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47) speculation 사색

spèc·u·lá·tion [spekjuˈleɪʃn] n. 사색(思索)
‘검색(檢索)’만 싯곡 ‘사색(思索)’이 엇이믄
(‘검색(檢索)’만 있고 ‘사색(思索)’이 없으면)

speculation에서의 spec-은 ‘보다(=observe)’의 뜻을 갖는다. 이 spec-에서 나온 낱말로는 respect ‘존경(尊敬)하다’, suspect ‘의심(疑心)하다’, spectacular ‘볼만한’ 등이 있다. ‘사색’은 생각에서 생각으로 옮아가는 것이다. 사전적으로는 ‘어떤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짐’을 뜻한다. 그래서 사색은 그 자체로 철학적(philosophical) 사색이고 삶에 대한 사색인 것이다.

노인과 젊은이들이 함께 일을 하게 되면 서로가 일정한 불만을 갖게 됩니다. 이는 주로 일을 하는 자세, 일에 대한 태도의 차이에서 옵니다. 노인들은 젊은이들이 일을 여기저기 벌여놓기만 하고 마무리를 않는다고 합니다. 먼저 하고 나중 할 일을 혼동하는가 하면, 일손을 모아서 함께 해야 할 일도 제각각 따로 벌여놓기 때문에 부산하기만 하고 진척이 없다고들 합니다. 

어느 어른께 그 이유를 여쭈어 보았더니 농사일을 해 보질 않아서 그렇다고 하였습니다. 정곡을 찌르는 지적입니다. 농사일은 파종에서 수확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일관된 노동입니다. 일의 선후가 있고, 계절이 있고, 기다림이 있습니다. 그것은 한 생명의, 이를테면 볍씨의 일생이면서 그 우주입니다. 부품을 분업 생산하여 조립, 완성하는 산업 노동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을 담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노동을 수고로움, 즉 귀찮은 것으로 여기는 데 비하여 노인들은 노동을 힘들긴 하지만 자아를 실현하고 생명을 가꾸는 일로 받아들입니다. 요컨대 젊은이들은 노동을 ‘소비(消費)’ -- 시간의 소비, 에너지의 소비라고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 노동을 생산(生産)으로 인식하는 노인들의 사고(思考)와 정면으로 대립하고 있습니다.

-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에서 -

언제부턴가 '사색'이 없어지면서 그 자리에 '검색'이 들어섰다. 검색을 하더라도 사색을 하면서 해여 한다. 사색이 없는 검색은 우리에게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는 질문을 차단케 한다. 그러면서 서서히 현대인들을 좀비로 만들어갈 것이다.

언제부턴가 ‘사색’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인터넷(internet)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부터일 것이다. 사색(思索)이 없어지면서 그 자리에 ‘검색(檢索)’이 들어섰다. 학생들에게 어떤 화두(topic)를 던지며 생각을 해보라고 하면 사색이 아니라 검색을 한다. 검색을 하는 게 훨씬 더 빠르다는 게 이유다. 육체적인(physical) 일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일에서도 효율성(efficiency)만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럴 때면 ‘세대차이(generation gap)’도 ‘사색의 세대(generation of speculation)와 검색의 세대(generation of searching) 간의 차이’로 다가온다.

사회학자 울리히 베크(1944-2015)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단순히 변화(change)하는 중이 아니라 탈바꿈(transformation) 하는 중이다.”라고 갈파한다. 그 리스트(list)에 사색에서 검색으로의 탈바꿈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그런 인간에게서 ‘생각하는’이 없어지는 게 말이나 되는가. 그것이야말로 작금의 뉴 노멀(New Normal) 시대에 우리가 경계(alert)해야 할 ‘정상(normal)의 비정상화(abnormalization)’이다. 검색을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사색을 하면서 검색을 하라는 말이다. 사색이 없는 검색은 우리에게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는 질문을 차단(block)한다. 그러면서 서서히(gradually) 현대인(contemporary man)들을 좀비(zombie)로 만들어갈 것이다.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김재원 교수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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