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속 제주 '32명민호' 가족들 현장서 발동동...문성혁 해수부장관 "수색구조 최선"

32명민호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는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제주의소리
32명민호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는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제주의소리

매서운 눈보라로 인해 몸을 가누기도 힘든 방파제 위에서 가족들은 하염없이 성난 바다를 바라보며 발을 동동거릴 수 밖에 없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야속한 하늘을 원망하는 것 뿐이었다.

제주 앞바다에서 전복된 뒤 침몰하며 승선원 7명 전원의 행방이 불명해진 '32명민호'의 실종 선원 가족들이 31일 오전 직접 사고 현장을 찾았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이른 오전까지 제주시수협 대회의실에 설치된 사고수습상황실에서 남편이자 아들, 아버지가 발견됐다는 소식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제주항 3부두 터미널 인근에서 32명민호 선원으로 추정되는 시신 1구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실종자 가족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황급히 현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올 겨울 최악의 악천후가 찾아오면서 사고 현장은 몸을 곧추세우기 어려울 정도로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해 주변의 부축을 받아야 하는 실종자 가족들의 모습도 보였다.

제주항 방파제에 놓인 32명민호 조각.
제주항 방파제에 놓인 32명민호 조각을 바라보는 실종자 가족들.
31일 오전 제주항 인근에서 발견된 32명민호 선원 추정 시신을 수습하고 있는 제주해경. 사진=제주지방해양경찰청
31일 오전 제주항 인근에서 발견된 32명민호 선원 추정 시신을 수습하고 있는 제주해경. 사진=제주지방해양경찰청

굳게 다잡던 마음은 제주항 방파제 끄트머리에 올라온 배의 파편을 바라본 순간 끝내 무너져내렸다. 서로를 지탱하던 가족들은 이내 서러운 눈물을 쏟아냈다. 실종된 가족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르며 오열하기도 했다.

수색현장을 점검한 후 가족들을 찾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정말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고가 생겨서 매우 안타깝다"며 "날씨가 안좋지만,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가용할 수 있는 자원 등 인원 총동원해 실종자 수색과 구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위로를 전했다.

이에 실종자 가족들은 "오전에 시신이 발견됐고 수습됐다는데 아직 이야기를 못 들었다. 기사에는 발견됐다고 나왔는데, 지문 감식이라든지, 가족 대표가 육안으로라도 확인해야 하는데 아무런 조치가 없다"며 울음을 토했다.

이에 문 장관은 "해경으로 하여금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 현장 지휘하는 해경서장이 있는데, 해경에 지시해서 빠른시간 내 가족이 원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32명민호 7명의 선원 중 3명은 인도네시아 선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 함께한 주한인도네시아대사관 영사는 "한국 정부가 인도네시아 선원을 찾는데 계속 힘써주길 바란다"고 대변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선원 일부가 배 내부에 머물러 있던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 대해 "배 내부에 대한 수색도 함께 진행되길 바란다"는 요청을 전하기도 했다.

제주항 방파제에 놓인 32명민호 조각.
침몰한 '32명민호' 파편으로 보이는 선체 일부가 제주항 서방파제 끄트머리 인근에서 발견됐다. ⓒ제주의소리
침몰한 '32명민호' 파편으로 보이는 선체 일부가 제주항 서방파제 끄트머리 인근에서 발견됐다. 야속한 겨울바다에 거친 파도만 몰아치고 있다. ⓒ제주의소리
침몰한 '32명민호' 파편으로 보이는 선체 일부가 제주항 서방파제 끄트머리 인근에서 발견됐다. 야속한 겨울바다에 거친 파도만 몰아치고 있다. ⓒ제주의소리

한편, 한림선적 39톤급 저인망어선 32명민호는 지난 29일 오후 7시 44분께 전복된 후 표류하던 중 30일 오전 3시 47분께 제주항 서방파제와 충돌하며 침몰했다.

해경은 인력 1000여명을 동원해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벌였지만, 악천후로 인해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날 오전 32명민호 승선원으로 추정되는 시신 1구가 발견됐지만 다른 선원들의 생사는 아직까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