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나연 제주도립미술관장...“비엔날레 정상 추진 위해 최선”

역대 최연소(1982년생) 제주도립미술관장, 이나연 신임 관장이 “코로나19 시대에 맞는 새로운 운영 방식을 찾겠다. VR, 온라인 콘텐츠 등으로 도립미술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관장은 지난 11월 19일 도립미술관장으로 임명됐다. 아라리오미술관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독립큐레이터, 미술잡지 '씨위드' 편집장 등 경력과 나이 모두를 감안해도 파격적인 인사로 평가받는다. 제주도는 “다양한 경험과 새로운 시각들이 행정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인사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8일 취임 후 언론과의 첫 인터뷰에서 ▲미술관 홈페이지 재구축 ▲소장품 활용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시대가 변화했다. 미술관 운영 방식도 함께 변해야 한다.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작품 감상이 충분히 가능하도록 VR, 동영상 등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나연 제주도립미술관장은 8일 언론 인터뷰를 가졌다. ⓒ제주의소리
이나연 제주도립미술관장은 8일 언론 인터뷰를 가졌다. ⓒ제주의소리

이 관장은 독립큐레이터 시절인 2018년 제주미술협회의 ‘제주미술제’ 예술감독을 맡아 홈페이지를 새로 제작한 바 있다. 해당 홈페이지는 제주 미술작가들 정보를 아카이브 방식으로 구축해 호평을 받았다.

이 관장은 “가상의 미술관이 제대로 기능한다면 코로나19가 야기한 공간 제약 뿐만 아니라 그간 도립미술관의 한계도 함께 극복할 수 있다. 최근 이미 국내외 주요 미술관·박물관과 아트페어 등에서는 3D스캐닝을 통한 VR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 콘텐츠의 질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제주 안에서만 작품 내용을 생각하기 보다는 국제 기준에 맞게 운용하는 웹사이트를 기대해본다.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만 ”문제는 예산이다. 내년 미술관 전체 예산이 올해와 비교할 때 상당히 줄어들었다. 홈페이지 재구축은 전시 콘텐츠를 하나 더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라고 여지를 남겼다.

소장품 활용에 대해서는 “내년이면 도립미술관 개관 12년을 맞는다. 하지만 소장품을 제대로 소개하거나, 잘 정리한 홍보 책자·도록은 발행된 적이 없다”고 “전시 예산이 많이 줄어든 현실적인 문제도 감안해야 한다. 내년에는 소장품 활용을 높이고 제주 작가를 더욱 많이 소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는 내년 본예산 심의 과정에서 ‘감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반영’하라는 부대조건으로 제주비엔날레 전체 예산 19억원을 삭감했다. 이에 대해 이 관장은 “의회를 방문해 의원님들을 설득하면서 삭감 조치를 다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자세한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감사위원회 조사 결과도 미술관에서 위법적인 문제가 나오진 않았다”며 제주비엔날레 추진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앞서 김인선 제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은 비엔날레 추진 과정에서 미술관과 자문위원회 역할이 부적절했다며 감사위원회 조사를 청구한 바 있다.

제1회 제주비엔날레 당시 행사를 날카롭게 비판한 경험에 대해 이 관장은 “당시는 독립큐레이터라는 외부 시선에서 비평을 했다. 지금은 미술관 안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 현재 비엔날레는 내가 관장 취임 전에 이미 계획돼 있는 상태다. 목소리를 내거나 변화 시킬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비엔날레에 대한 내 목표는 무탈하게 잘 치르는 것”이라며 "취임 후에 예술감독과 미팅을 가지고 전화 통화도 하면서 원만히 열 수 있도록 조율 중"이라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인력 부족 문제는 크게 공감했다.

이 관장은 “미술관이 관리할 작품과 공간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공공수장고를 비롯해서 최근에는 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관리가 필요한 것들을 미술관으로 이관하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결국 일할 사람이 필요한데, 일과 공간만 늘어나고 사람은 그대로라 상황이 계속 악화된다. 공공수장고 역시 아키비스트, 복원전문가 등 필수 인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걱정이 크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행정 조직을 경험해보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독립큐레이터로 활동할 때 프로젝트를 맡으면 그때마다 조직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조직이 이미 갖춰져 있지 않나. 내 역할은 미술관 안에서 이야기를 듣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다. 아직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조직 안에서 목표를 어떻게 구현할지 구상하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