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희생자유족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회장 김필문)가 2019년 6월3일 오후 2시 제주지방법원을 찾아 행불인수형자 대표 10명에 대한 재심청구 취지를 설명하자 한 유족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
제주4.3희생자유족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회장 김필문)가 2019년 6월3일 오후 2시 제주지방법원을 찾아 행불인수형자 대표 10명에 대한 재심청구 취지를 설명하자 한 유족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

제주4.3사건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생존수형인 이어 행방불명인 수형자들도 70여년 만에 정식재판을 받게 됐다. 행불인수형자에 대한 정식 재판 결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판사)는 내란실행과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옥살이를 한 故 오형률씨 등 행불인수형자 10명에 대해 30일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형사소송법 제435조에는 ‘재심 청구 이유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재심개시의 결정을 해야한다’고 규정돼 있다. 개시 결정시 같은 법 제438조에 따라 법원은 해당 사건을 다시 심판해야 한다.

생존수형인과 달리 행불인수형자 사건은 피고인들이 이미 숨져 유족들의 진술만으로 당시 사건을 재구성해야 했다. 행불인에 대한 생존과 수형인명부와의 동일인 여부도 최대 쟁점이었다.

법원은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장이나 공판기록, 판결문 등이 존재하지 않지만 당시 군법회의가 재심청구인들의 재판권을 행사하는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은 없지만 기존 4.3재심 사건과 마찬가지로 재심 청구 사유가 존재한다”며 “수사 당시 각종 불법 구금과 고문도 이뤄져 재심 사유도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피고인들의 생존 여부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재적등본에 사망으로 표기돼 있고 이미 처우가 좋지 못한 수감자 신분에서 한국전쟁까지 발발해 생존을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조사에서 이미 희생자로 결정돼 4.3평화공원에 묘비가 조성돼 있다. 만약 생존했다면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고 가족들에게 연락도 하지 않을 이유도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행불인수형자에 대한 사상 첫 개시 결정에 따라 이미 재심이 청구된 나머지 300여명에 대한 청구 사건도 재심 개시 결정 가능성이 높아졌다.

제주4.3희생자유족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는 앞선 2019년 6월3일 법원에 행불인수형자 10명에 대한 첫 재심을 청구했다. 올해 2월18일에는 행불인수형자 393명이 추가로 재심을 청구했다.

서류미비 등을 이유로 제외된 인원을 적용하면 실제 재심 대상자는 349명이다. 재심청구인은 342명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재심청구인들은 고령으로 생을 마감하기도 했다.

법원은 재심 청구 1년만인 올해 6월30일 첫 재심 심문 기일을 열었다. 피고인이 워낙 많아 20명 내외로 나눠 순차적으로 심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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