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호의 짧은 글, 긴 생각] 일곱 번째

시간이 지날수록 제주다움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제주출신의 공학자, 이문호 전북대학교 초빙교수가 '제주의소리' 독자들과 만난다. 제주다움과 고향에 대한 깊은 성찰까지 필자의 제언을 ‘짧은 글, 긴 생각’ 코너를 통해 만나본다. / 편집자 주

제주의 3대 발명이 있다면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제주 사람들의 방목 문화 관습에서 나온 정낭, 1406년 문방귀 묘(墓)의 신문(神門)에서 시작한 올레, 그리고 김구 제주 판관의 밭담을 꼽겠다.

김구(金坵, 1211-1278)는 고려 고종 때 문신이다. 마침 이름 속 구(坵)자는 흙토(土) 변에 언덕 구(丘)로 밭 위에 언덕, 밭담과 이어진다. 

밭담은 사람 인(人)자를 기본으로 돌을 붙여 평면인 밭담네트워크망(網)을 만든다. 돌과 돌의 수눌음(石磧)과 의지(依持) 그리고  트멍(孔Hole)으로 된 ‘연결체(Connecting System)’인 밭담이 제주사회의 굄돌-괸돌-괸담-괸당의 상생(相生) 네트워크로 사람 사회에 환생(還生)한 모양새다. 디지털과 그린뉴딜의 망(網)인 셈이다.

컴퓨터는 서양에서 발명되고 개발되었지만, 컴퓨터의 원리는 제주 풍속인 정낭(錠木, Gate)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금부터 약 790년 전부터 제주 지역에서 사용되어 온 정낭 통신 시스템은 1993년 대전 엑스포 한국 통신 정보통신관과 2003년 미국 전기전자학회의 논문 발표를 소개된 바 있다.

정낭은 세계 최초의 디지털  무선통신으로 ‘Yes’와 ‘No’가 분명한 시스템이다. 뿐 만 아니라 애매모호한 정보를 디지털로 분명히 표시한다. 정낭이란 세 개의 서까래 크기의 나무 기둥을 정주석(錠柱石, 서너 개의 구멍이 뚫린 커다란 돌)에 삽입(揷入)시켜 놓은 것인데, 이는 집안의 출입 정보를 외부에 알린다. 시간(時間)과 공간(空間)을 같이 엮어 정보(情報, Information)로 표현했다. 

이는 요즘 화두로 떠오른 디지털뉴딜의 뿌리라고 상상해본다. 디지털 통신이나 컴퓨터에 쓰이는 2진법은 정낭처럼 존재 유무에 대한 조합(組合)을 정보로 나타내고 있다. 정낭 3개는 바로 디지털 2진 3비트이다. 

정낭 정보는 8가지 상이한 정보를 외부에 나타낼 수 있는데 정낭 3개중에 하나만 걸쳐 있으면 ‘010’으로 집안에 사람이 없으나 이웃에 잠시 마실(外出)을 가서 곧 돌아온다는 의미다. 두 개의 정낭이 걸쳐 있으면 ‘101’로 이웃 마을에 가 있어 마실 시간이 좀 걸린다는 뜻이다. 세 개의 정낭이 모두 걸쳐 있으면 ‘111’로 집에서 먼 곳에 출타중(出他中)이란 내용이며 정낭이 아무것도 걸쳐 있지 않으면 ‘000’으로 집안에 사람이 있다는 정보 표시다.

지난 4일 김상협 제주연구원 원장은 ‘제10회 제주산업발전포럼’ 기조강연을 통해 저탄소 정책으로의 전환과 그린뉴딜은 필수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기에 제주는 그린뉴딜 정책의 개척지(Frontier)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낭 정보 통신에서 상상한 디지털뉴딜은 상생(相生), 청정 자연 환경의 그린뉴딜은 청정(淸淨). 상생과 청정이 두 바퀴다. 두 바퀴를 연결하는 것이 바로 1234년의 김구 판관이 제안한 연결체 네트워크다.

이문호 교수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출신 전기통신 기술사(1980)로 일본 동경대 전자과(1990), 전남대 전기과(1984)에서 공학박사를 각각 받고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서 포스트닥(1985) 과정을 밟았다. 이후 캐나다 Concordia대학, 호주 울릉공- RMIT대학, 독일 뮌헨,하노버-아흔대학 등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1970년대는 제주 남양 MBC 송신소장을 역임했고 1980년부터 전북대 전자 공학부교수,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계최초 Jacket 행렬을 발견 했다. 2007년 이달의 과학자상, 과학기술훈장 도약장, 해동 정보통신 학술대상, 한국통신학회, 대한전자공학회 논문상, 2013년 제주-전북도 문화상(학술)을 수상했고 2015년 국가연구개발 100선선정, 2018년 한국공학교육학회 논문상을 수상했다. 이 교수는 제주문화의 원형(原型)과 정낭(錠木)관련 이동통신 DNA코드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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