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202. 웃음과 울음은 부부이다

* 광 : 과
* 두갓 : 부부(夫婦), 내외간
* 두갓인다 : 부부이다

웃음은 기쁨을, 울음은 슬픔을 겉으로 표출시키는 감정 표현이다. 인간의 감정 표현 가운데 가장 적나라할 것이다.

사람의 삶이 기쁨을 웃음으로만 나타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아 기쁨 못지않게 슬픔을 겪으면서 울기도 하는 것이 사람의 삶이다. 그렇다면 기쁨과 슬픔은 정서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감정일지도 모른다.

지금 기쁘다고 언제까지나 기쁨 속에 웃으며 살지 못하는 것이 사람의 삶이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헤어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슬픔이라 해도 겪노라면 가라앉아 울음도 그칠 날이 반드시 온다. 

마치 날씨의 변화처럼 흐렸다가 개고,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했다가 잔뜩 검은 구름으로 뒤덮이면서 다시 담천(曇天)으로 변하고, 눈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그야말로 예측하지 못하는 것이 기상이다.

비단 기쁨과 슬픔, 웃음과 울음만이 아니다.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감정이 다 그러한 것이다. 

기쁨이 다하면 언젠가는 슬픈 날이 와 울게 되고, 슬픔이 잦아든 마음자리로 기쁨이 살며시 스며들어 웃음 짓게도 하는 것이 인생사가 아닌가.

고진감래(苦盡甘來), 흥진비래(興盡悲來)라 함이 다 그러한 인생살이의 단면을 드러내 한 말이란 생각이 든다.

‘웃음광 울음은 두갓인다.’ 

웃음과 울음의 긴밀함을 ‘두갓이’ 즉, 부부라 단정적으로 말하고 있다.

타작한 보리 알 곡식을 불림질 하는 부부. 출처=강만보, 제주학연구센터.
타작한 보리 알 곡식을 불림질 하는 부부. 출처=강만보, 제주학연구센터.

울고 웃고 기뻐하고 슬퍼하는 감정은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일상 속에서 따라다니는 것, 그러니 한평생을 살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 곧 부부가 그렇다고 비유한 것이다.

제주 선인들의 정서는 섬세하고 감성이 풍부해 간간이 이런 기막힌 표현이 나온다. 그렇지 않은가. ‘웃음과 울음을 부부’의 연(緣)이라 빗대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웃다 울다 슬퍼하다 기뻐하는 인간사 속에서 한평생을 울고 웃는 가운데 백년해로(百年偕老)하는 게 ‘부부’가 아닌가. 한 번 우회해서 생각해 보면 그럴싸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 김길웅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 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자리>, 시집 <텅 빈 부재>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