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女氣UP’ 창업현장](8) 희망 씨앗 심고 꽃피울 그 날 기다리는 2020 신생 여성공동체

노동 시장에 들어선 여성들은 임신·출산·육아 등 이유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거나 하던 일을 멈추게 되는 상황에 놓인다. 더군다나 경력단절을 경험한 뒤 자신의 능력에 맞는 사회 진출은 버거운 데다, 일자리 역시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경력단절보다 경력보유라는 말이 어울리는 그들이지만, 아직 사회는 경력단절 여성들이 겪는 공백의 시기를 결점으로 바라보는 현실이다.

취약계층이나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들의 새로운 활로를 열어주기 위해 물심양면 후원하며, 여성 경제활동 참여 확산과 공동체 활성화를 꾀하는 제주도와 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의 ‘여성공동체 창업 인큐베이팅 지원사업’.

이를 통해 두려움과 한계를 깨부수고 사회로 힘찬 첫 발걸음을 디딘 신생 여성공동체 ‘가파도이야기협동조합’, ‘별난고양이꿈밭사회적협동조합’, ‘제주샌드아트협동조합 모래드림’, ‘미래생활문화협동조합’ 4곳을 [제주의소리]가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제주의소리
여성공동체 창업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을 통해 올해 첫 걸음마를 뗀 신생 여성공동체. 사진 왼쪽부터 △장지영(51) 가파도이야기협동조합 대표 △고희순(46) 별난고양이꿈밭사회적협동조합 이사 △류희(51) 제주샌드아트협동조합 모래드림 이사장 △양미정(46) 미래생활문화협동조합 이사장. ⓒ제주의소리

# 가파도이야기협동조합

가이드로 활동하며 30여 년간 제주를 소개하다 유례없는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경력단절 상황에 놓인 장지영(51) 가파도이야기협동조합 대표.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자신이 소속된 제주도국내여행안내사협회서 같은 처지의 동료를 모아 협동조합 설립에 나섰다.

제주를 사랑하는 마음이 각별한 이들이 생각한 것은 가파도 자원을 활용한 제주상품을 개발 판매였다. 제주를 소개하는 일을 천직으로 삼아왔기에 누구보다 잘 알고, 도민과 함께 하는 생산적인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출발하게 됐다.

이들은 가파도 자연재료인 청보리와 해초를 통해 앰풀 등 화장품을 개발·판매하고, 가파도 출신 돌 조각가의 작품 전시공간을 마련해주는 등 다양한 계획을 세워 활동에 나섰다.

또 가파도 주민들을 위해 사회적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도 세웠다. 수입원이 마땅치 않은 주민들을 고용해 조그마한 수입원을 마련해줄 수 있는 업체로 성장하겠다는 것. 이 같은 가치를 담아 예비사회적기업에 신청하는 등 진정성을 보여주고 있다.

장지영 대표는 “가파도 노인분들께서 해녀 사업을 하시는데 작년과 올해 수입이 많이 없으시다. 우리가 자리 잡고 이분들을 고용해서 챙겨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며 “또 마을 안내나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돕는 동행 도우미 사업 등 가파도를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파도서 시작해 제주 본섬으로 뻗어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면, 경력단절이나 우리와 같은 상황에 놓인 여성들을 고용해 분점을 세워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길을 열어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 대표는 “이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협동조합을 꾸린 이유는 성공에 있다. 우리가 성공해 자리 잡는다면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자신 있게 노하우를 전수해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성공적인 롤모델이 되고 싶다.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업체로 거듭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용기가 필요한 여성들을 위해 “가지고 있는 경력에 대한 분야 말고도 시야를 넓혀 봤으면 좋겠다.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살펴 정보를 많이 듣고 기회를 잡아라”면서 “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처럼 조언을 구할 곳들이 많으니 자신감 있게 도전했으면 한다”고 응원했다.

ⓒ제주의소리
가파도이야기협동조합이 판매하고 있는 가파도 청보리 활용 제품. 사진=가파도이야기협동조합.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가파도이야기협동조합은 가파도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피크닉 세트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가파도이야기협동조합. ⓒ제주의소리

# 별난고양이꿈밭사회적협동조합

“내 아이를 보면서 ‘아이보다 내가 하루라도 더 살아야 할 텐데’라는 생각을 늘 했어요. 자신을 돌봐주는 엄마가 없으면 어떻게 살아가나 걱정이 많았죠. 그래서 제가 없어도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 정도의 환경을 만들어 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발달 장애 당사자 아동을 둔 엄마들이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마음을 열고 뭉친 별난고양이꿈밭사회적협동조합. 장애아동 돌봄과 출판사업 등 각자 보유하고 있는 경력을 바탕으로 제주를 바꾸고 있다.

지금의 교육과 돌봄 활동이 비장애 아동 중심으로 발달 장애 아이들에게는 맞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는 고희순(46) 별난고양이꿈밭사회적협동조합 이사. 더군다나 아이를 돌봐야만 하는 상황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욕심에 가까웠다.

그나마 어린이집을 보낼 때는 오랜 시간 아이를 맡아줄 선생님이 있어 나았지만, 초등학교에 진학하면서는 일찍 하교하면서 아이를 돌봐야 했기 때문. 공통된 고민을 하던 부모들은 경력을 살려 직접 아이들을 돌보는 등 환경을 바꿔나가 보자는 다짐을 하게 됐다. 

고 이사는 “각자가 잘 하는 분야를 통해 아이를 위한 돌봄 사업을 해보자 생각한 것이 별난고양이의 탄생 계기다”라며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재능을 찾아 확장 시켜 나갈 수 있도록 돕고, 나아가 직업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자립 기반을 마련해주겠다는 목표가 모인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제주시권 장애아동 돌봄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사실 서귀포시와 읍면지역에 있는 아이들이 더 취약한 상황이다”라면서 “연구도 꾸준히 하고 힘을 키워 우리 아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을 더 많이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고 이사는 “만약 혼자였다면 도전하지 못했을 것 같다. 하지만 뜻을 함께하는 멤버들이 뭉쳐 서로를 채워주며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니 자신감도 생겼다”라며 “혼자보다는 같이의 가치가 힘이 된다. 문을 두드리고 열린 마음으로 당차게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발달 장애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마음 편히 놀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한 별난고양이꿈밭사회적협동조합. 아이들의 웃음이 제주를 가득 채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진심을 보였다. 사진=별난고양이꿈밭사회적협동조합.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돌봄 활동 중 크레파스를 활용해 마음껏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이들. 사진=별난고양이꿈밭사회적협동조합. ⓒ제주의소리

# 제주샌드아트협동조합 모래드림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환경과 설화를 모래로 표현해 아이들이 친근감 있게 제주를 알아갈 수 있도록 예술을 펼치고, 경력단절 여성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구슬땀 흘리고 있는 류희(51) 제주샌드아트협동조합 모래드림 이사장.

의상디자인을 전공하고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로 웨딩샵을 운영하던 류희 이사장에게 경력단절 문제는 남 일이 아니었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와 지내던 아이가 소아 우울증을 겪게 된 것.

류 이사장은 하던 일을 다 접고 내 아이만 생각하며 13년간 육아에만 전념했다. 하지만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하고 자립성을 가지게 됐을 때는 더 이상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었다. 

경력단절 문제에 부닥쳐 이것저것 배워보며 실낱같은 희망을 찾던 류 이사장은 우연히 샌드아트를 알게 돼 예술활동을 시작했다. 굳은 각오로 시작한 샌드아트를 촬영해 각종 UCC 공모전에 출품하고 대상, 최우수상 등 상장을 휩쓰는 등 노력과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류 이사장은 가치를 나누기 위해 숲 해설가, 마을 부녀회장 등 제주를 잘 알고,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이야기로 만들고 수많은 설화를 모래에 담아 표현해낸다면 교육과 예술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 최근 제주 초중고 20여 개 학교서 ‘학교폭력예방’ 순회공연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더불어 교육을 통해 인력을 발굴한다면 경력단절 여성 일자리를 창출과 자존감 회복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는 경험적 판단도 한몫했다. 단순히 모래그림을 그리는 기술교육을 넘어서 불완전한 형태일지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끌어내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는 진심이다.

용기가 필요한 여성들에게 류 이사장은 “그동안 가정생활에 충실했다면, 이제 자아를 찾았으면 한다. 두려워 말고 뭐든 도전하다 보면 본인과 맞는 것들이 눈앞에 나타날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행복할 것 같다면 집중해보라. 그러다 보면 발전하고 직업이 돼 삶의 행복도 찾게될 것”이라고 응원했다. 

ⓒ제주의소리
모래로 표현한 제주도. 제주샌드아트협동조합 모래드림은 제주가 가진 다양한 설화와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샌드아트를 통해 표현해내고 있다. 사진=제주샌드아트협동조합 모래드림.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학교에서 진행된 샌드아트 교육. 사진=제주샌드아트협동조합 모래드림. ⓒ제주의소리

# 미래생활문화협동조합

평생을 겪어온 질환으로 하던 일을 그만두게 되면서 다른 의미의 경력단절을 경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자 발 벗고 나선 양미정(46) 미래생활문화협동조합 이사장. 

양 이사장은 10대 시절 고관절 골수염 관련 수술을 받고 후천성 소아마비 진단을 받는 등 아픔을 겪고 지금까지 수도 없이 재활치료를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관절 골수염이 다시 나빠져 하던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게 된 것.

더군다나 재활치료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문제가 있었다. 양 이사장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활 교정 운동 프로그램과 기구들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근수축을 이용한 근력운동이나 신체적 기능, 뷰티 등 목적으로 한 운동이 아닌 새로운 운동법을 개발한 것이다.

이 과정서 양 이사장은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을 위해 재능기부로 운동 프로그램을 교육하기도 했다. 재활비용이 비싸기도 하고 스스로 터득한 결과물을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었단다.

양 이사장은 “신체 통증은 몸의 긴장이 불필요하게 지속되는 상태서 생긴다. 운동을 통해 극복한다는 것은 오해와 편견”이라며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해부학적 원리를 파고들어 통증 유발 요인을 찾고 새로운 시각의 운동법을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완·교정·근력운동 등 자체 운동법을 새롭게 개발하고, 운동에 필요한 도구나 기계들도 개발해 한국발명진흥회장상 금상을 받는 등 사업 가능성을 발견하게 돼 협동조합 형식으로 창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함께 협동조합을 꾸린 동료들은 댄스 강사, 행정 업무 경험자, 유튜브 크리에이터, 안무 창작가 등 다양한 분야서 일하던 사람들로 구성됐다. 운동 프로그램을 통해 신체적 기능 향상을 이끌고 도민 삶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목표가 맞아 들었다. 

양 이사장은 “건강을 추구하는 웰빙 프로그램을 통해 관광상품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그러다 보면 관광도시로만 집중된 제주가 웰니스를 실현할 수 있는 도시로 거듭날 것”이라며 “나중에는 원도심으로 위치를 옮겨 구도심권에 활력을 불어넣고, 이름처럼 우리 운동이 미래 생활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끝없이 밀려오는 역경에 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방법을 찾아 힘찬 걸음을 뗀 강인한 제주 여성들. 이들은 모두가 더불어 사는 공동체적 의미를 되살린 희망찬 제주를 꿈꾸고 있다. 꿈을 현실로 바꿔나가는 이들이 만들어갈 새로운 제주가 주목되는 이유다. 

ⓒ제주의소리
건강한 삶과 제주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운동법을 만들고 기구를 개발하고 있는 미래생활문화협동조합. 협동조합의 이름 그대로 미래 생활의 문화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다. 사진=미래생활문화협동조합.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개발한 운동법으로 교육에 나선 양미정 이사장. 사진=미래생활문화협동조합. ⓒ제주의소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