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하루 1000명을 넘어서고 말았다. 지구촌에 코로나19로 인한 신종 전염병이 발생한 지 1년,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환자가 발생한 지 11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미국이나 일본, 그리고 유럽의 여러 선진국들에 비해 방역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칭찬 받은 후에 벌어진 일이어서, 너무 일찍 자화자찬에 도취되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는 나라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며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나라들이어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호흡기성 전염병을 성공적으로 막는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이런 질환을 성공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킴은 물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을 충분히 유지하여야 하는데, 이것들은 어느 정도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이나 베트남 등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나 대만과 같은 전제주의 색체가 남아있는 나라에서 방역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충분히 납득이 된다. 우리나라도 오랫동안 독재 치하에 있었기 때문에 국민들이 비교적 정부의 방침에 순응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 동안 성공적으로 방역이 이뤄졌으나 정부의 판단 착오로 국민들의 경각심이 해이해 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병이 퍼지는 양상이다.

얼마 전 일이다. 경제계의 모 인사로부터 우리나라 방역 정책 때문에 경제가 엉망이 되고 있다는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다. 방역을 이유로 식당이나 공연장 등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을 넓게 유지하라고 하니 영업에 많은 지장이 있다는 것이다. 그의 지적은 일단 옳은 면이 있다. 그러나 방역을 허술히 하여 전염병을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확산되면 모든 경제활동이 중지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것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의료 시스템이 뒤쳐진 중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방역이 이뤄진 것은 결국 지나칠 정도로 사람들의 왕래를 제한한 덕이다. 방역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니 세계에서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기대하게 된 것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가 늘어나면서 이 환자들을 치료할 병상이 모자라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2025년까지 공공병원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 병상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인력 확보에는 대책이 없다. 병상이나 병원은 필요하면 1년 이내에 수 천 병상을 새로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그걸 운용할 의료 인력은 그런 짧은 기간 안에 마련할 수가 없다. 코로나 19에 걸린 환자를 치료하는 데는 호흡기내과나 감염내과 전문의와 숙련된 간호사가 필요한데, 이런 인력들은 하루아침에 마련되는 것이 아니다. 간호사들은 적어도 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며, 전문의는 적어도 13년이 필요하다. 

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지금 이 상태로 가면 내년이면 거의 모든 의료인들이 탈진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내년에 의사국가고시에 응시하는 사람이 500명이 채 안 되니 평년보다 의사가 2500여 명이나 줄어들게 된다. 즉 인턴이 2500여 명이나 모자라는 상황이 오는데 이쯤 되면 이 짐을 고스란히 의료현장의 간호사들이 대신 짊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탈진 상태에 빠진 간호사들에게 더 무거운 짐을 지우는 꼴이 된다. 문제는 내년뿐이 아니라 6년 가까이 우리나라 의료계에 대 혼란이 온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에서는 금년에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시험 칠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의료의 본질을 외면한 것이란 지적이 높다. 새로운 병원에 최신식 장비를 갖춰놓아도 그것을 운영할 의사가 없다면 이건 정말로 ‘그림의 떡’이다. 의대생들이 정부의 정책에 반기를 든 것은 무척 괘씸하겠지만, 국민의 건강과 안위를 걱정하는 정부라면 그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 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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