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선거법 위반 벌금 90만원 지사직 유지...법원, 제주 홍보 아닌 개인 알리기 ‘쓴소리’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본인 홍보를 위해 개설한 유튜브가 결국 스스로의 발목을 잡았다. 법원은 유튜브 영상에 고스란히 담긴 기부행위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 상 기부행위로 재판에 넘겨진 원 지사에 벌금 90만원을 24일 선고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4일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도민들을 향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제주의소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4일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도민들을 향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제주의소리

▲개인 유튜브서 영양식 죽세트 홍보...업체 이익 기부행위로 판단

원 지사는 2019 12월9일 밤 10시쯤 자신의 개인 유튜브 채널인 원더플TV에서 홈쇼핑 형식으로 모 업체의 영양식 5종 세트를 홍보하고 1개 세트당 4만원씩 총 10개를 판매했다.

검찰은 선거구 내 특정 업체의 상품을 홍보하고 해당 업체에게 광고료와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한 만큼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해 왔다.

공직선거법 제113조(후보자 등의 기부행위제한) 1항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은 당해 선거구에 있는 자나 기관, 단체나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 등에 대한 기부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원 지사측은 영양식 죽 홍보에 대해서는 특정 상품이 아닌 제주 특산품 홍보를 위한 목적이었고 해당 업체 대표와는 개인적 인연조차 없다며 기부행위의 인식이 없다고 맞섰다.

특히 형법 제20조의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내세워 검찰의 위법성 주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반면 재판부는 원 지사의 개인적 홍보 활동으로 죽 가공업체의 재산상 이익이 발생했고 냉동 죽세트가 제주 특산물 홍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 지사측의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재판부는 “죽 판매 행위로 인한 이익이 업체에게 돌아가 기부행위가 성립된다”며 “법률상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 활동으로 볼 수도 없고 법률적 근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 스스로도 유튜브를 제주도가 아닌 개인채널이라고 한 만큼 기부행위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즉석조리 냉동식품을 제주도 특산물로 볼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4일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도민들을 향해 머리를 숙이고 있다. ⓒ제주의소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4일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도민들을 향해 머리를 숙이고 있다. ⓒ제주의소리

▲더큰내일센터 피자 제공 원 지사가 지시...조례상 지원 근거 없어 

원 지사는 1월2일 오후 4시 제주더큰내일센터를 방문해 65만원 상당의 피자 25판과 콜라 15개를 청년 92명과 센터 직원 15명 등 모두 107명에게 전달한 혐의(기부행위)도 받고 있다.

검찰은 원 지사의 행위가 선거법상 기부행위 예외 법령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기부행위의 주체가 제주도정이나 더큰내일센터가 아닌 원희룡 개인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검찰은 당시 도청 일자리과에서 직원 격려품 구입 명목으로 지출 품위서를 작성한 점 등에 비춰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 자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제주도 업무추진비 집행기준 및 공개에 관한 조례’ 제4조에 근거해 업무추진비는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과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기준에 따라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 제3조(업무추진비의 집행)에는 업무추진비를 집행하는 회계관계공무원 및 업무추진비 집행 공무원은 규정된 직무활동에 대해서만 집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원 지사측은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에 따라 원활한 시책사업을 위해 격려가 가능하고 더큰내일센터도 지원 대상과 유관기관에 해당한다며 해석을 달리했다.

원 지사측은 피자 지원은 센터 직원의 제안에 따라 이뤄졌고 격려와 의견 청취를 위한 간담회 형식의 자리라며 법규에 지원 근거가 있다며 맞섰다. 원 지사의 개입도 전면 부인했다.

반면 재판부는 수행비서가 일자리과장에게 피자 제공을 요구할 권한이 없다며 원 지사의 지시 행위로 봤다. 피자 제공이 센터 운영을 위한 지원활동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강연 도중 센터에 들어가 피자를 제공하고 (유튜브)동영상까지 촬영했다. 당시 상황에 비춰 피고인이 단지 배달만 한 것이 아니라 지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무집행 규칙이나 더큰내일센터 지원 조례상 피자 제공을 정당한 센터 지원활동으로 볼 근거가 없다”며 “이를 사회통념상 기부행위로 보기도 어려워 유죄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4일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도민들을 향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제주의소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4일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도민들을 향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제주의소리

▲ 죽세트 홍보-피자 제공 모두 개인 유튜브 촬영...제주 아닌 개인 홍보용

재판부는 형사고발의 발단이 된 유튜브 속 원 지사의 행위를 모두 제주도 알리기가 아닌 개인의 정치적 대외활동을 위한 홍보수단으로 의심했다.

원 지사는 청년 지원 활동과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대전제를 내세웠지만 정작 스스로 ‘원더풀TV’를 제주도가 아닌 개인 채널이라고 소개했다. 

재판과정에서는 일과시간이 끝난 후 비서관 등을 동원해 유튜브 영상 제작에 나선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원 지사는 2018년 11월29일부터 채널을 개설하고 현재는 원희룡TV로 이름을 바꿨다.

재판부는 원 지사의 행위가 모두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지만 그로 인한 이익이 크지 않고 차기 지방선거와의 관련성이 떨어지는 점 등을 고려해 지사직 상실까지는 가지 않았다.

공직선거법 제266조(선거범죄로 인한 공무담임 등의 제한)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자는 그 형이 확정된 후 5년간 공무담임권을 제한하고 있다. 당연면직 사유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선거법을 준수해야 할 선출직 도지사 신분이다. 법적 검토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했다. 다만 범행 규모와 홍보 영향도 크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유튜브 영상이 제주도와 관련된 것이라고 하지만 주인공은 대부분 자기 자신이다. 도지사 직무와 달리 개인을 대중에 알리기 위한 수단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원 지사는 재판이 끝난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 코로나19 사태 방역 활동에 매진하겠다”며 추가 질문을 피한 채 서둘러 법원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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