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세계유산본부-국립제주박물관, 탐라순력도 가치 재조명 학술세미나

출처=제주도청.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와 제주국립박물관은 20일 제주국립박물관 대강당에서 ‘탐라순력도의 문화재적 가치 재조명을 위한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출처=제주도청.

18세기 제주의 정치, 군사, 경제, 생활, 문화 풍속 등을 상세히 기록한 탐라순력도. 오늘 날 제주에 대한 달라진 인식에 힘입어 탐라순력도의 가치가 더욱 커진다는 분석이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와 제주국립박물관은 20일 제주국립박물관 대강당에서 ‘탐라순력도의 문화재적 가치 재조명을 위한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보물 제652-6호로 지정된 '탐라순력도'의 연구 성과를 재고찰하는 동시에, 국보 승격의 타당성 확보와 공감대 확산을 위해 마련됐다. 앞서 세계유산본부는 지난해 말 탐라순력도 국보 지정 신청서를 문화재청에 제출한 바 있다.

세미나는 탐라순력도의 ▲지도학적 의의(발표 오상학, 토론 김기혁) ▲역사적 가치(김동전, 신병주) ▲화풍적 특징과 회화사적 가치(강영주, 고연희) ▲3성 9진의 시설물(신석하, 김동욱)을 차례로 조명했다. 끝으로 문화재청 근대문화재분과 문화재위원을 맡고 있는 이광표 서원대 교수가 총 정리하는 취지로 ‘탐라순력도의 문화재적 가치와 활용 방향’을 제언했다.

이 교수는 탐라순력도의 문화재적 가치를 ▲기록화 ▲지도 ▲역사자료 ▲인문지리까지 네 가지로 분류했다.

기록화로서는 “지방관의 순력을 체계적으로 묘사한 순력 기록화로서는 유일하게 현존하는 작품”이라며 “18세기 제주의 도시 공간 모습과 삶의 풍속을 사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기록화의 본질을 잘 구현했다”고 평가했다.

지도화로서는 “탐라순력도와 함께 묶인 도면식 지도 ‘한라장촉’은 현존하는 제주도 지도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제주를 바라보는 당대의 인식이 담겨 있다”며 “남쪽을 지도의 상단에 배치한 것은 당대 국정을 다스리는 국왕의 시점을 반영했다. 제주도를 중심에 두고 주변 도서를 24방위로 표기한 것은 이형상 개인의 ‘제주 중심 지리관’에 그치지 않고 18세기 제주 인식의 한 단면”이라고 설명했다.

역사자료 가치는 “41면 가운데 군사훈련, 방어시설에 관한 것이 17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당시 제주지역이 군사적 요충지로 중요한 위상을 갖고 있었음을 반영한 것”이라며 “진상품·공물·신당 훼철 등은 중앙 정부와 지방관 관료의 백성 통제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당시 종교 신앙 상황과 정책 등에 대한 소중한 자료”라고 강조했다.

출처=제주목관아 홈페이지.
탐라순력도 별방시사. 1702년(숙종 28) 11월 1일에 순력 도중 별방진에 들러 머물면서, 활쏘기를 장려하기 위해 시행하는 활쏘기 시험장면을 그린 것이다. 성 안에서는 두 가지 일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한 편에서는 활쏘기 시험이 실시되고 있고, 또 한편에서는 우마의 점검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출처=제주목관아 홈페이지.

인문지리적 가치는 “건축과 도시 구조, 의례와 각종 행사, 사람들의 복식 등 18세기 제주지역의 인문지리적 정보를 풍부하게 담고 있다”면서 “제주지역 3읍성, 9진성, 38연대 25봉수의 실체를 파악하고 복원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자료들이다. 무형의 전통문화를 복원하고 활용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 교수는 탐라순력도가 가진 지역성이 시대의 변화와 맞물려 보편성을 띈다고 해석했다.

예를 들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성산일출봉 등 제주 명소와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제주해녀문화를 고려할 때, “탐라순력도의 제주 풍경과 제주 풍습은 제주의 지역성을 반영하는 것이자 인류 보편성의 한 측면을 획득하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 교수는 “회화사, 미술사, 제주지역의 경제사·생활사·복식·의례 의장물 연구, 문화재 복원 등에 활용하는 단계까지 나아갔다”며 “탐라순력도는 1970년 보물로 지정됐지만 그 존재 의미와 가치에 대해 적극 주목한 것은 2000년 전후다. 그 동안 현재적 관점, 수용자 관점이 적극 반영돼 탐라순력도의 가치는 크게 제고됐다”고 설명했다.

또 “제주라는 지역 자체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관심에 힘입어 제주의 역사와 문화는 이미 지역 범주를 넘어서는 상황으로 진입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탐라순력도는 18세기 제주에 머무르지 말고 21세기 제주를 인식하는데 매우 유효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보 승격을 위해서는 지역성 측면, 지역성이 내포하는 보편성의 측면에 더욱 집중해 탐라순력도를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참고 대상으로 2018년 국보로 승격된 논산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을 들었다.

출처=제주목관아 홈페이지.
탐라순력도 귤림풍악. 망경루 후원 귤림에서 풍악을 즐기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날짜가 기록되어 있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 순력 일정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그림에 나타나는 열매의 색깔로 보아 과일이 익어가는 시기인 듯 하다.
귤나무들의 과일 색이 다른 것은 나무마다 품종이 다름을 표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출처=제주목관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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