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에 앞서 먼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삼권분립 법과양심 불편부당 재어신독. 이 16글자. 그 이하로 하지도 않고 그 이상으로는 권한 밖에 있습니다” 

송재호 국회의원의 재판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송재호 지키기” 발언과 관련해 재판부가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삼권분립을 언급하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판사)는 4일 오후 3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을 상대로 첫 공판을 열었다.

예정된 시간보다 2~3분 일찍 법정에 들어선 재판부는 당부의 말이 있다며 법정에 있는 피고인과 검찰, 방청객을 향해 ‘삼권분립 법과양심 불편부당 재어신독’의 원칙을 언급했다.

재어신독은 다산 정약용 선생의 저서 목민심서에 나오는 '청송지본 재어성의 성의지본 재어신독'(聽訟之本 在於誠意 誠意之本 在於愼獨)을 인용한 글귀다.

법조계에서는 ‘재판의 근본은 성의에 있고, 성의의 근본은 신독에 있다’는 이 문장을 판사의 덕목으로 본다. 때문에 박 의원의 발언을 겨냥한 재판부의 의도된 언급으로 풀이되고 있다. 

판사 출신의 박 의원은 10월30일 제주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과 행정수도 완성 추진 토론회에 참석해 송 의원의 재판을 언급했다.

당시 박 의원은 “송재호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드리려고 국회의원 10명이 내려왔다. 어느 지역을 가도 1~2명 정도다. 송 위원장을 격려하기 위해 큰 박수를 보낸다”며 인사말을 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제가 왜 이러는지 아실 거다. 민주당이 송 위원장을 지킨다고 말씀 드린다”며 당 차원에서 지원에 나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2일 성명을 내고 “송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할 듯이 발언은 삼권분립과 법치주의 헌법적 가치를 무너뜨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판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송 의원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도민 여러분께 염려를 끼쳐 드리게 돼 죄송하다.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 재판부의 공정한 판결을 기대한다”고 짧게 말했다.

박 의원의 이른바 `송재호 지키기` 발언에 대해서는 “저도 뉴스를 보고 알았다. 그 분의 생각을 이야기 한 것으로 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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