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 공동자원연구센터 ‘2020 공동자원포럼’ 개최 “유의미한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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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는 창립 10주년을 맞아 23일 오전 9시 2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2020 제주공동자원포럼'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제주인들의 자율성과 자연의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공동자원(Commons)’의 중요성을 짚어보는 포럼이 23일 개최됐다.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센터장 최현, 이하 공동자원연구센터)는 이날 오전 9시 2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제주시 아라동 호텔난타 2층서 ‘2020 제주공동자원포럼’을 열어 제주발 공동자원론을 제창하고, 향후 학술·정책·실천적 과제를 짚어냈다.

이번 포럼은 공동자원연구센터 10주년을 맞아 개최됐으며, 주제발표와 토론 등 총 2부로 구성됐다. 공동자원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연구 성과를 제주 시민사회와 함께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1부에서는 ‘공동자원연구센터 10년 연구 보고’를 중심으로 최현 공동자원연구센터장·제주대 사회학과 교수가 ‘제주발 공동자원론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최현 센터장은 공동자원에 대해 “어떤 자원이 그 자체로 배제 불가능성을 가졌거나 배제를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 그것을 독점하면 잠재적 이용자들이 생존하기 어렵거나 도덕적으로 정당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동자원 중 경합성이 있는 자원을 공동관리자원으로 수정해 정의하며 제주 사례를 통해 본 공동자원 관리 원리를 분석하고 함의를 통한 결론을 도출했다.

이어 △윤여일 ‘공동자원 연구센터의 십년 연구 흐름 보고’ △박서현 ‘제주 공동자원과 공공성 재구성에 관한 연구 보고’ △김자경 ‘공동자원과 마을을 중심으로 한 제주사회 변동 연구 보고’ △장훈교·김태연 ‘2050 제주공동자원생활체계 기본구상’ 순으로 발표가 진행됐다.

박서현 공동자원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는 “제주 사회는 개발 권력과 국가에 의한 공동자원 파괴 과정을 겪었다”며 “개발압력과 공권력에 맞서 지역 생존 삶터를 지켜나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투쟁과정이 바로 공동자원 운동이다. 공동 생산수단이자 삶의 물적 토대인 공동자에 대한 권리가 강해질수록 마을 공동체의 자치권은 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진 2부는 ‘제주 공동자원 관리의 다음: 장기 제도화를 위한 시민토론’으로 이뤄졌다. 시민토론은 장훈교 공동자원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의 ‘다음 30년 제주 공동자원관리체계를 위한 토론 제안’ 발표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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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토론에 앞서 '다음 30년 제주 공동자원관리체계를 위한 토론 제안'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장훈교 공동자원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 ⓒ제주의소리

장 교수는 1부 발표에서 “공동자원생활체계 설계 원리에 관한 탐구는 다양한 대안들을 비판적으로 종합하는 동시에 제주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확장된 논의의 틀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발표서 장 교수는 “토론은 제주의 공동자원을 포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제가 제주서 만들어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다”며 “30년 뒤 예상되는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서 공동자원적 지역 수준 대안 구성은 많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장기비상시대의 적응과 지속가능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제주는 발전 방향을 새롭게 설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제주는 지리적 섬의 조건으로 지속가능성 전략에 대한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제주를 돌보는 우리 모두의 일을 창출하는 미래가 따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공동자원의 전환제도화를 위한 정의를 △공화국 시민의 자유 △복수 시민 공동 필요 △모든 동료시민에게 생태적 한계와 사회적 기초의 보장을 위해 시민 공동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자원 등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공동자원 관리 과제로 공동자원 개발자원화 관리 실패, 이익 충돌 조정원리 부재, 공동자원의 사적 독점 및 관리이익의 사유화 허용 등을 포함한 8대 과제를 제시하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더불어 장 교수는 “공동자원 관리는 제주 전환과 민주주의의 새로운 전략을 제안 발전 등 연계될 수 있다”며 “분배와 재생, 조정이라는 3대 전략을 통해 제주 전환을 둘러싼 경합 공간을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제주 정치 우위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공동자원 관리 제도화는 필수적으로 정치 우위 변화와 정책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정치사회세력 전망에 공동자원 관리가 통합되지 않는다면 실패하게 된다. 통합된다 하더라도 도민 동의와 지지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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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에 임하고 있는 다양한 단체 소속 토론자들. ⓒ제주의소리

이어진 토론에서는 윤여일 공동자원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가 사회를 맡고 △정영신 공동자원연구센터 공동연구원·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문상빈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김태연 공동자원연구센터 연구원 △김순애 제주녹색당 사무처장 △양희주 제주여민회 사무국장 △김병수 문화도시제주센터장 △라해문 전 마을만들기포럼 센터장 △고병수 전 정의당 제주도당 대표 △박건도 청년활동가 △강호진 전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 등 10명의 토론자가 참여했다.

고병수 전 정의당 도당 위원장은 “공동자원이라는 용어를 대중화, 일상화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2050년에도 제도화는 힘들 것”이라며 “좋은 연구 결과를 현실에 펼치고자 할 때는 연구가와 시민활동가, 정치인이 이어질 수 있는 연결고리가 형성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호진 전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 역시 “공동자원이라는 말과 개념이 어렵다. 공동자원이 국유화를 말하는지, 공유재산을 뜻하는지 등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공동자원에 포함되는지 정리해줘야 한다”며 “공동자원 정의와 범주가 정리되면 개념도 확장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영신 공동자원연구센터 공동연구원은 “한국 공동자원 연구는 외국보다 20~30년 정도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처럼 체계 전환에 대한 제안은 처음”이라며 “이 개념을 가지고 제주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계획이 허투루 만들어진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수 문화도시제주 센터장은 “공유자산을 이야기하면 땅과 같은 한정적인 자원이 먼저 나온다. 제주는 지난 5~6년 사이 땅값이 치솟고 공공이 민간 땅을 가져가 재벌에게 되파는 등 사회약자 주거권에 대한 위해가 가해졌다”며 “이런 것들이 공유감각 약화와 해체를 부른다. 공동자원을 위해서는 인류성 위에 맺어질 수 있는 사회적 약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순애 제주녹색당 사무처장은 “공동자원 개념이 사적 소유가 배제되고 공적 영역을 강화하지만, 시스템 안에서 다양한 장치가 다중적으로 작동돼 명료하지 않다”며 “이에 따라 언어적 의미나 아이디어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사적 소유가 불가능한 부분 등을 어떻게 짚어나갈지 비전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표했다. 

라해문 전 마을만들기포럼 위원장은 “제주 공동자원 관리로 인해 제주만의 특수성이 사라질 수 있다. 섬 특성을 반영한 문화적 측면에서의 공동자원운영 원리도 있어야 한다”면서 “또 생산과 소비 규모의 문제 등 연구 과정서 생산소비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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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제주공동자원포럼 토론회 전경. ⓒ제주의소리

김태연 공동자원연구센터 연구원은 “공동자원체계를 완성하는 것은 연구로만 이룰 수 없다. 모두의 지혜가 필요한 것”이라며 “그림이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면 항목에 대해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좋겠다. 가까운 마음으로 지혜를 모아달라”고 말했다.

박건도 청년활동가는 “2050년 장기 프로젝트라면 30년 동안 제주 사회를 둘러싼 환경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며 “계획을 수정하거나 이행하는 주체가 변할 수 있는데, 미래세대가 뒤따르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어린 세대, 비전문가 등 다양한 시민과 논의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문상빈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일반적 자원 형태나 공동자원화할 수 있는 것들의 원리와 핵심적 방향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합의와 설득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지도 필요하다”며 “사회적 합의라는 확산된 힘을 배출시키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살펴보는 과정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동자원으로 볼 수 있는 여러 자원은 이미 사유화됐다. 사적 소유를 존중하면서도 충돌하지 않도록 타협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최현 센터장은 “소유권을 바꾸는 과정이 가장 어려울 것이다. 이견 없는 것들부터 포위해가는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결국 누구나 공동관리해야 하고 사유물이 돼선 안 된다는 것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많은 혜택이 확인될 때 사람들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희주 제주여민회 사무국장은 “실질적으로 변화를 이끌려면 정책 제도가 필요하다. 정치 과정에 여성도 없지만, 청년도 없다”며 “청년 주체를 나서게 하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게끔 네트워크를 열성해야 한다.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을 개최한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는 2011년 9월부터 교육부 지원을 통해 ‘자연의 공공적 관리와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이라는 문제에 대해 공동자원을 연구해온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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