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재심청구인 9명 전원에 무죄 재판부에 요구...12월7일 선고 ‘무죄 가능성 높아’

16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제주4.3 생존수형인 재심 사건에  대한 사상 첫 검찰의 무죄 구형이 이뤄진 직후 재심청구인과 유족들이 법원 앞에서 소감을 전하고 있다.
16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제주4.3 생존수형인 재심 사건에 대한 사상 첫 검찰의 무죄 구형이 이뤄진 직후 재심청구인과 유족들이 법원 앞에서 소감을 전하고 있다.

“검찰의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구형합니다”

[제주의소리]가 지난해 창간 15주년을 맞아 연중기획 보도한 [생존수형인 4.3을 말하다]의 당사자들에 대해 검찰이 무죄를 재판부에 요구했다. 4.3재심 무죄 구형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지방검찰청은 16일 내란실행과 국방경비법 위반 등의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김두황 할아버지 등 4.3생존수형인 8명에 대한 재심사건 결심 공판에서 무죄를 구형했다.

재심 개시 결정이후 처음 열린 공판이었지만 재판부는 고령의 재심청구인과 유족들의 상황을 고려해 사전에 검찰과 변호인의 최종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받아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현장에는 심문 과정에서 운명을 달리한 故송석진 할아버지와 故변연옥 할머니를 제외한 생존수형인명과 유족들이 직접 참석해 재판 전 과정을 지켜봤다.

최종 의견에서 공판검사는 “피고인들의 체험을 전해 듣고 문헌을 검토하면서 이전에는 몰랐던 4.3의 역사적 의미와 도민들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 많이 배우고 느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제주 인구의 10분의 1인 2만5000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엄청난 비극이 2년간 공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됐다”며 집단 학살이 이뤄진 교래리와 토산리, 와흘리 마을을 직접 언급했다.

더욱이 동굴에서 질식사한 코흘리개와 노인들, 수십 년간 가족을 잊고 숨죽여 흐느껴 왔을 수많은 가족의 눈물이 뒤범벅이 된 땅이 제주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검찰은 “4.3 여러 이념적 논란을 떠나 해방후 혼란 속에서 운명을 달리한 도민들의 아픔은 누구도 부정 못한다. 늦었지만 상처와 눈물로 버텨온 지난 아픔이 치유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판결문과 소송기록이 존재하지 않지만 보도연맹과 여순사건에서 공소사실의 기준을 완화해 재판을 한바 있다.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무죄 구형 이유를 밝혔다.

앞선 2018년 10월 열린 4.3생존수형인 첫 재심 재판에서 검찰은 재판 기록이 없어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못한 만큼 공소제기 자체가 무효라며 공소기각을 재판부에 요구했었다.

공소기각은 형사소송법 제327조에 따라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에 위반해 무효일 경우 재판을 그대로 끝내는 절차다. 이 경우 검찰 스스로 70년 전 공소제기 문제를 인정한 상황이 된다.

2019년 1월 법원이 이를 받아들면서 역사적인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졌지만 올해 보도연맹과 여순사건 재심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해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못하면 형사소송법에 따라 공소사실에 대한 유무죄를 판단하기 어렵지만 내란실행 등 과거사 사건에 대해서는 기준을 완화해 공소사실 완성된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검찰은 생존수형인 재심청구인 중 유일하게 일반재판을 받아 판결문이 존재하는 김두황 할아버지에 대해서도 무죄를 구형했다. 

공판검사가 재판부를 향해 무죄를 요구하자 재심청구인과 유족, 방청석에서는 환호와 함께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공판검사는 “피고인의 경우 판결문 존재해 기존 군법회의 4.3재심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다만 별다른 소송기록이 없어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 구형 배경을 설명했다.

검찰의 무죄 구형에 대해 변호인은 기존 의견대로 검찰의 공소 자체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공소기각을 재판부에 요구했다.

변호인측은 “무죄나 공소기각 모두 피고인의 권리구제에는 차이가 없다. 다만 당시 재판이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총체적 불법행위였다는 점을 고려해 공소기각을 요청한다”고 설명했다.

양측의 의견을 청취한 재판부는 12월7일 오전 9시40분을 선고일로 정하고 유무죄를 판단하기로 했다. 무죄 선고시 검찰과 변호인 모두 항소를 하지 않은 채 판결이 확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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