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촌 사람들, 여론조사 참여 못하는 존재들과 반대 운동 개시

제공=천막촌 사람들. ⓒ제주의소리
연극강사 권정희 씨가 제주 제2공항 반대 SNS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제공=천막촌 사람들. ⓒ제주의소리

제주 제2공항 찬반 여론조사를 앞두고 제주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이 ‘제2공항 여론조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존재들과 함께하는 반대 운동’을 전개하고 나섰다.

이번 운동은 나이, 거주지 등의 이유로 여론조사 대상에서 빠진 사람뿐만 아니라 제주에 살아가는 모든 존재까지 아우른다. 제2공항에 대한 마음을 직접 혹은 해석해 대신 전하는 방식이다.

방법은 #여론조사를참여하지못하는존재들, #존재들(이름들)과함께하는반대, #나는제2공항을반대합니다 등의 해시태그를 통해 SNS에 올린다.

# 저어새
우리는 저어새입니다. 비록 추울 때 와서 따뜻해지면 떠나지만 여긴 우리가 매년 찾아와 사는 우리 마을입니다.

# 애기뿔쇠똥구리
나는 애기뿔쇠똥구리입니다. 나는 쇠똥에도 살고 말똥에서도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에서는 살 수 없습니다. 더 넓은 도로, 더 많은 도로를 반대합니다.

# 으름난초
나는 비자림로 천미천에 사는 으름난초입니다. 제주사람들이 어릴 적 들에서 찾아 먹던 으름 열매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죠. 비자림로 같은 빛이 들지 않는 깊고 습한 숲에 살아요. 멸종위기종인 저를 보호하겠다며 옮겨 심는다면 저는 죽고 맙니다. 저는 태어난 곳 처음 뿌리를 내린 곳에서만 살 수 있어요. 제가 살아갈 수 있도록 숨을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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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공항 반대 SNS 운동에 참여한 인원이 그린  두견이 그림. 제공=천막촌 사람들. ⓒ제주의소리

 

# 통오름
나는 타래난초 섬잔대 피고, 보리수 천선과 열리는 통오름. 휘파람새 울고 송골매가 지키는 통오름. 아이들을 웃게 하고 말과 소를 키워내는 통오름. 나의 죽음은 모두의 죽음. 수 천 수 만의 생명을 품은 나를 죽이는 제2공항 파괴를 멈추어라. 멈추어라. 멈추어라.

# 낭끼오름
나는 성산읍 수산리에 자리한 <낭끼오름>입니다. 낭과 풀과 꽃으로 옷 입고, 산불지기 방과 전망대를 이고 삽니다. 내 키는 40m로 나즈막한데, 제2공항을 짓는다고 내 몸을 몽땅 들어내고 내 발아래 땅을 50m나 더 깎는답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질 내 몸을 생각하며 성내다 통곡하다 아우성치다 까무라칩니다. 그런 나를 위로하려 제주의 춤꾼이 내 머리 위 풀밭에서 맨발로 춤을 추었습니다. 나는 사라지고 싶지 않습니다. 제주 동부의 오름 군락 속에 오래도록 머물고 싶습니다.

# 시흥리밭담
나는 시흥리 밭담입니다. 매일 아침이면 저 먼 수평선에서 따스한 햇살과 조용한 산새소리에 하루의 아침을 시작합니다. 더불어 이곳에 사는 사람들도, 나와 함께 하루의 일과를 시작합니다. 나는 이곳 나의 삶터에서 모든 생명의 시작과 끝을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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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공항 반대 SNS 운동에 참여한 어느 여행자. 제공=천막촌 사람들. ⓒ제주의소리

 

# 제돌이(제주남방큰돌고래)
나는 제주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입니다. 2009년에 성산 앞바다에서 불법으로 포획되어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를 하다가 천신만고 끝에 2013년 고향 제주 바다로 돌아와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 남방큰돌고래들은 제주 연안에 정착해 1년 내내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2공항을 만들면 시끄러운 비행기 소음 때문에 제주 바다에서 살아가지 못하게 됩니다. 나의 고향인 성산 바다에서 친구들과 함께 안심하며 살고 싶습니다. 제발 제2공항을 짓지 말아주세요.

# 청소년 연극강사 권정희 
안녕하세요. 저는 청소년 연극강사 권정희입니다. 저는 2015년 2월부터 2019년 1월까지 만 4년 동안 제주도민으로 살았습니다. 제주 시내, 한림, 서귀포, 추자도에 사는 제주 청소년들을 만나 연극을 했어요. 2015년 여름, 저는 강정을 찾아갔습니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그날의 강정천 사진을 꺼내봅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저는 지금은 제주도민이 아닙니다. 그래서 여론조사에도 참여하지 못합니다. 저는 제주를 사랑합니다. 제주는 제주도민만의 섬이 아닙니다. 저는 제주 제2공항을 반대합니다. 제가 만난 제주 청소년들과 제주의 자연을 함께 지키는 어른이고 싶습니다.

# 한라산 영실에서 시작한 강정천의 파괴를 내려다보는 한라산
나는 한라산입니다. 제주 제2공항 절대로 안 됩니다. 결국 무수한 생명을 살해하고, 섬의 역사성을 짓밟아 만들어질 공항 다음은 무엇이겠습니까? 아름다운 제주 구경할 사람들 위해 제주 사람 쫓아내는 공항 지은 다음엔 더 빠른 속도로  다음에 희생시킬 대상을 찾아내겠죠. 아니, 이미 다 계획이 있는거 아닙니까? 이제 내 몸통에 쇠 기둥 박아 케이블카를 만들건가요? 머리 꼭대기에다 호텔을 지을건가요? 백록담에 물 채워 유람선을 띄울건가요? 지금도 충분히 아프고 이미 구경꺼리가 된 섬이 문드러져 없어질때 까지 다 파헤칠겁니까?”

# 희 형제
제2공항이 지어지면, 관광객이 많아지고, 그럼 쓰레기가 많아지고, 그럼 제주 생태계가 파괴됩니다. 동쪽 오름들과 바다를 지켜주고 싶어요.

# 송골매
저는 송골매 입니다. 저는 천연기념물323-7호이자 멸종위기 1급으로 불립니다. 저는 작년에 제2공항 활주로 계획지에서 발견되었지요. 저는 난산리 어는 집의 나뭇가지에 앉아있었어요. 저는 제2공항을 반대합니다. 여러분은 저대신 전투기가 나는 제주하늘을 보고 싶지는 않으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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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공항 반대 SNS 운동에 참여한 인원이 그린  맹꽁이 그림. 제공=천막촌 사람들. ⓒ제주의소리

 

# 맹꽁이
나는 맹꽁입니다. 환경오염과 난개발로 수가 줄어들어 우리를 만나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동·식물 II급이기도 하죠. 공항예정부지 내 습지, 난산리 ‘몬조리물'에 살던 나와 친구들을 무시하고 돌무더기로 덮어버린 일을 기억하나요? 후박나무, 팽나무, 참식나무, 구찌뽕나무 등에 둘러싸여 참개구리와 물방개 같은 습지 친구들과 함께 살던 우리는 그들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지내던 곳이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습지환경은 당신네 인간에게도 필요한 것임을 잊었습니까?

천막촌 사람들은 “제2공항 찬반 여론조사는 제주의 미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제주 제2공항 사업에 대해 도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중요한 절차다. 이 과정을 거쳐 도민의 진정한 의사에 따라 제2공항 사업의 추진 여부가 정해질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더불어 “다만 인간 아닌 존재, 성인 아닌 존재, 도민 아닌 존재처럼 이번 여론조사에서 의사를 밝힐 수 없는 존재들이 있음을 제주도민은 고려해야 한다. 제주는 인간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며, 제주의 미래는 지금 제주 기성세대만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되서도 안 된다”고 SNS 운동의 취지를 강조했다.

이번 반대 운동에는 도청앞천막촌사람들, 성산환경을지키는사람들, 성난오름대변인단, 비자림로를지키기위해뭐라도하려는시민모임, 핫핑크돌핀스, 혼디자왈(더불어숲), 강정평화네트워크 등 단체 뿐만 아니라 개개인도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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