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대응은 신속·과감하면서도 치밀해야

안타깝지만 별 수 없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더 이상 제주는 코로나19 청정지역이 아니다. 오히려 다른 시·도 보다 상황이 심각하다. 이걸 받아들이지 않으면 스텝이 꼬일 수 있다. 문제 해결은 정확한 상황 인식에서 출발한다. 

최신 통계를 보자. 21일 0시 기준 제주 신규 확진자는 23명. 다른 지방은 다음과 같다. 경북 48명, 충북 29명, 강원 22명, 대구 21명, 부산 19명, 울산 17명, 충남 16명, 경남 15명, 광주·전북 각 11명, 전남 8명, 대전 3명이다. 다들 알 것이다. 굳이 인구 비례로 따지지 않겠다. 

이제 신규 확진자 두 자릿수는 거의 일상화되었다. 10월말까지는 누적 확진자 수가 60명에 그쳤었다.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1월20일 이후, 그러니까 약 9개월 동안의 수치다. 지역사회 감염도 없었다. 여행객이 대거 몰려든 이른바 추캉스(추석연휴+바캉스)도 잘 넘겼다. 다소 겸연쩍었지만, 이 때까지는 ‘청정 제주’가 과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래픽디자인=최윤정 기자] ⓒ제주의소리
11월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그동안 코로나 청정지역으로 인식됐던 제주가 고 위험 지역으로 변했다. 신속 과감하면서도 치밀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픽디자인=최윤정 기자] ⓒ제주의소리

11월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한달새 22명이 발생했다. 최근에는 이게 하루 수치가 되었다. 누적 확진자 최저라는 지위도 세종시에 넘겨줬다. 21일 0시 기준 누적 확진자는 252명으로 늘어났다.  

소규모 집단감염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종교시설, 사우나, 학교, 장례식장, 라이브카페 등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감염원을 모르는 ‘깜깜이 확진자’도 속출하고 있다. 무증상 감염자는 그 수를 가늠하기 조차 어렵다. 급기야 국가 지정 입원 치료 병상이자 감염병 전담병원인 제주대병원에서도 일반 환자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제주사회에 비상이 걸렸다. 

백신은 늘 뒷북을 칠 수 밖에 없다. 이 말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인류의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한다. 그 전까지는 달리 방법이 없다. 백신 접종을 기다리며 감염 확산을 막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누굴 탓하자는 게 아니다. ‘핀셋 방역’은 철 지난 해법이다. 선제적이고도 과감한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정부의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나,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주저하는 사이 ‘고통의 시간’만 길어진다는 비판이 왜 나오는지 헤아려야 한다. 

원희룡 지사가 ‘전도민 진단 검사’ 카드를 빼든 것은 시의적절했다. 이것저것 잴 때가 아니라는 점에서다.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됐는데, 외부 요인만 통제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사실 전수 검사는 다른 지방에선 엄두를 내기 어렵다. 제주는 인구 100만이 안되는 섬이라는, 차별화된 지역적 특성을 지녔다. 

원 지사도 언급했듯이 인력과 장비, 기술적인 면에서 먼저 해결해야 할 것들은 많다. 당장은 요양병원 등 취약 시설에서 시작해 단계적으로 검사를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보다 빨리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나와야 한다. 

그렇다고 외부 위협 요인을 놔둘 수도 없다. 어쩌면 제주를 코로나19 유행지역(?)으로 이끈, 지금도 엄연히 상존하는 위험이다. 

섣부른 측면이 있었으나, ‘입도객 음성 확인서 제출’도 현실화만 된다면야 코로나19 판도를 획기적으로 바꿀 카드 임에는 틀림없다.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도지사에게 그럴 권한이 있느냐는 논란은 놔두더라도, 하루 2만명 검사가 가능하느냐는 현실적 문제에 부닥치게 된다. 또 제주로 향하는 전국의 모든 공항과 항만에 검사소가 있어야 한다. 자칫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 심각한 병목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 일부에서 사실상의 봉쇄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이걸 노렸는지는 모르겠으나, 도민 이해를 구해야 하는 사안으로 보인다. 

물론 원 지사도 ‘정부 협의’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다. 그가 ‘입도 전 검사 의무화’ 추진 방침을 밝힌 것은 지난 15일이었다. 발표 직후부터 제주행을 원하는 도민과 관광객들 사이에서 어찌할 바 몰라 허둥대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일주일이 다되도록 후속 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다. 좀더 치밀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선제 대응을 논하는 이 순간에도 마음이 무겁다. 말그대로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 때문이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제주시내 일반음식점 폐업 건수가 작년보다 24% 증가했다고 한다. 이미 거리두기의 고통을 경험했기에 ‘짧고 굵게’라는 말도 쉽게 내뱉지 못하겠다. 그래도 제주도는 그 짊을 지고 가야 한다. <논설주간 /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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