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여론조사 道 "참고용"-의회 "정책결정"...성산주민 별도 조사로 불필요한 논쟁 불가피

동상이몽이다. 제주 제2공항 도민갈등 해소를 위한 도민의견수렴 방안으로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여론조사를 합의한 가운데, 협의 막판까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수용 여부를 놓고 제주도와 도의회의 생각은 달랐다.

제주도는 여론조사 결과가 정책 '참고용'일 뿐이라고 강변했고, 제주도의회는 국토부가 도민의견으로 '수용'할 것이라고 상반된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또한 도민여론조사와 별도로 성산읍주민 여론조사 결과가 다르게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이를 놓고 국토부가 소위 '꽃놀이패'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논란은 커질 전망이다. 

원희룡 제주지사와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은 11일 오전 11시 도청 기자실에서 '제주 제2공항 도민여론조사 내용 합의문'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11일 원희룡 지사(사진 왼쪽)와 좌남수 의장이 제2공항 도민 여론조사와 관련한 합의문에 서명하고 언론에 공개했다. 

총 7개 항목에 대한 합의가 도출됐다. 주요 내용은 제2공항 여론조사는 성산 가중치 없이 전체 도민을 대상으로 제주 제2공항 건설 찬반만을 묻기로 했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성산읍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찬반 조사도 나눠 실시키로 했다.

전체 제주도민 여론조사는 2곳 조사기관에서 각각 1000명씩 총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며, 별도 성산읍 주민 500여명을 대상으로한 여론조사도 각각 실시키로 했다. 

결과적으로는 2곳 여론조사기관에서 각각 2개씩의 조사결과가 나와 총 4개의 조사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제2공항 찬반을 묻는 도민여론조사 결과 2개, 성산주민 여론조사 결과 2개다.  

여론조사 결과는 국토부에 제출키로 했고, 도민의견 수렴 후 제주도와 도의회는 갈등을 유발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내용도 합의문에 포함시켰다. 결과에 승복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합의문 발표 기자회견 과정 내내 제주도와 도의회의 입장은 달랐다는 점이다. 

제주도는 이번 도민의견수렴 여론조사가 정책 '참고용'일 뿐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제주도의회는 국토부가 도민의견수렴 결과를 수용할 것이라고 다른 입장을 피력했다.

고영권 제주도 정무부지사는 "도민여론조사는 국토부의 참고 자료"라며 "제주도와 국토부, 도의회 합의문이나 설문 문항을 보면 참고하는 것으로 돼 있다"며 선을 그었다. 

고영권 부지사는 "도민의견 수렴은 필수적인데 3자 합의는 국토부에 제출한다는 게 명시돼 있고, 국토부도 참고하겠다는 게 입장"이라며 "정책 반영 (강제)는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박원철 도의회 갈등해소특위 위원장은 " 2019년 2월14일에 정부와 민주당 당정협의 결과가 있다. 지역주민의견수렴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국토부와 제주도, 도의회가 9월14일 합의한 내용에는 지역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일방적인 강행은 없다고 한 것이다. 국토부가 정책반영을 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여론조사 결과가 정책에 반영될 것이라고 제주도와 상반된 발언을 했다.

이상헌 공항확충지원단장은 "국토부가 요구한 것은 제주도와 도의회가 공동으로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도민의견수렴 결과를 전달해 달라는 것이지. 그 이상 논의는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제주도와 의회가 합의한 여론수렴 결과에 따라 찬반이 1%만 차이가 나도 국토부는 수용하 수 있다는 입장이라는 얘기가 있다'는 질문에 고 부지사는 "3자가 만나서 그런 얘기를 한 적은 없다"며 "국토부와 제주도가 만났을 때도 여론조사 결과 1%p라도 차이가 나면 수용한다는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제주도 전체 여론조사와 성산읍 주민 별도 여론조사 결과가 다르게 나왔을 경우도 문제다. 지역특성상 사업예정지인 성산읍 여론조사와 전체 도민 여론조사결과는 다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그동안 제2공항과 관련해 이뤄진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그런 추세는 뚜렷했다. 

양측 합의문에 따르면 제주도와 도의회는 찬반 비중에 관계없이 여론조사 결과를 그대로 국토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도민의견수렴은 제2공항에 대해 '반대'가 높게 나오고, 제2공항 부지가 들어서는 성산읍 주민의 경우 '찬성' 의견이 높게 나올 경우에도 그렇다.

성산읍 주민들은 현재 5년째 토지거래허가구역와 개발행위제한에 묶이면서 제2공항 추진에 대해 찬성 여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국토부가 꽃놀이패를 쥐게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제2공항에 대한 전체 도민여론조사 결과를 무시하고 성산읍 주민 여론조사 결과에 비중을 둬 공항 건설을 강행할 경우의 수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원철 위원장은 "나오지도 않은 결과에 대해 미리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이상헌 단장은 "찬성을 전제로 하는 부분은 아니"라며 "정책 결정 고려할 사항은 도민의견 중요하지만 다른 맥락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국민과의 대화에서 제주 공항 인프라 확충 문제는 도민의 뜻에 따르겠다고 약속했고, 국토부 장관도 정부‧여당과 함께 당정 협의를 통해 제주도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절차에 의해 도민 의견을 수렴해 제출할 경우 이를 정책 결정에 충실히 반영, 존중한다고 밝힌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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