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1일까지 2000명씩 조사, 성산읍 500명 별도조사..."무능력한 도의회 보여준 것" 비판

 

제주 제2공항 도민여론조사가 '찬반' 질문만으로 1월11일까지 완료, 국토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하지만 가중치가 없다던 제2공항 여론조사에 성산읍 주민 500명을 별도로 실시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가중치를 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원희룡 제주지사와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은 11일 오전 11시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제주 제2공항 도민 여론조사 내용 합의문을 발표했다.

도민의견수렴을 여론조사로 실시하기로 한 지 한달만에 3차례 실무협의와 지사 면담을 거쳐 최종 합의를 이룬 것이다.

도민의견 수렴 합의문은 총 7개 항으로 돼 있다. 

제주 제공항 도민 여론조사 합의문을 들고 있는 원희룡 제주지사와 좌남수 도의회 의장
제주 제공항 도민 여론조사 합의문을 들고 있는 원희룡 제주지사와 좌남수 도의회 의장

 

△ 제주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해 도민 의견수렴을 위하여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여론조사는 전체 도민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와 별도 성산읍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를 실시한다 △도민 의견수렴 결과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한다 △도민의견수렴 후 제주도와 도의회는 갈등을 유발하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된다 △제주도와 의회는 제주 제2공항과 관련한 갈등해소를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노력한다 △여론조사를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한 공동위원회를 구성하고, 기관별로 2명씩 추천한다 △여론조사는 2021년 1월11일까지 완료한다. 단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에는 1회에 한해 10일 이내 연장할 수 있다.

합의문은 원희룡 지사와 좌남수 의장이 절반씩 읽고 서명했다.

표본조사는 성산읍을 포함해 제주도민 2000명을 대상으로 기본 조사를 하고, 별도로 성산읍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여론조사는 성별, 연령별, 거주지역을 확인하는 통계 질문과 '찬성과 반대' 의견을 묻는 총 4개의 선택 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여론조사는 유선 20%와 무선 80% 비율로 실시되며, 각 조사는 2개 업체에서 진행한다. 

문제는 성산읍 주민 500명을 별도로 여론조사한다는 내용이다. 사실상 '가중치'를 두는 내용으로 제주도의회 갈등해소특위가 협상으로 얻어낸 것은 하나도 없는 셈이다.

전체 도민조사에서 '반대' 여론이 높고, 성산주민 여론조사에서 '찬성' 여론이 높을 경우 정책 판단을 할 수 없게 된다.

'성산읍 주민 별도 조사가 사실상 가중치를 준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박원철 도의회 갈등해소특위 위원장은 "주민수용성과 관련해서 놓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별도 조사가 이뤄지게 된 것"이라며 "여론조사 공동위원회가 구성되면 공정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애매모호한 답변을 했다.

고영권 정무부지사는 "성산읍 주민 의견 반영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2015년 부지 선정이후 많은 피해를 입었고, 공항건설과 관련해 이해관계자라고 하 수 있기 때문에 별도 조사로 넣었다"고 말했다. 

제주 제2공항 도민여론조사 설문 문항
제주 제2공항 도민여론조사 설문 문항

제2공항 도민의견수렴과 관련해 제주도와 도의회는 우여곡절 끝에 합의했지만 합의문 자체로 보면 사실상 제주도의 완승이라고 할 수 있다.

도의회는 현 제주공항 확충과 관련한 설문 문항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설문에 앞선 균형정보에도 포함시키지 못했다.

반면 제주도는 성산주민 가중치 문제를 별도 조사라는 카드로 요구를 관철시켰다. 

제주도와 도의회가 제2공항 도민의견수렴 관련 합의문을 만들었지만 제2공항 반대 비상도민회의는 당장 오후 2시 기자회견을 갖는다. 도와 의회에 대한 합의에 대한 반발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비상도민회의 관계자는 "그동안 요구해 왔던 내용을 하나도 관철시키지 못했다"며 "도의회가 협상 전략도 기술도 없는 무능력한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