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육청, 수능 앞두고 고3 등교수업 조기 중단...26일부터 시험장 전면 폐쇄

"친구들끼리는 '이 정도면 수능을 볼 수 있으니까 그래도 다행 아니냐'고 서로 위로하고 있습니다. 괜히 사상 최악의 세대라고 부르는게 아니거든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불과 보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잠잠해질만 하던 코로나19가 제주에서도 확진자 소식이 잇달아 나오는데 대해 묻자 수험생 정모(18)군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덤덤해하면서도, 자신과 같은 또래인 고3들이 불운한 세대임을 피력했다.

심경이 어떠냐는 물음에 "좋지는 않다. 불편하다"고 자조 섞인 답변을 한 정 군은 "수시로 갈지, 정시로 갈지 몰라 갈팡질팡하다가 '어차피 올해는 망했다'면서 벌써부터 재수를 준비해야겠다는 친구가 있을 정도"라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현재 고3 세대들은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작성한 2002년에 태어났다. 한편으로는 유년과 학창시절 내내 주요 감염병 사태를 겪은 비운의 세대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2009년에는 신종플루가 발발해 전국적으로 500여곳의 학교가 휴교했고, 중학교에 진학한 2015년에는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한 불안에 떨어야 했다.

전염병의 공포를 이겨내고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인생에 가장 중요한 시기로까지 일컬어지는 수험생이 된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극에 달하며 바이러스 잔혹사를 끊어내지 못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인해 수학여행 등의 추억을 남기지도 못했고, 바뀐 입시제도의 첫 적용 대상이 돼 혼란을 겪기도 했다. 02년생이 중1 떄 처음으로 자유학기제가 도입됐고, 2015년 개정교육과정 취지에 맞춰 올해 수능은 문과와 이과를 통합하는 새로운 체제가 적용된다.

스스로를 '사상 최악의 세대'라 자처하는 이유다.

당초 11월 19일 시행될 예정이었던 올해 수능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학사일정이 밀리며 불가피하게 2주 연기됐다. 12월에 치러지는 수능은 역대 최초다.

제주에서 올해 응시원서를 접수한 도내 수험생은 재학생 4979명, 졸업생 1403명, 검정고시합격자 172명 등 총 6554명이다. 졸업생과 검정고시 합격자 응시생은 각각 늘어난 데 반해 고3 재학생은 전년도에 비해 590명이나 줄었다. 학령인구의 감소 문제도 있지만, 코로나19의 여파도 만만치 않았다.

혹자는 '수험생 모두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경쟁 과정에서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지 않느냐'는 속 모르는 소리를 하기도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수험생들이 공정한 경쟁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나름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던 학생들은 자기주도학습이 몸에 베인 경우가 많아 큰 타격을 입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현장에서는 중위권 학생들은 학습 리듬이 크게 흔들리며 하위권으로 뒤처진 것으로 보고 있다.

보이지 않는 사교육 시장까지 작용해 교육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제주시 모 고등학교에 재직중인 한 고3 담임 교사는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 노력을 정말 많이 했다. 스스로 학습하고 준비해 나가는 것이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을텐데 대견하기도 하면서 속이 쓰렸다"며 "노력만으로 불가능한 지점들이 너무 많았다. 입시전형 자체가 흔들거리다보니 교사들도 대응하기 어려웠는데 학생들은 오죽했을까 싶다"고 안타까워했다.

수능이 코 앞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제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자 제주도 교육당국도 초긴장 모드로 접어들었다. 오늘(23일)부터 도내 고3 학생의 등교수업은 전면 중단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수능 시행 일주일 전인 26일부터 12월 3일까지 일주일 간 제주지역 모든 고등학교의 등교수업을 중단하는 방침도 기존대로 유지된다. 학교 방역에 최우선 순위를 둔 결정이다.

도교육청은 서귀포시 대정읍 모 국제학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자 일대 12곳의 모든 학교의 등교수업을 중단시키는 강수를 띄우기도 했다. 

학원·교습소에는 대면교습 자제를, 수험생에게는 이용 자제를 권고하고, 스터디카페 등에 대한 방역 점검도 강화된다. PC방, 노래방, 영화관 등 수험생 출입 가능성이 높은 시설에 대해서도 방역수칙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등교수업이 전면 중단된 A학교 교장은 "어느정도 예상하고, 대비하고 있었던 상황이라 크게 동요하진 않았지만, 아이들의 입장은 또 다를 것"이라며 "학교에서는 남은 기간만이라도 큰 걱정 없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23일 오후 수능 안전시행 대책에 따른 별도의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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