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기획] 수용능력 한계에 탐방예약제 본격화...사유지 절반인 오름 새해 보전계획 확립

제주 사람들은 한라산을 어머니 품처럼 여긴다. 한라산 자락에서 태어나 한라산 품으로 돌아간다는 말도 그래서 생겼을 터. 한라산이 제주도이고, 제주도가 한라산이다. 한라산은 197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2020년은 국립공원 지정 50주년을 맞은 해이다. 한라산 국립공원 턱 밑까지 밀어닥친 개발바람과 넘쳐나는 관광객, 한라산 자락의 파괴되는 오름군 등 국립공원 지정 50주년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송년기획으로 한라산의 자연적, 학술적 가치의 보전 관리 전반을 짚어 본다.  / 편집자 
제주 한라산 백록담 만설 풍경

올 겨울 제주에 첫눈이 찾아온 이달 중순. 당시 약 나흘에 걸쳐 산간에는 폭설이 내려 설경을 만끽하려는 관광객들이 한라산으로 몰려들었다.

성판악과 어리목코스로 이어지는 5.16도로와 1100도로는 순식간에 주차장으로 변했다. 불법 주정차와 진출입 차량이 뒤엉키면서 온종일 혼잡이 빚어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실내 관광이 위축되면서 오름 탐방객도 늘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된 오름의 경우 주변 혼잡이 한라산과 다를 바 없다. 

급기야 뛰어난 풍경을 자랑하는 용눈이오름은 추가 훼손을 막기 위해 내년 2월부터 2년간 탐방객을 막기로 했다. 이로써 자연휴식년제를 적용하는 오름은 6곳으로 늘었다.

1990년 5월23일자 경향신문에 보도된 ‘산행 폭주에 한라산 몸살’ 기사 내용
1990년 5월23일자 경향신문에 보도된 ‘산행 폭주에 한라산 몸살’ 기사 내용

▲30년 전 경향신문 ‘산행 폭주에 한라산 몸살’...30년 후 현재도 자연 수용능력 초과 

‘해마다 수용 한계를 넘는 등산객들이 한라산을 오르면서 등산로가 파이고 허물어지는 등 황폐화되고 있으며 등산객들이 버린 오물 등으로 식물 생태계 변화 현상까지 일으키고 있다’

1990년 5월23일자 경향신문에 보도된 ‘산행 폭주에 한라산 몸살’ 기사 내용이다. 이 매체는 한라산 정상 서북벽과 어리목 등산로, 만세동산이 늘어난 등반객으로 훼손됐다고 소개했다.

특히 ‘고산식물인 애기솔나물, 두매대극, 제주황기, 제주당구지풀 등 초본류와 소관목인 시로미, 들쭉나무, 눈향나무들이 고사하고 명물인 철쪽 꽃도 수난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한라산이 행락지 산행으로 변모하면서 수용한계를 넘어섰다고 진단했다. 당시 언급한 적정 등반인원은 연간 10만명이었다. 이를 위해 한라산 등반 임시 폐쇄를 제안했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에 따르면 1981년 연간 10만명이던 탐방객이 1994년에 50만명을 넘어섰다. 2010년에는 처음 100만명을 돌파하고 2015년에는 역대 최다인 125만명을 기록했다.

국립공원 지정 50년을 맞은 올해는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탐방객이 65만2401명을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관광객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지난해와 비교해 감소폭은 16.7%에 그쳤다. 이 기간 제주를 찾은 관광객 31.3%가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탐방객 비율은 오히려 늘었다.

제주도는 한라산의 적정 수용능력을 판단하기 위해 2017~2018년 재단법인 한국자치경제연구원에 의뢰해 ‘세계유산지구 등 탐방객 수용방안 및 관리계획 수립 용역’을 실시했다.

당시 연구진은 세계자연유산지구의 자연자원 보전을 위해 탐방예약제 운영을 제안했다. 성판악과 어리목으로 집중되는 등반객을 돈네코 코스 등으로 분산시키는 방안도 주문했다.

제주도는 당초 2019년 10월 한라산 탐방예약제를 시범 실시하고 올해 1월부터 적용하기로 했지만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6개월 연기했다. 이마저 코로나19로 2021년 1월로 또 미뤄졌다.

연구진은 탐방예약제가 시행되면 물리적 수용력은 물론 사회‧심리적 수용력과 생태적 수용력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해 탐방객 수용능력을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주도가 2020자연환경보전시설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용눈이오름 공사 모습. 정상에 쌓아둔 공사 자재 주변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가 2020자연환경보전시설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용눈이오름 공사 모습. 정상에 쌓아둔 공사 자재 주변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무서운 ‘사람 발자국’ 살갗 훤히 드러낸 오름...절반이 사유지 자연공원 지정 한계

제주도는 최근 오름가꾸기 자문위원회를 열어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는 제주시 구좌읍 소재 용눈이오름에 대해 2021년 2월부터 2023년 1월말까지 2년간 자연휴식년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용눈이오름은 해발 247.8m, 높이 88m, 둘레 2,685m로 면적만 40만 4264㎡에 달한다. 오름 초입에서 용이 누워있는 모양의 능선을 따라 정상 전체를 걸으며 둘러 볼 수 있다.

탐방로 토석은 대부분 화산쇄설물로 이뤄져 경사지의 경우 사람의 발길이 곧 훼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4월부터 2억여원을 들여 복구에 나섰지만 탐방 행렬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있다.

오름은 제주도 일원에 분포하는 독립 화산체 또는 기생화산을 칭한다. 제주도가 정의한 도내 오름은 총 368개다. 지역별로는 애월읍이 50개로 가장 많지만 전 지역에 걸쳐 분포하고 있다.

제주도는 추가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2017년 12월 ‘제주특별자치도 오름 보전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5년마다 오름의 보전‧관리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제주도가 2020자연환경보전시설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용눈이오름 공사 모습. 정상에 쌓아둔 공사 자재 주변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가 2020자연환경보전시설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용눈이오름 공사 모습. 정상에 쌓아둔 공사 자재 주변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발전연구원은 2016년 시행한 ‘제주 오름 종합계획 수립 용역’에서 오름자연공원(도립공원) 조성과 오름자연공원 마을지정, 오름탐방 총량제(사전예약제), 오름 휴식년제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오름은 제주특별법과 자연공원법, 도시공원법, 습지보전법, 자연환경보전법, 문화재보호법, 산지관리법 등 총 11개 법률 속에서 복수의 법령을 적용 받아 일관된 정책이 어렵다.

더욱이 한라산국립공원을 제외한 322개 오름 중 국유지는 전체의 19.3%인 62곳, 공유지는 17.7% 57곳에 불과하다. 절반인 45.7% 147곳이 사유지다. 나머지는 공동목장 등이다.

제주도는 훼손이 심한 오름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으로 탐방총량제를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경관이 우수하고 보전가치가 높은 오름은 도립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오름 보전관리 기본계획’이 수립되면 이를 체계적으로 보전할 수 있는 관리 방안이 만들어진다. 자연생태관광의 흐름 속에서 오름의 가치를 지켜낼 후손들의 고민이 새해에는 보다 구체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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