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질문] 원희룡 “섬 정체성 유지의 문제…제2공항 결론나기 전 논의 자체 부적절”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여권의 유력한 대선후보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전남도지사 당시 공약이었던 ‘제주-전남 해저터널 건설사업’에 대해 “지금은 논의 자체가 적절치 않다”며 그 동안 유지해왔던 ‘반대’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원희룡 지사는 18일 속개된 제389회 제2차 정례회 제3차 본회의에서 이경용 의원(서홍․대륜동, 국민의힘)의 제주-전남 해저터널에 대한 입장을 묻는 도정질문에 이 같이 답변했다.

이경용 의원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송재호)이 언론인터뷰에서 정부의 해상물류비 지원이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제주-전남 해저터널 건설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며 “현 정부 실세가 왜 해저터널 의제를 꺼냈는지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전남도지사 출신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선거에 나서게 되면 핵심공약으로 제시할 게 뻔하고, 만약 대통령이 되면 국책사업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제주의 미래가 걸린 제주-전남 해저터널을 우리 도민들은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이경용 의원. ⓒ제주의소리
이경용 의원. ⓒ제주의소리

이 의원은 또 “제주는 섬이다. 해저터널이 건설되면 제주는 섬이라는 정체성을 잃고 말 것이다. 결국 전남도의 부속섬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제주-전남 해저터널에 대한 원희룡 지사의 견해를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원희룡 지사는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섬이라는 정체성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이는 제주도민들의 주권적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누가 제주를 일반적으로 육지와 터널로 연결하라, 말라 할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해저터널 건설비용이 20조원 정도다. 실제 시작되면 건설비용이 얼마나 더 늘어날지 모른다”며 “제주도는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이다. 제2공항 문제에 대해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인데, 지금 논의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제주-전남 해저터널 사업은 목포-해남 지상 66㎞, 해남-보길도 교량 28㎞, 해저터널 73㎞ 등 총 167㎞의 철로를 건설해 목포와 제주를 잇는 것이다.

2011년 한국교통연구원 조사 당시 총사업비 16조8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비용 대비 편익(B/C)이 1에 훨씬 못 미쳐 사업이 추진되지 않았다.

한편 같은 당 소속인 원희룡 지사와 이경용 의원은 제주-전남 해저터널에는 ‘반대’ 입장에 손발이 맞았지만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해서는 엇박자를 냈다.

이 의원이 “어제 도정질문 때 지사께서 기초자치단체 부활이 답이라고 했는데, 언제까지 행정체제 개편 논의만 할 것이냐. 지금은 논의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라며 7단계 제도개선 과제로 추진 중인 ‘행정시장 직선제’ 관철에 행정력을 모을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원 지사는 “지금의 행정체제는 2006년 주민투표에 의해 바뀌었다. 이를 다시 바꾸기 위해서는 주민투표, 또는 이에 준하는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결정돼야 한다”며 “주민 공감대, 의사결정이 안 이뤄진 상태라면 현행 체제로 가면서 근본적인 방안을 모색하는게 맞다고 본다”고 결이 다른 답변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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