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질문] 원희룡 지사 “대선출마 선언하게 되면 제대로, 형식 갖춰서 하겠다”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대권도전 행보가 민선 7기 후반기 첫 도정질문에서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일단 지사직을 유지한 채 경선에 참여하겠다는 원 지사의 태도에 대해 “그렇다면 대권 도전에 실패하면 다시 도지사선거에 나오겠다는 것이냐”는 추궁이 이어졌지만, 원 지사는 “왜 지금 시기에 그런 질문에 답변해야 하느냐”며 예봉을 피해 나갔다.

제주도의회 김희현 의원(일도2동을, 더불어민주당)은 17일 원희룡 지사를 상대로 한 도정질문에서 “지사의 대권 행보와 관련한 말들이 많다. 언론에서는 (대선 도전과 관련해) 공식 선언했다고 하는데, 정확히 어떤 입장이냐”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원희룡 지사는 “그것은 언론에서의 해석이다. 언론에서는 온갖 것들을 물어본다.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하게 되면 제대로, 형식을 갖춰서 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대권행보에 따른 도정공백 우려와 관련해 “행정부지사와 기획조정실장은 행정사무감사 때 도정은 시스템으로 움직인다고 했다. 이에 동의하냐”고 따져 물었고, 원 지사는 “당연한 것이다. 핵심 현안에 대해서는 도지사가 챙기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그렇다면 송악선언은 무슨 의미가 있나. 지사가 없어도 시스템으로 움직이면 되는 것 아니냐”며 “그래서 송악선언도 대권행보의 일환으로 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서울본부와 제주연구원이 원 지사의 대권행보를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김 의원은 “서울본부에 국회협력부, 대외협력부라는게 있는데, 부장이 4급이다. 그런데 조직도를 보면 점선으로 되어 있다. 직제에 없기 때문”이라며 “서울본부는 보좌진이 아니다. 지사가 재량권을 남용해 편법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7일 속개된 제주도의회 제389회 제2차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원희룡 지사를 사애로 도정질문을 하고 있는 김희현 의원(뒷모습). ⓒ제주의소리
17일 속개된 제주도의회 제389회 제2차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원희룡 지사를 사애로 도정질문을 하고 있는 김희현 의원(뒷모습). ⓒ제주의소리

원 지사가 “위법 사항이 있다면 바로잡겠다”고 답변하자, 김 의원은 “이번 정례회에서 조직개편안을 다룰 예정인데, 서울본부는 폐지하든 축소하든 해야 할 것 같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감사위원회에 정식으로 (감사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제주연구원과 관련해서도 “연구원이 기본소득과 관련해서 서울에서 3번이나 토론회를 개최했다. 서울본부는 지사의 축사를 중심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연구원은 또 토론내용을 가지고, ‘제주형이 낫다’고 도지사 띄우기에 나선다. 이렇게 해서 연구원이 공정성,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보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원 지사는 “경기연구원은 어떻게 하는지 한번만 비교해달라”며 즉답을 피했다.

원 지사의 대권도전 이후 행보로까지 질문이 이어지자 목소리가 점점 커지며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의원은 “(지사께서는) 도민만 바라보겠다, 임기 중에 무소속을 유지하겠다 등의 약속을 했는데, 전부 거짓말이 됐다”며 “대선행보 하지 말라고 하지 않겠다. 다만, 도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아직까지는 올인하는 것은 아닌 것이죠. 2022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것이냐. 그것도 그 때 가봐야 아는 것이냐”라고 추궁했고, 원 지사는 “왜 제가 지금 그것에 대해 답변해야 하느냐”고 맞섰다.

김 의원이 거듭해서 “대권 도전에 실패하면 다시 도지사선거에 나오겠다는 것이냐”고 추궁하자, 원 지사는 “그렇게 상황을 의원님 잣대로 규정하지 말라”고 되받았다.

그러자 김 의원은 “대선에 올인해도 좋다. 대신 도정 공백이 생기기 때문에 지금 사퇴하라고 하지는 않겠다”며 “단지 2022년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하는 게 최소한의 제주도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냐”고 압박했다.

이에 원 지사는 아칸소주 주지사 출신의 빌클린턴 미국 대통령 얘기를 꺼내면서 “대선에 출마하는데, 풍찬노숙해라. 왜 워싱턴에 가려느냐라고 할 때 주지사 소임을 소홀했다면 미국대통령이 아니라 주지사로서 자격도 없다”며 “도지사로서 코로나19나 경제위기 잘 넘기고, 제가 오면서 벌어졌던 제2공항, 난개발 차단 등 도지사 선에서 매듭지어야 할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다할 것이다. 소홀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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