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 “제주도가 오히려 갈등 조장” 비판…道 “올바른 정보 제공 위한 광고” 해명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의 운명을 가를 도민의견수렴 절차를 앞두고 찬·반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제주도가 한쪽으로 치우친 영상광고를 제작·송출하고 있어 논란을 부르고 있다.  

최근 서귀포시 동(洞)지역과 한경면 고산리를 오가는 202번 간선버스를 탄 [제주의소리] 독자 A씨는 버스 내부에 설치된 모니터에서 나오는 광고를 보고 깜짝 놀랐다. 

차고지증명제, 제주도 공공와이파이, 교통안전 등 정책홍보 광고에 이어 제주 제2공항 인프라 확충 관련 홍보영상이 아무리 봐도 제주 제2공항이 필요하다는 취지였기 때문이다.

제주시내 버스에서 제2공항 관련 광고가 송출되는 모습.
제주시내 버스에서 제2공항 관련 광고가 송출되는 모습.

A씨는 [제주의소리]에 “최근 제2공항 건설과 관련된 도민여론 수렴이 예정되어 있는데, 찬·반 갈등 사안인 만큼 중립을 지켜야 할 제주도 당국이 제2공항이 필요하다며 한쪽에 치우친 광고를 내보낼 수 있느냐”고 제보했다. 

이같은 제보에 따라 [제주의소리]가 지난 23일  직접 버스를 타고 확인한 결과, A씨의 제보처럼 운행 중인 버스에서 제2공항 필요성만을 홍보하는 영상물이 송출되고 있었다. 

홍보영상은 현재 제주국제공항은 ‘가장 혼잡한 공항 1’위며, 약 2분마다 항공기가 이·착륙하고, 연간 이용객이 약 ‘3천만명에 이른다’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마지막에는 ‘부족하기 전에 두 번째 하늘길 안전하게’라는 문구가 나왔다. 

해당 광고는 누가보더라도 현 제주국제공항이 포화 상태이고, 이용객도 많아 제2공항 건설로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현재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제2공항 건설로 인한 갈등해소를 위한 도민여론 수렴 방안을 놓고 최종 조율하고 있다. 현 공항 확장 여부를 묻는 문항 추가 여부 및 성산지역 가중치 부여 문제로 이견을 보이고는 있지만 여론조사 방식으로 도민의견을 수렴하기로는 사실상 의견을 모은 상태다.

해당 광고는 제주도 공항확충지원단에서 제작한 것으로, 제주도가 막대한 혈세를 투입해 운영하고 있는 준공영제 버스뿐만 아니라 도심 대형 전광판 등을 통해서도 송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시 옛 세무서사거리 전광판을 통해 송출되는 제주도의 '공항' 관련 광고.
제주시 옛 세무서사거리 전광판을 통해 송출되는 제주도의 '공항' 관련 홍보영상.

사실상 도민사회 찬반 갈등을 봉합하는데 앞장서야 할 제주도정이 오히려 도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도민회의)도 이날 성명을 통해 제주도의 이같은 행위를 비판했다. 

도민회의는 “여론조사를 앞둔 엄중한 시점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기초로 도민여론을 중립적 입장에서 수렴해야 하는 제주도정이 곳곳에서 제2공항 영상 홍보를 벌인다는 시민제보가 속속 들어오고 있다. 현재 도심 전광판에서도 제2공항 홍보영상이 나오고 있고, 시내버스와 버스정류장 시간안내판에서도 상영되고 있다. 행정이 노골적으로 도민의견수렴을 방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 관계자는 “2015년 11월 이후 추진되고 있는 제2공항 사업에 대해 도민들에게 지금까지의 추진상황 등 올바른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제2공항을 찬성하는 쪽으로 치우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제주도는 지속적으로 제2공항 추진을 위해 노력해 왔다. 안내 자료 등을 통해 도민사회에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려 하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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