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혜영 작가가 새 시집 《미역 짐 지고 오신 바다》(한그루)를 펴냈다.

책은 ▲1부 고향-바람의 언덕 ▲2부 어머니-구덕 속에 크는 바다 ▲3부 바다-바람을 제 편에 두고 ▲4부 나-나도 해초였구나까지 70여편을 빼곡하게 담았다.

저자는 1958년 어머니가 부산 기장에서 원정 물질을 하던 중에 태어났고, 성산읍 바닷가 신양 마을에서 자란 본인 경험을 시 한 편 한 편에 녹여냈다. 그 중에서도 90세까지 바다에 살면서 자녀를 키운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은 더욱 각별하다.

미역 짐 지고 오신 바다
고혜영

새벽부터 미역 짐 지고 큰딸 집에 오신 바다
여섯 시 삼십 분 출발 버스 타고 오신 바다
팔십 생 바다 양식을
툇마루에 내린다

내일이면 어버이날 미리 챙겨 오신 바다
일 년에 꼭 한 번은 대접받고 싶다시는…
몇 날을 바다에 나가
미역 줄기를 땄을 거

어머니의 바다 밭은 일곱 식솔 창고란다
소라미역전복 따서 자식 공부시킨 바다
성산포 섭지 바당에
노을빛이 더 붉다

책 해설을 쓴 고정국 시인은 “오늘 고혜영 시인이 만나고자 하는 바다는 해수욕이나 낚시 등의 관광 차원이 아니다. 더구나 김순이 시인이 노래한 ‘제주바다는 소리쳐 울 때 아름답다’라는 낭만의 바다도 아니다. 바로 ‘숨비역 숨 곳곳허’는 5, 60년대 바다, 바로 어머니의 바다”라고 설명했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3년 전 아흔의 어머니는 칠십 년의 물질 생활을 은퇴하셨다. 언제부터인가 그 섭지 바다가 삼장 육구 시조 정형률로 이 여식의 가슴에 울렁거리기 시작했다”면서 “모처럼, 시조라는 문학 장르를 통해 어머니 삶, 더 나아가 해녀들의 삶을 노래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고 차분한 소감을 남겼다.

고혜영은 서너 살 때부터 신양리에서 자라 고등학교를 마쳤다. 결혼 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30년 간 농협 직원으로 근무, NH농협은행 지점장으로 은퇴하고 틈틈이 문학공부를 하면서 2016년 한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하나씩 지워져 간다》, 사진집 《제주시 중산간 마을》(공저)와 《서귀포시 중산간 마을》(공저)가 있다. 현재 사진과 글로 제주를 기록하는 일과 글 쓰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127쪽, 한그루,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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