을 통해 믿고 의지하며 건강한 제주의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는 꽃마리협동조합.

더불어 사는 삶의 힘을 믿고 제주 사회에 건강한 가치를 불어넣기 위해 뭉친 경력단절 여성들이 제주도와 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이 제공하는 ‘여성공동체 창업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을 통해 함께하고 있다.

청정 제주 허브 등 친환경 원료를 통해 세제와 비누 등 환경을 해치지 않는 건강한 제품을 만들고 있는 이소진(47) 꽃마리협동조합 대표를 [제주의소리]가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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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해서 더 아름다운 들꽃 '꽃마리'처럼 취약계층, 경력단절 여성들이 협력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이소진 꽃마리협동조합 대표. 여성공동체 창업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을 통해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건강한 제주를 만들어가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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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탄산소다와 제주산 티트리 추출물을 첨가해 만든 꽃마리협동조합 세탁용 과탄산소다솝. ⓒ제주의소리

꽃마리협동조합은 2016년 다니던 천연화장품 회사의 폐업으로 갑작스럽게 일자리를 잃고 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던 구성원들이 2017년 여성공동체 창업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을 통해 다시 뭉쳐 일군 여성공동체다.

천연화장품을 제조했던 경험과 기술이 있기에 잘 하는 일을 발판삼아 새롭게 시작해보자는 뜻이 모여 탄생한 것. 지역사회 친환경 생활 대중화와 경력단절, 취약계층 여성들의 자립을 돕는다는 비전을 갖고 미래를 위해 달려가고 있다. 

사람과 사회, 생태계가 모두 건강하게 어울려 살아가는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협동조합 이름인 꽃마리에도 고스란히 담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협동조합의 이름에 대해 “꽃마리는 우리 주변의 들판이나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주 작은 꽃이다. 작아서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지만 혼자가 아닌 수만 송이가 함께 피어나는 덕분에 군락을 형성하고 존재감을 드러낸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고 있는 꽃마리처럼 여성들이 하나로 뭉쳐 제주 사회를 아름답게 바꿔 갈 수 있는 공동체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조합원들이 이름을 지었다”고 덧붙였다.

이전 직장서 동료와 회사 간 경쟁 속에서 이윤과 성과 중심으로 평가받으며 서로를 깎는 삭막한 삶을 살 수밖에 없던 이들은 공동체를 통해 협력은 경쟁을 뛰어넘는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찾았다.

경력단절과 실업을 겪은 여성들이 누구보다 서로를 이해하며 협력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업체끼리도 힘을 보태니 동반자가 많아진 것. 서로 고충을 털어놓으며 응원하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발돋움하기 위한 움직임을 함께하니 외롭지 않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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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마리협동조합 앞에 펼쳐진 지역 허브농장 전경. 사진=꽃마리협동조합.ⓒ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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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마리협동조합은 지역 허브 농가와 업무협약을 맺고 신선한 허브 원료 수매와 농장 체험활동을 진행하는 등 상생을 위해 함께하고 있다. 사진=꽃마리협동조합.ⓒ제주의소리

이 대표 역시 협동조합을 설립하기 전까지 경력단절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일을 해왔다. 출산 이후 육아와 병행하기 위한 적절한 일을 찾다 보니 방과후 교사, 보험회사, 화장품 공방 운영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는 것.

“임신·출산 때문에 그만뒀던 경제활동을 잇기 위한 새로운 일을 찾을 때, 육아와 병행하며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해야 하는 것은 모든 엄마의 고충이죠. 여성이나 가족의 희생만으로 모든 것을 책임지게 할 수는 없기에 경력단절은 사회 문제라고 생각해요. 아이를 함께 키울 수 있는 사회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이 대표는 자신은 선택할 수 있는 일이라도 있어 다행이라며 협동조합에서 경력단절 여성을 채용하고자 해도 일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채용할 수 없는 상황도 생긴다고 했다. 육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포기하게 된다는 것.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꽃마리협동조합은 출근 시간을 30분 늦추고 퇴근 시간을 30분 앞당기는 등 근무 시간을 조정하고, 일주일 중 이틀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했다. 

이 대표는 “서로 같은 입장과 처지에 놓여있는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혜를 모았다. 어려움이 있지만, 공감을 통해 마음이 모이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아니더라”면서 “필요할 때는 야근도 하지만 근무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등 하기 나름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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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산 허브로 만드는 꽃마리협동조합 롤온 제품.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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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용·세탁용 액상세제, 버블 핸드솝, 주방용 고체비누 등 다양한 꽃마리협동조합 제품. 사진=꽃마리협동조합. ⓒ제주의소리

이들이 조합을 운영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여성공동체 창업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이었다. 제품을 통해 고객 만족을 이룸과 동시에 친환경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담아내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고민을 해결해줬다는 것. 

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의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비누와 세제에 어떤 사회적 가치를 담을 것인지 방향을 잡고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단다. 이윤만 바라보고는 건강한 기업을 만들 수 없다는 판단으로 제품에 사회적 가치를 담겠다는 포부가 현실로 구현된 것이다. 

이를 토대로 꽃마리협동조합은 제주가 자랑하는 천혜의 자연서 자라는 원료를 바탕으로 사람과 자연 생태계 모두를 위한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생분해성이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 수질오염을 줄이고 물 사용량을 줄여 환경을 아낀다는 것이다.

이들은 제품에 가치를 담는 것과 함께 친환경에 대한 사회 인식을 바꾸기 위한 체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제주도교육청 친환경 체험 프로그램 민간위탁사업에 선정돼 학생들을 대상으로 환경에 대한 가치 교육과 비누, 세제 만들기 등 체험을 진행 중이다.

더불어 환경을 생각하는 제품을 담는 플라스틱 용기 사용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하기 위해 매장 곳곳에 용기 수거함을 만들어 상태가 좋은 용기는 재사용하고, 판매가 힘든 용기는 체험객에게 제공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제주도가 환경 문제에 둔감하지 않았으면 한다. 관광지란 이유로 난개발과 일회용 제품이 무분별하게 허용되고 있는데 이는 청정 제주라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이런 문제를 도민 몫으로만 둘 것이 아니라 정부와 제주도정이 함께 움직여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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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마리협동조합은 농장과 제조시설 견학, 뷰티체험, 향기체험 등 친환경 제품에 대한 인식을 바꿀 다양한 체험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꽃마리협동조합.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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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마리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친환경 체험교육. 사진=꽃마리협동조합. ⓒ제주의소리

용기가 필요한 여성들에게 이 대표는 “지혜는 모아야 하고 힘은 합쳤을 때 진가를 발휘한다. 다름을 인정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공동체적 의미를 찾고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함께 믿고 의지하는 분들과 뜻을 모아 방법을 분명히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응원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꽃마리협동조합을 만들어가는 구성원들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과 가치를 나누고 사람과 자연 생태계, 공동체 모두가 건강한 제주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누구나 꽃마리를 권할 수 있을 만큼 신뢰받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꽃마리협동조합은 코로나19가 대구·경북지역에서 맹위를 떨치던 지난 3월엔 천연비누 2000여 개와 손 세정제 800여 개를 기부하고 제주 지역아동센터와 복지시설에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등 환경 문제를 되짚고 생존 문제에 직면한 이들을 돕기 위해 나서기도 했다.

지속가능한 삶과 아름다운 나눔을 위해 하나로 뭉쳐 건강한 제주를 만들어가고 있는 꽃마리협동조합. 혼자서 살아가기 힘들 때 곁에서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겠다는 이들이 만들어갈 미래가 기대된다.

업체명 : 꽃마리협동조합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 번영로 2543-15
홈페이지 주소 : flowermari.net
대표번호 : 070-7768-6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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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마리협동조합은 출강수업, 세탁세제, 주방세제 체험, 샴푸 체험 등 제주도교육청 민간위탁사업에 선정돼 학생들을 대상으로 친환경 교육도 진행 중이다. 사진=꽃마리협동조합.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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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꽃마리협동조합.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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