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양병우 의원 “도립공원조성계획 수립으로 보존과 문화누림 병행”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10월25일 대정읍 송악산에서 “대규모 개발사업에 따른 제주 난개발 우려에 마침표를 찍겠다”고 선언했다. 이른바 ‘송악선언’이다. 1주일 뒤인 11월2일에는 “송악산 일대를 문화재로 지정해 개발사업으로 인한 경관사유화, 환경훼손 등에 대한 우려와 논란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송악선언 1호 조치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에 대해 대정읍이 지역구인 양병우 의원(무소속)은 “졸속적이고, 실천되지 못할 허상의 발표”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권행보를 의식한 이벤트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양 의원은 서귀포시 환경도시건설국장을 지낸 고위공직자 출신이다. 관가에서는 이 같은 양 의원의 비판에 “공직자 출신인데, 너무 세게 나간 것 아니냐”는 수근거림도 나왔다.

양 의원은 “대정읍민들의 재산권과 직격되어 있는 문제인데, 지역주민과는 단 한번의 논의도 없이 (송악선언이) 발표됐다. 대정지역 주민들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는데,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양 의원은 절차적인 문제뿐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문제가 많다고 했다. “문화재로 지정하겠다는 것은 송악산의 운명을 중앙정부에 맡겨버리는 것”이라며 “지역의 일은 지역에서 스스로 결정하는 지방자치의 요체인 ‘자기결정권’ 확대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 분야 전문가로서 그는 “문화재 지정보다 ‘도립공원 조성계획’을 수립해 보존조치를 취해도 충분하다”고 했다. 제주도가 개발대상(공원)지역 토지를 매입하고, 주민들이 요구하는 문화시설을 통해 보존과 문화 누림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 의원은 “문화재 지정을 운운한 졸속적인 비판을 즉각 철회하고, 대정읍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도립공원조성계획을 수립해, 대정읍의 전체적인 발전과 보존, 미래를 향한 정책을 펼쳐달라”고 요구했다.

옛 대정골 성(城)과 관련해서도 “주민들은 성안에 갇혀 살고 있다”며 “일제 잔재물과 성(城)만 보물로 보이느냐”며 소규모 개발행위까지 제한을 받고 있는 대정읍 지역 개발문제에 대한 관심과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양병우 제주도의회 의원(대정읍). ⓒ제주의소리
양병우 제주도의회 의원(대정읍). ⓒ제주의소리

Q. 지난 4월15일 보궐선거를 통해 11대 의회에 입성했습니다.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의회로 출근한지 벌써 7개월이 다 됐는데, 어떻게 보내셨나요.

우선 도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정읍 지역구를 두고있는 양병우 도의원입니다. 보궐선거를 치른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7개월이 지났습니다. 그 동안 대정해상풍력 문제를 비롯해 마늘출하 농민 문제, 대정 도심지 주차대란 문제, 모슬포항 확장추진, 특히 최근에는 예산결산위원회 소위원회 위원으로 새해예산안 계수조정까지 하다보니 휴일을 다 써도 부족할 정도로 바쁘게 보내고 있습니다.

Q. 공직자 출신입니다. 퇴임 전에는 서귀포시 환경도시건설국장을 역임했는데요, 후반기에는 전문분야인 환경도시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집행부를 견제․감시해야 하는 입장으로 바뀌었는데, 기분이 묘할 것 같습니다.

사실상 느낌이 정반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집행부에 있을 때는 예산 범위 내에서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했는데, 의회에 입성하고 나니 견제․감시 기능을 포괄적으로 하다보니 그 부분이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Q. 각설하고, 도정질문 얘기를 해보죠. 지난 11월17일 원희룡 지사를 상대로 ‘송악선언’을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무엇이 문제라고 보는 겁니까.

양병우 의원. ⓒ제주의소리
양병우 의원. ⓒ제주의소리

지사님 입장에서는 정당하다 할지 몰라도 송악선언 이후 실천1호 조치로 송악산을 문화재구역으로 지정해서 난개발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얼핏 보면 공감대 있는 내용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한 단계 더 들어가서 그 실상을 보면 이 발표가 얼마나 졸속적인 발표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데, 졸속적인 송악선언으로 또 다시 우리 대정지역 주민들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어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 대정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한숨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Q.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를 해보죠. 의원님께서는 먼저 절차상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어떤 면에서 절차상에 문제가 있다는 겁니까.

우선 문화재 지정이나 공원 지정 모두 제한하는 것 아닙니까? 특히 문화재구역 지정은 지역주민들의 재산권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송악선언 발표는 지역주민들과 단 한번의 의견수렴 절차도 없었고 지역구 의원과도 논의 없이 이뤄졌습니다. 이것은 지사께서 송악산을 빌미로 대권도구로 이용하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 우리 대정읍은 과거 일제강점기부터 군사적 동원에 의한 희생지역이었기 때문에 문화재구역 지정으로 또 다른 피해의식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Q. 물론 절차도 중요하지만, 본질은 내용 아니겠습니까. 내용면에서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셨어요. 어떤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요.

송악산은 현재 어떠한 개발도 할 수 없는 도립공원입니다. 이런 점에서 ‘송악산 난개발’ 표현은 맞지 않다고 봅니다. 송악산도립공원 옆 유원지 난개발을 막겠다는 표현이 맞습니다. 도립공원으로 관리되고 있는 송악산은 등록문화재를 비롯해 선사시대 유적이 풍부하게 분포된 지역입니다.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철저히 관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장문화재는 사실 문화재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소규모 개발 등 행위제한이 많습니다. 대정지역주민들은 오랜 시간 피해를 감내하고 살아왔습니다. 난개발 논란이 됐던 송악산 유원지에 대해서도 지난 4월 환경도시위원회가 환경영향평가를 ‘부동의’했기 때문에 다시 개발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어렵습니다. 송악선언 1호로 도립공원인 송악산과 그 옆 유원지를 문화재구역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은 송악산의 운명을 중앙정부에 맡겨버리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지역의 ‘자기 결정권’을 확대하는 지방자치에도 역행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양병우 의원(왼쪽). ⓒ제주의소리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양병우 의원(왼쪽). ⓒ제주의소리

Q. 요약을 해보면 지역주민들과 소통 없이 송악산 일대를 문화재로 지정하겠다는 건 잘못이다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의원님께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저는 문화재구역 지정보다 먼저 도립공원 조성계획을 수립해서 무엇을 어떻게 보존하고 무엇을 보여주고, 알리고 이런 부분을 취해도 충분히 난개발을 막고, 잘 관리할 수 있다고 봅니다. 도시공원조성계획 속에서 개발대상지역 토지를 매입하고 지역주민들이 요구하는 문화시설을 통해 보존과 문화 누림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면 송악선언 1호조치가 없더라도 최소한의 갈등으로 난개발을 막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봅니다. 제주에는 공원이 많습니다. 삼매봉이나 사라봉공원에 대해 제주도는 내년도 예산안에 매입예산을 편성해놓고 있습니다. 난개발을 막겠다면 도립공원으로 확대 지정하면 됩니다.

Q. 대정읍지역의 또다른 현안이죠. 알뜨르비행장 문제인데요, 평화대공원 조성사업이 전혀 진척이 안되고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야 된다고 보십니까.

1945년 해방되면서 대정주민들은 당연히 돌려받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75년이 지나도 알뜨르비행장은 아직 일제강점기에 있다고 봅니다. 알뜨르비행장은 1926년부터 1945년까지 일제가 비행장시설로 이용하기 위해 대정주민의 땅을 강제수용한 수탈의 역사가 서린 곳입니다. 알뜨르비행장과 관련해서는 많이 발표가 있었습니다. 17대 사업으로 2008년 평화대공원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고, 그간 국방부와 알뜨르비행장 부지사용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 특히 2011년 제주특별법 개정을 통해 국유재산 무상양여 근거를 마련하는 등 나름대로는 진척된 것도 많습니다. 그러나 국유재산 무상양여 근거를 마련했음에도 부지사용에 대한 의견 불일치로 장기간 사업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전임 도정이나 현 도정이나, 전 정부나 현 정부나 다 쳇바퀴 돌 듯 금방 이뤄질 것 같이 말만 앞세웠습니다. 대정주민들은 75년간 믿어왔습니다. 100년이 다 되어가는데 언제까지 되풀이 될 지 모르겠습니다. 지난번 도정질문 때 도지사는 ‘청와대가 해야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제주도정은 국방부나 청와대 탓하기 전에 4.3문제 해결에 나서듯 이 문제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이번 예산심사를 하면서 전체를 들여다봤는데 평화대공원을 위한 부서를 만들고 공약을 했으면서도 예산은 단 한 푼도 없었습니다. 정부도 문제지만 도정이 정말 의지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지사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Q. 마지막으로 송악선언, 알뜨르비행장과 관련해 도정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주시죠.

원희룡 도정이 송악선언을 함에 있어서 단 한 번이라도 100년 한이 맺힌 대정지역 주민을 헤아렸다면 이처럼 경솔한 송악선언은 하지 않았을 것으라고 본 의원은 생각합니다. 송악선언은 오히려 지역갈등을 조장하고 평화의섬 제주의 모습을 퇴색시키는 주역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평소 갈등해소와 화합․치유를 통해 전진하고자 하는 제주도정의 정책이념과도 맞지 않습니다. 지금이라도 문화재구역 지정을 운운한 졸속적인 정책을 철회하고 대정읍민들이 공감하고 과거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대정읍 전체의 발전과 보존, 미래를 향한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대정지역 전 단체가 플래카드로 도배한 이유 중 하나가 송악산, 알뜨르비행장 문제도 있지만 성(城)내 문제인데 인성, 안성, 보성이 핵심 밀집지역입니다. 알뜨르비행장 못지 않게 수십년간 기다려왔는데 지금 주민들은 성 안에 갇혀 살고 있습니다. 일제 잔재물과 성(城)만 보물로 보고, 대정읍민들은 무엇으로 보는지 정부와 도정에 묻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