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행정동우회, 제주·중국 교류 아카데미...권무일 작가 초청

한반도를 둘러싼 중국, 일본 등과의 미래 교류를 논하기 위해는 옛 탐라의 역사를 되새겨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미 천년 전부터 활발한 교류를 이어온 탐라국의 역동적인 활동을 추적하고, 이를 시대적 관점에 비춰 재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제주특별자치도 행정동우회(회장 김형수)는 27일 제주미래컨벤션센터에서 ‘중국문화 교류협력 아카데미’ 네 번째 일정을 진행했다. 아카데미는 중국문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양 지역발전에 성과를 보일 수 있는 교류협력 사업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강의는 소설가 권무일 작가를 초청해 '탐라국시대 중국과 제주의 교류역사-고대탐라국의 활동영역에 관한 연구시론'을 주제로 진행됐다. 경기도 화성 출신의 권 작가는 서울대 철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고, 포스코, 현대그룹 등에서 재직하다가 2004년부터 제주에서 집필 활동을 해왔다. 주요 저서로는 '남이', '제주표류인 이방익의 길을 따라가다', '의녀 김만덕' 등이 있다.

27일 제주도 행정동우회 주재로 제주미래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중국 교류 아카데미' 네 번째 강의. ⓒ제주의소리
27일 제주도 행정동우회 주재로 제주미래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중국 교류 아카데미' 네 번째 강의에 나선 권무일 작가. ⓒ제주의소리

권 작가는 "제주도의 역사와 기원은 언제부터인지 아무도 모른다. 제주도 해안에서 신석기 시대의 유물이 속속 발굴되고 있으나 철기시대 이후의 유물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탐라국의 건국시기와 전개과정을 지금 우리는 알지 못한다. 기록도 없고 흔적도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현재 우리는 전해오는 신화나 설화를 통해서 또는 의식주에 관한 유물을 통해서 제주의 과거를 유추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들은 대개 마을신의 이야기이고 면면이 이어온 제주도의 풍습이어서 우리의 생활감정에 들어맞을지 모르지만 나라를 경영하고 유지하던 거대담론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탐라국 시대의 기원을 고구려‧백제‧신라‧가야 등의 창업시기와 동시대로 놓고 볼 때 기원 1세기부터 10세기로 상정할 수 있지만, 그 시기 제주도에는 문헌사료가 남아있지 않고 유물‧유적 등 고고학적 자료도 부족하다. 국내의 문헌사료는 '삼국사기'에 보이는 두 구절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27일 제주도 행정동우회 주재로 제주미래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중국 교류 아카데미' 네 번째 강의. ⓒ제주의소리
27일 제주도 행정동우회 주재로 제주미래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중국 교류 아카데미' 네 번째 강의. ⓒ제주의소리

권 작가는 "사료가 없다고 역사와 문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제 탐라 천년을 뒤돌아보며 역사 속에서 삭제된 것, 왜곡된 것, 감춰진 것, 무덤 속에서 잠들어 있는 역사적 사실을 현재라는 터전 위에서 재구성하고 재창조해 죽은 과거를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바다를 중심으로 펼쳐진 항로를 고찰해야 한다. 탐라인들은 새로운 항로의 개척과 활용에 일익을 담당하면서 국제사회에 동참해 왔다"고 했다. 또 "중국과 일본의 옛 문헌을 상고해 작은 단서라도 찾아내고 이를 시대적 관점과 주변의 환경에 비춰 재해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제주의 정체성과 미래가치를 논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탐라 천년의 역사를 현재 우리의 정신 속에 되살려야 한다. 이후 누군가가 '탐라국시대사'를 써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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