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수업나눔축제 이틀차, 초등교사 다양한 고충 소개

"사실 요즘은 교사로서의 정체성에 많은 혼란을 겪고 있었어요. 좋은 콘텐츠가 유튜브에 가득가득 있고, 전담과목 외에 과목들을 모두 담당하는 제가 그보다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없겠죠. 수업 자료를 만드는 데에서도 한 없이 부족함을 느끼는데, 수업 중 태도나 생활지도에서는 더 큰 부족함을 느낍니다. 언론에서는 교사들의 나태한 모습만 콕콕 꼬집어 비난하니 또 힘들어요."

"전담교사 및 방과후 업무를 맡고 있는 교사입니다. 올해 전담을 자발적으로 맡게 되면서 아이들에게 제가 가진 해당 과목에 대한 지식을 나누고자 들뜬 저에게 원하지 않았던 방과후 업무가 같이 따라왔습니다. 업무를 진행하면 할수록 방과후 업무와 더불어 지원금, 장학금 등이 이뤄지며 업무량이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요즘에는 내가 교사인지, 교육 복지사인지, 행정실무원인지 헷갈리는 딜레마를 겪고 있어요."

코로나19가 덮치고, 더욱 힘겨운 나날들을 극복하고 있는 제주 일선 학교 현장의 교사들. 그간의 고충과 속내를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서로간에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됐다.

제5회 제주수업나눔축제 라이브 방송 현장. ⓒ제주의소리
제5회 제주수업나눔축제 라이브 방송 현장. ⓒ제주의소리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주최로 지난 11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열리는 '제5회 수업나눔축제'의 두번째날은 도내 초등학교 교사들이 주인공이었다.

'변화의 길 위에서 수업 고민하기'라는 주제로 초등 교사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들을 허심탄회하게 공유하고, 더 나은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꾸려졌다.

비대면 온라인을 통해 중계된 이날 행사에서는 교사들이 경험한 보다 솔직하고 구체적인 고민들이 오갔다. 세계가 뒤집힐 정도의 큰 충격 속에서 한 사람의 교사로서의 자리를 지켜야 하는 내적갈등이 고스란히 표출된 자리였다.

온라인 수업에 능숙하게 대처하지 못한데 대한 자괴감, 수업 외의 업무량이 급증하면서 오는 피로도, 속사정을 알지 못한 외부에서 노골적으로 쏟아내는 따가운 시선 등이 주된 고충으로 소개됐다.

다만, 이날 행사는 고충만을 토로하기 위한 자리는 아니었다. 교사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해 나갔는지를 나누면서 배움과 성장의 방법을 함께 배워나갔다.

남광초 한지은 교사는 "처음에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고민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인터넷강의 강사도 돼야했고, 유튜버이자 IT전문가까지 돼야 했다. 이렇게 노력해도 아이들의 학력격차와 기초학습에 대한 고민은 계속됐고, 마음 속에는 물음표가 점점 커져만 갔다"고 말했다.

한 교사는 "온라인 수업도 결국 배움과 성장을 추구하는 것인데, 무엇이 빠졌던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바로 평가와 피드백이 부족했따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학생 개인에 맞게 성취를 유도하고, 성장과 발전의 피드백을 해야 하는데 직접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부분이 가장 힘들었다"고 고민을 공유했다.

제5회 제주수업나눔축제 라이브 방송 현장. ⓒ제주의소리
제5회 제주수업나눔축제 라이브 방송 현장. ⓒ제주의소리

이어 "고민 끝에 수업과 평가를 이분화시켰다. 평가계획을 수립해 지침을 제시했고, 등교 수업과 온라인 수업 기간을 병행하는 기간 중에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부분들을 반영하도록 조정했다. 평가영역도 성취기준을 조절하면서 미비점을 정리해 나갔다"고 해법에 대한 힌트를 소개했다. 한 교사는 "평가방식 변화에 대한 공유도 필요하고, 피드백도 어떤 방식이 효과적인지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도남초 김태훈 교사도 실시간 콘텐츠 도입 과정에서의 고민을 함께 나눴다.

김 교사는 "화상수업에 서툴러서 설명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게 됐고, 아이들 역시 점점 화상수업에 피곤함을 느꼈는지 한번 꺼진 카메라는 다시 켜질지 몰랐다. 아이들의 표정도 점점 웃음기가 사라지는 것 같았다"며 "화상수업을 진행해 본 선생님이라면 이런 위기를 한번쯤 겪으셨을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그는 "수업 자체에 고민에 초점을 두기 시작했고, 우리반 친구들이 즐겁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놀이와 도구, 교사-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주자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며 직접 기획했던 퀴즈 프로그램과 학생들 간의 생각을 공유하는 패들릿 도입 사례 등을 소개했다.

김 교사는 "다행히 아이들은 다시 학교에 나오고 있고 등교수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언제 또다른 위기와 변화의 상황이 우리 앞에 오게될 지 알 수 없다. 변화는 가슴 설레는 일일 수도 있지만 늘 어려움이 따르는 일"이라며 "변화의 주체가 나였을 때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변화에 맞서게 되는 것 같다. 함께할 동료 선생님들을 응원한다"고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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