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지금 제주는] (44) 도민참여단 의견 대부분 제외, 논란 개발 여전히 담겨

최근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수립용역 중간보고가 있었다. 제2차 종합계획의 만료 기간이 내년으로 다가오면서 3차 종합계획이 수립 중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은 제주 최상위 법정계획으로 제주의 경제·사회, 문화, 자연환경 등 지역의 전 부문에 대한 기본방향을 제시하는 10년 단위의 종합계획이다. 그런 만큼 도민의 의견과 지역사회의 환경변화를 반영한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계획으로 수립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번에 중간발표한 3차 종합계획은 그 위상과 계획수립의 취지에 전혀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도민의 의견과 기대에도 훨씬 못 미치는 계획으로 평가된다. 지난 종합계획에서 지적되었던 시장주의와 개발 중심의 계획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최근 원희룡 지사의 청정제주 송악선언의 행보와도 크게 어긋나는 것이다.

출처=국토연구원 유튜브.
제주특별법 제정 30년을 맞는 내년 또다시 개발주의에 물든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을 마주하게 될까 걱정이다. 출처=국토연구원 유튜브.

3차 종합계획의 악수는 기존 계획에 대한 냉철한 평가 부재에서 시작된다. 이번 종합계획 수립용역을 맡은 연구진은 중간보고에서 기존 계획의 평가 과정과 결과를 제시했다. 내용을 보면 평가단의 범위와 분별력 낮은 평가지표의 선정도 문제거니와 변화된 국·내외 환경과 도민여론을 반영한 평가도 없었다. 사업 중심의 평가 역시 새로운 계획의 방향성을 재정립하는 데에는 부적절한 방식이었다.

연구진은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도민참여단을 모집하여 운영하였다. 참여한 도민들은 제주의 핵심가치로 ‘제주다움’, ‘환경’, ‘삶의 질’을 꼽았다. 정책이슈로는 주거부문에서 무분별한 도시확장을 지양할 것을 제시했고, 산업관광부문에서 개발과 보존 조화와 지역 특성에 맞는 관광산업을 제시했다. 대중교통 이용자 지원과 난개발 지양, 환경농업 활성화, 그리고 청소년 인권·교육·복지 강화 등이 제시되었다. 하지만 연구진이 제시한 추진계획에는 도민참여단이 제시한 핵심이슈들 대부분이 제외됐거나 일부는 추상적인 문구로 곁들여 있을 뿐이다.

비전으로 제시한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스마트 사회, 제주’라는 수식어와 피수식어의 부자연스러운 표현은 종합계획의 전략과 계획이 상충하고 부적절한 내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종합계획의 목표와 전략은 환경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표현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정작 전략별 추진계획은 공급 위주의 개발확대에 방점을 찍는다. 개발주의로 회귀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인구변화에 대응하는 도시관리 계획을 보면 정주인구 및 관광객 증가에 따라 주택가격·지가 상승, 새로운 개발수요 대처방안 필요성 등 도시문제의 증가를 진단하면서 이에 대응한 계획과제로 공항 배후도시, 영어교육도시 등 외곽지역 신시가지 개발지역의 공급계획 마련을 제시한다. 수요관리정책은 부재한 채 도시를 확장하는 계획이 인구증가에 따른 도시문제의 합리적 관리정책으로 적절한지 의문이다. 

관광으로 인한 지역사회의 피로도 증가라는 핵심이슈에 대처하는 계획과제도 납득하기 어렵다. 관광문제로 지역사회의 피로도가 증가한다는 것은 과잉관광으로 인해 주민들의 생활환경이 악화되고, 삶의 질이 저하되면서 나타나는 결과이다. 그런데 연구진이 제시한 계획은 “지역주민이 함께하는 치유관광목적지 구현”, “지역사회 치유와 함께하는 지역관광체계 구축” 등 어법도 불분명한 이해할 수 없는 표현으로 일관한다. 인과관계도 맞지 않는 이러한 계획들을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만들었다는 것이 놀랄 수밖에 없다.

수자원의 수요 증가에 대응한 계획과제로 상수도 수원과 농업용수 수원을 단일화하여 필요에 따라 공급한다는 제주형 통합 물 관리 체계 구축도 문제다. 이는 개발수요 증가에 따라 물 공급 확대가 필요해지자 이에 대처하기 위해 농업용 지하수를 상수도 겸용으로 이용하겠다는 발상이다. 중산간 지역은 상수도 공급이 제한적이고, 지하수 개발도 까다로운 상황으로 그나마 난개발을 막는 효과를 보고 있다. 하지만 농업용수를 상수원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결국 중산간의 무분별한 건축행위와 각종 개발행위가 난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수자원의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계획은 수요관리를 통한 수요 억제가 우선 계획과제로 적용되어야 하지만 종합계획에서는 이를 무시하고 개발 중심의 계획으로 가고 있다.

개발 중심의 계획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올해 초 제주도는 오리온 용암해수의 시장판매를 허용하지 않겠다며 갈등을 빚은 바가 있다. 하지만 종합계획은 이와 정반대의 행보로 용암해수를 활용한 기능성 음료 제품개발 및 기업육성을 미래산업혁신 역량 제고 전략으로 제시한다. 또한 ‘세계교육 증진을 위한 교육 인프라 확충’을 8대 전략의 하나로 제시하며 그 중심 과제는 영어교육도시 확대에 초점을 맞춘다. 그 어디에도 도민참여단이 제시한 청소년의 인권과 교육·복지 강화 계획은 없다.

종합계획에서 제시하고 있는 핵심사업도 가관이다. 기존 사업 중 8대 핵심사업을 추리고 있는데 중문관광단지 확충, 쇼핑아울렛, 제주헬스케어타운, 외국교육기관 제주캠퍼스타운 등 논란이 되어 온 사업들이 고스란히 포함되어 있다. 새로운 10대 핵심사업 역시 현재 논란이 일고 있는 제2공항 건설을 전제로 한 개발사업을 제시하며 또다시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연구진은 종합계획의 목적으로 인구변동과 저성장시대, 고령화 사회, 4차 산업혁명 등 도시 전반에 걸친 여건변화에 선제적인 대응을 위한 계획이라고 밝힌다. 하지만 종합계획의 내용 그 어디에도 이러한 목적이 반영된 점을 찾기 어렵다. 목표와 전략은 화려한 미사여구로 포장하고 실제 실행계획은 개발시대의 낡은 사고에 기반한 계획들로 채워져 있다. 의견수렴의 과정으로 진행된 도민참여단 운영결과 제시된 의견들도 계획에 반영되지 못한 채 사장되고 말았다. 제주특별법 제정 30년을 맞는 내년 또다시 개발주의에 물든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을 마주하게 될까 걱정이다. / 이영웅·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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