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後] (5)유족 측 "병원 터무니 없는 합의금 제시"...병원 측 "재판 과정 지켜 봐야"

 [소리後]는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비중있게 보도했던 뉴스에 대한 '뉴스 AS(애프터서비스)' 코너입니다.  이전에 보도된 기사와 관련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끈질기게 파헤치겠습니다. / 편집자 

 

제주 모 종합병원에서 항생제 주사를 투약받은 직후 숨진 故 장 모군이 안치된 양지공원. 사진=유족 <br>
제주 모 종합병원에서 항생제 주사를 투약받은 직후 숨진 故 장 모군이 안치된 양지공원. 사진=유족 

"두돌배기 아이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을 거뒀어요. 부검 결과에서도 사인이 항생제 때문이라고 명확히 드러났고요. 그런데 1년 넘게 병원 측이 태도는 마치 해볼테면 해보라는 태도에요. 너무하지 않습니까.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로선 병원측의 아이를 두번 죽이는 태도에 분노가 치솟습니다."

지난해 8월 제주시내 모 종합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던 중 갑자기 숨진 지훈이(당시 2세, 가명)를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 (주인 잃은 영정 앞 뽀로로 인형...25개월 아들의 황망한 죽음 / 2019년 8월26일 보도) 

당시 두돌배기에 불과했던 지훈이를 황망히 보낸 유족들은 아이를 떠나보낸지 벌써 한 해를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병원과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며 눈물을 훔쳤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8월, 지훈이가 생후 25개월 되던 때였다. 벌레에 물렸는지 이마의 붓기가 얼굴 전체로 퍼지자 집 근처 종합병원에 아이를 데려갔고, 병원의 권유로 인해 입원 후 항생제 주사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입원 치료 이튿날 새벽, 지훈이가 갑자기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면서 피부가 푸른색을 띄는 '청색증' 증세를 보이며 응급실로 실려갔다. 유족들이 기억하는 지훈이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지훈이가 세상을 떠난 직후,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이 실시됐고, 그 결과 지훈이의 사망원인은 '항생제(세포탁심) 주사에 의한 과민성 쇼크'로 판명됐다. 특히 당시 병원 간호기록지, 의사지시기록지 등에도 지훈이가 구토를 했던 증세 등에 대한 기록이 누락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유족들은 지훈이가 이상 증세를 보였을 당시에도 병원 측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 같은 정황을 종합해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A종합병원 소아과 의사와 간호사 등 3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현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제주지역 모 종합병원에서 항생제 주사를 투여받은 후 숨진 장 모군의 분향소. 영정사진 대신 장 군이 평소 아꼈던 뽀로로 인형 등이 놓여있다. ⓒ제주의소리
지난해 8월 제주지역 모 종합병원에서 항생제 주사를 투여받은 후 숨진 장 모군의 분향소. 영정사진 대신 장 군이 평소 유난히 좋아했던 뽀로로 인형이 대신 놓여있다. ⓒ제주의소리

그러나 병원 측은 그 이후에도 과실을 인정하지 않은 채 고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 유족 측의 주장이다.

지훈이의 아버지 장모씨는 "아이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귀하고 어린 생명이 느닷없는 의료사고로 가족 곁을 떠났다. 옹알이 하는 아이를 떠올리면 지금도 눈물만 쏟아진다. 그래도 끝내야 할 일이기에 병원 측을 만나왔는데, 형사조정 과정에서 병원 측이 너무 터무니 없는 합의금을 제시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장씨는 "어떤 부모가 숨진 자식을 두고 돈으로 합의하고 싶나. 눈에 밟히는 어린 자식을 억울하게 떠나보내고 억만금을 받으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 그런데 성의를 다할 것 처럼 했던 병원의 태도가 이 사고가 일년이 지나면서 잠잠해지니 이젠 해볼테면 해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어린 자식이 억울하게 눈을 감았는데 병원이 푼돈 같은 합의금을 제시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병원 측이 제시한 합의금이 유사한 의료사고 선례에 비춰 말도 되지 않는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 유족과 법률대리인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병원 측은 처음에 제시했던 합의금에서 절반 가량이나 더 낮게 제시하고 있다는 것.

장씨는 "아이가 위급한 상황에서 수술을 받다가 잘못된 것이라면 차라리 이해라도 하겠다. 단순 입원해서 주사를 맞다가 숨진 것이고, 부검 결과도 병원측의 과실이 명확하게 드러난 상황"이라며 "대형 병원과 이런 싸움을 이어가야할 지 꿈에도 몰랐다. 먼저 간 아이에게 미안하고 억울할 따름"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유가족 측의 법률대리인은 "그동안 숱한 사망사건을 맡으며 가해자 측에도, 피해자 측에도 서봤지만 병원이 제시한 합의금은 애초부터 터무니없는 단위였고, 시간이 흐르면서 금액을 더 낮추는 있을 수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라며 "과실 여부에 대한 검찰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 전이기 때문에 이런 비상식적 태도를 보이는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올해 4월 검찰에 송치된 해당 사건은 조정 과정을 거쳐 재판에 넘겨질 예정이다. 

이와 관련 병원 측 관계자는 "관련 내용은 병원 재단에서 컨트롤 하고 있다. 공식적인 입장은 재판 이후에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재단 측의 자세한 입장을 전하려 했으나 병원 관계자는 재단과의 연결도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유족 측에 제안했었던 금액은 조정 초기에 제시했던 금액으로, 병원의 책임 여하를 떠나 도의적 차원에서 제시한 것 뿐"이라고 짧게 답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