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월동하던 독수리, 최근 몇년 사이 계절 관계 없이 제주에서 발견돼

김기삼 작가가 2016년 10월6일 제주시 구좌읍 다랑쉬오름에서 촬영한 독수리. ⓒ 김기삼 작가 제공.
김기삼 생태사진 작가가 2016년 10월6일 제주시 구좌읍 다랑쉬오름에서 촬영한 독수리 2마리. ⓒ 김기삼 작가 제공.

최근 ‘하늘의 왕’ 독수리가 제주에 둥지를 튼 것으로 추정돼 관련 전문가 등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243-1호인 매목 수리과 독수리는 지중해 서부와 아시아 동부에 걸쳐 서식하는데, 겨울을 나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기도 하는 맹금류다.

제주에서 겨울을 보낸 독수리는 3~4월이면 몽골이나 티베트 등 기존 서식지로 돌아가는 습성이 있다. 평균 수명은 40년이며, 70년 넘게 산 개체가 있다는 기록도 있다.  

제주에서는 1970년대 발간된 ‘야생조류실태조사보고서’에 1968년 3월20일 성판악에서 독수리 1개체가 발견됐다는 최초 기록이 있다. 

1970년대 이후 독수리를 발견했다는 기록이 없다가 2000년 겨울 제주에서 독수리 10여마리가 목격돼 당시 언론은 물론 학계와 도민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기고 했다.  

[제주의소리]가 다양한 경로로 취재한 결과, 겨울에만 보이던 독수리가 최근 몇 년 사이 계절 관계없이 발견되고 있다. 

2018년 1월 조천읍에서 독수리 4개체가 확인됐고, 지난해 9월에는 다랑쉬오름에서 2개체가 발견됐다. 또 올해 5월에도 애월읍 상공에서 독수리 1마리가 확인됐다. 

김기삼 작가가 2016년 10월6일 제주시 구좌읍 다랑쉬오름에서 촬영한 독수리. ⓒ 김기삼 작가 제공.
김기삼 작가가 2016년 10월6일 제주시 구좌읍 다랑쉬오름에서 촬영한 독수리. ⓒ 김기삼 작가 제공.

독수리는 기력이 쇠한 동물을 사냥하기도 하지만, 주로 죽은 동물 사체를 먹는 습성 때문에 영역이 매우 넓다.

넓은 영역을 돌다 죽은 동물 사체를 발견하면 먹는데, 한라산을 비롯해 애월읍, 구좌읍 등 제주 곳곳에서 독수리가 목격되는 이유다. 

독수리는 제주에서 노루나 방목된 소와 말의 사체 등을 주로 먹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번식 활동이 확인되지 않아 단정할 수는 없지만, 독수리가 제주에 둥지 틀었을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다. 

독수리가 제주에 자리 잡은 것은 매우 특이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비슷한 사례로는 중국과 베트남 일본 등에서 서식하는 물꿩과 검은이마직박구리 등 조류가 월동을 위해 제주를 찾았으나, 최근에는 기존 서식지로 돌아가지 않고 제주에서 번식해 텃새화되고 있다.  

김기삼 작가가 2016년 10월6일 제주시 구좌읍 다랑쉬오름에서 촬영한 독수리. ⓒ 김기삼 작가 제공.
김기삼 작가가 2016년 10월6일 제주시 구좌읍 다랑쉬오름에서 촬영한 독수리. ⓒ 김기삼 작가 제공.

물꿩과 검은이마직박구리의 경우 제주보다 더운 지역에서 살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높아지면서 제주까지 서식지를 넓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달리 독수리는 기후 변화를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 추운 지방에 서식해왔기 때문에 기후변화가 원인이라면 제주가 아니라 북쪽 추운 지방으로 이동했어야 했다. 

올해 제주도 맹금류 학술조사 보고서 ‘제주 바다를 누비는 매(김완병·김기삼·조영균)’를 냈으며, 제주 독수리를 예의주시해온 김완병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한국조류학회 이사)와 김기삼 생태사진 작가(제주섬문화연구소 이사장)는 독수리가 제주에 서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기삼 작가는 “제주에서 겨울에만 보이던 독수리가 최근 몇 년 사이 계절 관계없이 발견되고 있다. 봄·가을에도 독수리가 발견되면서 제주에 둥지를 틀었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수리 2마리가 붙어 다니는 모습이 최근 자주 목격되는데, 이전에 촬영했던 사진 등과 비교했을 때 날개 모양 등이 거의 같아 동일 개체로 보고 있다. 이를 토대로 독수리 2마리가 제주에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완병 학예연구사는 “4월쯤이면 몽골 등 기존 서식지로 돌아가야 하는데, 독수리가 제주 환경에 적응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0년에 제주를 찾았던 10여마리의 독수리 중 일부 개체가 최근 제주에서 자리 잡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제주에는 노루 등이 있어 독수리에게 먹이 조건이 불리하진 않다. 다만, 아직 번식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람의 손길을 최소화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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