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미혼모’ 아이 키울 용기마저 빼앗아가는 ‘정책의 한계’
‘흔들리는 미혼모’ 아이 키울 용기마저 빼앗아가는 ‘정책의 한계’
  • 최윤정·김찬우 기자 (kcw@jejusori.net)
  • 승인 2020.12.31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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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기획-저는 미혼모입니다](下) 입양 유리한 제도 아닌 ‘낳고 키우기 좋은’ 현실적 정책 시급
우리 사회엔 다양한 가족구성원 형태가 있다. 양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가족구성원이 있는가 하면, 엄마나 아빠 중 한부모가 아이와 사는 한부모 가정이 있다. 혼인 없는 미혼 한부모 가정도 그 중 하나다. 그러나 미혼모 가정에 대한 특별한 편견이 우리 사회에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사회적 차별과 부당한 대우는 일상에서 편견과 불이익으로 이어진다. 미혼모들은 경제적 어려움보다 우리사회의 왜곡된 시선이 더 고통스러운 상처로 남는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지난 10월 제주의 한 미혼모 신생아 거래 글 게시 파문을 계기로 미혼모에 대한 인식 전환과 제도개선을 위한 특별 취재를 진행했다. 미혼모의 현실과 대안을 점검하는 기사를 세차례에 걸쳐 싣는다. / 편집자 

“아이 기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용감한 일이에요. 회피하지 않고 책임진다는 것은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죠. 혼자 아이를 키우기에는 공동체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미혼모 특화 정책들이 많이 생겨야 해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잊히지 않고 끝까지 가도록 모두의 관심이 필요합니다.”(이연화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 인터뷰 中)

# 제주 미혼모 지원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제주의소리
2019년 기준, 전국과 제주도의 미혼 한부모의 연령별 현황. ⓒ제주의소리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제주도 미혼 한부모는 2019년 기준 총 603명이며 미혼모 460명, 미혼부 143명으로 각각 76.3%, 23.7%다. 

연령 별로는 미혼모의 경우 35~39세가 96명으로 전체의 20.9%를 차지했으며, 미혼부의 경우 45~49세가 33명, 23.1%로 가장 많았다. 미혼부에 비해 월등히 비중이 많은 데다가, 한창 경제활동을 이어가야 할 시기에 출산과 육아로 어려움을 겪는 미혼모들에게 경제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따른다.

사회초년생으로 경제 능력이 갖춰지지 않은 10~20대만 놓고 보더라도 미혼모는 92명(20%)에 달했으나 미혼부는 15명(10.5%)에 불과했다. 심지어 20세 미만 미혼 한부모의 경우 미혼부는 전혀 없는 현실이다. 

현실적인 지원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라 현금성 지원이 이뤄지는 한부모가족 양육비 지원 기준은 중위소득 52% 이하다. 2인 가구 월 소득인 약 155만 원을 넘기면 지원받지 못한다.

현금성 지원은 차치하고 한부모가족증명서 발급 기준 중위소득 60%인 179만5188원을 넘게 벌 경우엔 한부모로 인정조차 못 받는다. 주 소정근로 40시간과 유급 주휴 8시간을 포함한 최저월급이 179만5310원임을 고려할 때 정상적인 근로 환경서는 122원 차이로 인정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혼모들은 지원받기 위해 가난해져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다. 미혼모인 최지혜(가명, 40대) 씨는 [제주의소리]와 전화 인터뷰에서 “좋은 기업에 지원하고 싶어도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하니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중위소득 틀 속에 갇혀야만 하는 현실이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지원 수급 자격 소득액도 모든 사안에 동일 적용되지 않아 문제가 많다. 올해는 한부모 지원을 받아도 언제 탈락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 때문에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직업을 구해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결국 정규직 직장은 절대 구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고, 비정규직이더라도 기준 월급 179만5310원을 넘지 않으려면 아르바이트 수준의 직장만을 전전해야 한다는 모순을 지적한 것. 

지혜 씨는 “아이가 아플 때 가장 서럽다. 주위를 둘러봐도 손 뻗을 곳이 없고, 돌봄이 필요할 때 의지할 수 있는 곳이 없다”면서도 “힘든 일이 많지만, 미혼모 모두 용기 있는 선택을 한 만큼, 더 자존감 있게 당당하게 살아갔으면 한다”고 아픔을 뒤로한 채 응원의 말도 남겼다.

# 임신‧출산‧양육까지 다 아우를 정책이 필요하다

ⓒ제주의소리
미혼모 지원정책 한계와 개선방안을 짚어낸 이연화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 미혼모에 대한 문제점이 개선될 때까지 모두의 관심을 바탕으로 일회성이 아닌 진중한 정책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제주의소리

이와 관련 이연화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주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한부모 지원법을 살펴보면 대체로 저소득 한부모 중심으로 돼 있어 경계선에 있는 미혼 한부모는 지원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위원은 모자보건법 역시 미혼모를 대상으로 한 특화 정책이 없는 데다 여성가족부가 지원하는 정책은 사업비가 연 5000만 원밖에 안 돼 예산 부족에 따른 실질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 초기지원에 해당하다 보니 만 3세 이하 자녀를 둔 미혼모(26.8%)만 지원받는 것도 문제다. 가장 많은 분포를 차지하고 있는 제주 미혼모 자녀연령이 5~9세(33.3%)임을 고려할 때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실질적 지원이 이뤄질 수 없는 구조를 가진 현실이다.

이에 대해 이 연구위원은 임신, 출산부터 양육까지 아우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미혼모 심층 면접을 통해 △정서·심리지원 △기준 소득선 개선 △인식개선 등이 가장 필요하다는 결과가 도출됐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연구하며 만난 대부분의 사례자들은 가족들과 단절되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는 등 아픔이 있는 데다 임신부터 출산, 육아까지 모든 일이 처음이기 때문에 많이 힘들어 한다”며 “산후조리가 필요함에도 생계를 위해 일해야 하고, 낮에는 아이를 돌봐야 하니 밤일만 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몸을 간수 할 수가 없으니 영양결핍이나 신체·정신적 문제가 생긴다. 산후우울증을 회복하지 못하거나 치아 상태가 좋지 않다. 심지어 40세가 된 한 엄마는 치아가 빠져 틀니를 착용한 채 살아가고 있다”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문제는 산모의 건강상태가 아이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임신 사실도 늦게 알게 되고 출산을 고민하다 보니 영양소 섭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미혼모 자녀들은 대부분 미숙아로 태어난다고 했다.

또 생계를 위해 나가야만 하는 상황서 아이는 분리불안과 같은 심리적인 타격을 입게 되고, 그런 상황에 놓인 엄마는 한쪽 부모가 없이 자녀가 성장하도록 한 자신의 결정에 죄책감을 느끼는 등 악순환에 빠진다는 것이다.

2020년 한부모가족사업안내 지침에 나와있는 소득환산율에 따른 자동차 유형별 반영기준. 자료=여성가족부.
2020년 한부모가족사업안내 지침에 나와있는 소득환산율에 따른 자동차 유형별 반영기준. 미혼모가 지원을 받으려면 일반재산의 '소득환산율'인 월 4.17%를 적용하는 자동차로 인정받아야 한다. 결국 차령 10년 이상이거나 10년이 안 되더라도 150만 원 미만인 차여야만 하는 실정이다. 자료=여성가족부.

이 연구위원은 현행법서 규정하는 자동차 소득 환산율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미혼모 문제에 자동차 소득 환산율이 무슨 문제일까 갸우뚱할 수 있다. 그러나 어린 자녀를 키워야 하는 미혼모들에게 자동차는 필수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며 꼭 필요한 자동차 연식이 10년 미만일 경우 소득으로 잡혀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것. 영유아기 자녀가 있는 미혼 한부모에 한해 완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기준 소득선을 현행 보다 높여 실질적인 지원에 따른 혜택을 받을 수 있게끔 한다면 사각지대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인식개선에 대해서는 “아이를 기르는 것은 용감한 일이다. 적극적으로 본인 입지를 드러내는 등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연대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숨어서 부끄러워해야 할 필요가 없다”며 “연예인 사유리 씨도 비혼 출산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사회적 시선도 변하는 중”이라고 제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미혼모를 대하는 지원 관련 부서 담당자의 자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장 응대 상황서 미혼모임을 크게 이야기하거나 관련 정책을 잘 몰라 미혼모가 곤란한 상황에 놓인다는 것. 

또 아이 돌봄을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공공부조에 의존하게 되는 등 돌봄 문제도 지적했다. 이 때문에 빈곤 탈출이 힘들거나 다시 빈곤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앞서 언급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가 중심 돌봄 지원과 생계비, 주거비 지원이 절실하다며, 안정적으로 아이를 돌보며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기초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혼모들은 미숙아 출생률도 높고 임신 기간 건강을 챙기지 못하는 부분도 많다. 임신부터 출산, 육아까지 철저하게 지원하는 추가 정책들이 만들어지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모두의 관심을 바탕으로 일회성이 아닌 진중한 정책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 싱글맘 자립 지원 ‘돈테일러 익스프레스 카페’ 아시나요?

‘돈 테일러 익스프레스(Don Taylor Express)’라는 이름의 카페. 사회복지법인 청수 애서원(원장 임애덕)이 싱글맘의 경제력 창출을 돕기 위해 2018년 5월 제주시 도남동에 창업한 카페다. 이 곳의 수익금은 미혼모들의 안정된 경제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미혼모가 아동과 함께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사회적 기능 회복과 자립기반 마련을 돕는다. 취업연계와 창업지원, 자격증 취득 지원 등 프로그램이 이뤄진다. 

카페를 이끌어가는 추효선 매니저는 “애서원 프로그램과 연계해 엄마들이 사회에 나가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자격증 취득을 돕는 등 지원하고 있다”며 “엄마들이 일도 하고 아이도 돌보면서 돈을 벌어갈 수 있게끔 문을 연 곳이다”라고 소개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도남동 '돈테일러 익스프레스' 카페에서는 브런치를 포함한 다양한 식사 메뉴를 판매한다. 미혼모들은 이곳에서 요리하며 자립의 꿈을 펼친다. ⓒ제주의소리

이어 “계란 프라이도 못 하던 엄마도 2년여간 꾸준히 노력하니 웬만한 식당 셰프 같은 실력자가 됐다. 자기 실력을 키워 취업 기회를 잡거나 창업의 문을 여는 등 새로운 꿈을 펼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운영 초창기엔 서툰 솜씨에다 카페가 어떤 취지로 설립됐는지도 모르니 항의가 많이 들어왔단다. 그렇다 하더라도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진 않았다. 되려 초시계를 갖다 놓고 밤새도록 연습하는 등 눈물을 삼킨 노력 끝에 다양한 메뉴를 섭렵하는 전문가들이 됐단다.

이 같은 지원 덕분에 엄마들은 자신감을 찾고 미래를 그려볼 수 있었다. 육아와 일을 함께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찾고 더 이상 숨지 않는다는 것. 아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스스로가 강해졌다.

추효선 매니저는 “아직 우리 사회는 미혼모에 대한 인식개선이 많이 안 된 것 같다. 그런 부분이 조금 아쉽다”면서 “엄마들이 아이를 혼자 키우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니 가게를 찾아주시는 손님들께서도 예쁘게 봐주셨으면 한다”고 미혼모에 대한 애정을 쏟아냈다.

ⓒ제주의소리
돈테일러 익스프레스 한편에는 아동들이 읽을만한 그림책도 놓여 있다. ⓒ제주의소리

# 해외 입양 1위 불명예...현실과 동 떨어진 미혼모 정책 

“미혼모가 사고 쳐서 그런 거다. 편견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잖아요. 잘 살려다 헤어진 경우나 혼인신고를 안 했을 뿐인 경우도 있을 거고. 미혼모라고 몸 함부로 굴린다? 이런 편견은 없었으면 좋겠어요.”(제주여성가족연구원, 제주지역 미혼 한부모의 생활실태 및 지원방안 연구 中 면접 사례 일부 내용 발췌)

제주도는 미혼모 대상 특화사업이 없었으나 최근 발생한 영아 거래 사건으로 인해 ‘위기 임신·출산 미혼 한부모 지원정책’이 생겼다. 예산 13억5800만 원을 마련해 출산·산후조리, 원스톱서비스체계구축, 주거·직업훈련비 등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정부 역시 미혼모 등 한부모가족 지원대책을 내놨다. 보호출산제 도입을 검토하고 아동양육비 지원대상과 아이돌봄서비스 확대, 한부모가족복지시설 입소 소득 기준 완화와 기간 확대, 제도 개선 및 법령개정 검토 등이다.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정부와 제주도가 대책을 앞 다퉈 내놓는 상황에서 진정으로 미혼모 당사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세세하게 살펴보고, 짜임새 있는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따른다. 

마찬가지로 미혼모를 바라보는 인식도 함께 변화해야 한다는 사회의 요구가 존재한다. 미혼모 당사자들의 꿈은 특별하지 않다. 아이를 위해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옷을 사줄 형편이 되고 싶다는 것. 

아이를 낳기로 용기를 낸 미혼모들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것은 '입양을 생각해 보라'는 권유다. 준비가 부족한 엄마들은 당연히 흔들릴 수밖에 없다. 

아이의 친부는 떠나고, 가족들은 자신을 책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기에 용기를 내 아이를 낳고 잘 키워보려 하지만 '도덕적이지 못하다', '문란하다'는 수근거림으로 우리사회는 미혼모들을 '왕따' 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입양을 권고하는 사회 분위기는 60년째 해외 입양 1위, '아동 수출국'이라는 불명예를 낳았다. 미혼모에 관한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낳을 용기'에 이어 '기르겠다는 용기'. 누군가의 주변에 미혼모가 있다면 이들은 모두 최소한 두번의 큰 각오를 실천한 용기있는 이들이다. 미혼모 관련 정책이 입양이 유리한 제도가 아니라, 혼자서도 아이를 낳고 또 키우기에 현실적인 정책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송년기획-저는 미혼모입니다] 끝. 

제주시 도남동에 있는 '돈테일러 익스프레스'. 이곳에서는 미혼모들의 자립을 돕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지원이 이뤄진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도남동에 있는 '돈테일러 익스프레스' 전경. 이곳에서는 미혼모들의 자립을 돕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지원이 이뤄진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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