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이상 사이, 극단 가람의 진정한 발전 위해
현실과 이상 사이, 극단 가람의 진정한 발전 위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리뷰] 극단 가람 연극 ‘낮술’
지난 20일 연극 '낮술' 출연진, 제작진들의 기념사진. ⓒ제주의소리
지난 20일 연극 '낮술' 출연진, 제작진들의 기념사진. ⓒ제주의소리

올해 제주연극협회의 소극장 연극 축제는 4개 극단이 공연했다. 퍼포먼스단 몸짓, 극단 이어도, 극단 가람, 극단 파노가리 모두 각자 준비한 무대를 마친 가운데 가장 흥미를 끈 곳은 이어도와 가람이다. 이어도는 1년 만에 신작을 선보였고, 가람은 출연진부터 제작진까지 적게는 20세, 많아도 27세인 ‘20대 신인들’로 채웠기 때문이다.

가람이 소극장 연극 축제에서 공연한 ‘낮술’은 2012년 제30회 전국연극제 은상과 여자연기상을 수상했다. 2017년 제주대 초청 공연 이후로는 한 동안 볼 수 없던 레퍼토리다.

이혼 위기에 놓인 기러기 아빠, 배신으로 몰락한 정치인, 유일한 가족인 동생에게 외면당한 윤락여성까지. 다소 극단적인 설정이지만 낮술에 취한 사람들 모두 하나 같이 아픈 사연을 지니고 있다. 낮술 손님을 위로하는 욕쟁이 술집 주인마저도 아들이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한 상태. 하루하루가 힘겨운 나날을 “낮술 한 잔에 슬픔 비우고 미친 척 살아”보자는 작품 속 노래 가사는 8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관객을 위로한다.

극단 선배들의 힘찬 응원이 더해지면서 공연은 훈훈하게 마무리됐지만, 실망감도 적지 않게 남았다.

최대한 100%의 무대를 관객들에게 보여준다는 면에서 바라보면, 이번 낮술 공연은 과연 떳떳할 수 있을까. 소극장 연극 축제에 참여한 다른 작품들과 비교하면 낮술은 극단 자체 테스트에 가까웠다.

20대들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폄하하는 것으로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만약 이번 ‘낮술’이 연출 최우진을 비롯한 제작진에 의해 변화가 있었다면 테스트라는 표현은 결코 쓰지 못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전과 거의 달라지지 않고 단순 재현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변사또’ 식당 간판이 ‘마당발’로 바뀐 정도다. 노래도 본래 불려야 할 12곡 가운데 하나만 등장했다.

개인적으로 가람이 극단의 젊은 피들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소식을 접하고 상당히 큰 기대를 품었다. 2020년을 청년으로 살아가는 그들만이 느끼고 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입힌 낮술, 때로는 거칠고 서툴지라도 '새로운 낮술'을 기대했다. 하지만 막이 내리고 난 뒤 기대는 한껏 쪼그라들었다.

솔직하게 말해보자. 

현직 제주연극협회장이 대표인 가람이기에 주전이 아닌 후보 선수들을 대거 등판시킬 수 있는 건 아닌가. 만약 다른 제주 극단이 배우부터 제작진까지 전원을 경험 부족한 신예들로 채워 넣어 소극장 연극 축제에 참여하려 한다면 과연 용납될 수 있었을까? 이것이 과연 기자의 터무니없는 상상일까. 직접 마주하며 경험으로 기억하는 최근 2년 동안 비슷한 사례는 없었다. 아마 예상컨대 그 전에도 없었을 것이다. 관객보다 극단을 먼저 생각한 게 아닌지 씁쓸한 심정을 지울 수 없다.

코로나19로 연극을 포함한 제주 공연 예술계가 직격탄을 맞은 2020년이었지만, 가람은 어느 때보다 많은 활동 기회를 잡았다.

지난해 말 대한민국 문화의 달부터 ▲제주예술문화축전 ▲공연장 상주단체 ▲메세나매칭 그랜트 사업 ▲제주목 관아 작은 음악회 ▲대한민국 연극제 ▲오페라 순이삼촌 ▲자치분권포럼 ▲랄랄라 프로젝트까지…. 열심히 달려온 만큼 단원들은 그에 걸 맞는 보상도 받았을 것이다. 

이런 호황은 실력이 뒷받침 되기에 가능했다. 주축 배우들은 어느 작품에서도 안정된 연기를 선보였다. 여기에 가족극과 조선시대부터 산업화 시기까지 특화된 레퍼토리는 때 마침 더 많은 기회를 얻게 했다. 그리고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극단 살림살이와 단원들의 요구 모두를 책임져온 이상용 대표의 리더십도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

양적인 성과로 볼 때 만족스러운 한 해를 보냈지만 분명한 과제도 앞에 놓여있다. 창작, 연출에 있어 이상용 대표 1인에게 거의 의지하는 문제다. 그간 경험을 축적한 단원들이 극본, 연출에 도전하면서 추가 능력을 키우는 선순환이 필요해 보인다. 이는 극단이 보여줄 수 있는 능력, 색깔과도 맞물려 있다. 내년에는 가람이 질적 향상까지 주목 받기를 관객의 한 사람으로 바란다.

비록 실천에 옮기는 방식은 논란 소지가 있지만, 이번 낮술에는 분명 이런 고민이 녹아있다고 본다. 낮술에 출연했던 젊은 단원들은 앞으로 가람 작품에서 계속 만날 수 있겠다. 좋은 무대에서 마주하길 바란다.

낮술에서는 건배 구호로 ‘마주 앉은 당신의 발전을 위하여’, 마당발을 외친다. 기사의 마지막은 ‘가신발’로 끝맺음 짓는다. 언젠가 가람의 주춧돌이 될 신예들의 앞날과 가람의 진정한 발전을 위하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0 / 400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순 추천순 이 기사에 달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