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위기의 상아탑 제주대학교] ②도덕적 잣대 무너지며 추락한 위상

지역거점 국립대학교로서 제주를 이끌어 갈 우수한 인재를 양성해야 할 제주대학교가 안팎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학령 인구 감소라는 전국적인 흐름으로 치부하기에는 지표상으로 드러난 경쟁력 저하의 추세가 예사롭지 않다. 특히 최근 수년간 교수들의 갑질 논란, 성폭력 사건이 숱하게 불거졌다. 무너진 연구윤리와 도덕적 해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도민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신년을 맞아 국립 제주대학교를 둘러싼 위기의 현실과 대안을 점검하는 기사를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지방대학의 동반 추락 속에서 마주한 제주대학교의 위기는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학내 무너진 연구윤리와 도덕적 해이가 위상 추락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학교로서 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충족시켜야 함에도 일부 구성원들의 일탈이 그 기대를 저버렸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여름 교육부가 발표한 제주대학교 종합감사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2019년 9월 16일부터 27일까지 열흘간 실시된 종합감사 결과 인사·복무 13건, 입시·학사 16건, 예산·회계 10건, 산단·연구비 10건, 시설 5건 등 54건의 부당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되면서다.

출석일수를 채우지 않은 대학 직원에게 'A학점'을 부여하거나, 연구비-출장비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부당수령히고, 배우자와 가족들을 연구보조원으로 등록해 1200만원을 지급하는 등 교수와 교직원들의 비위가 줄줄이 드러나 파장이 일었다.

교육부가 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점은 한창 코로나19로 인해 어수선하던 지난해 7월께였다. 이후 첫 보도가 된 것은 약 두 달쯤 지난 9월초였다. 굳이 끄집어내 보도되지 않았으면 묻혀서 넘어갈 일이었다.

◇ 흠집난 윤리 "연구 않는 교수들"

연구를 업으로 삼아야 할 전임 교원들의 연구윤리가 바닥을 드러낸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종합감사 결과에서 A교수는 연구과제 수행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가정용 프라이팬 등을 구매하고도 산학협력단에는 연구과제 수행에 필요한 토너를 구입한 것처럼 증빙서류를 제출해 연구비를 집행하게 하는 등 연구비를 부정 수령한 것이 드러났다.

특히 자료조사, 업무협의 등을 한다는 사유로 출장을 신청한 후 공무수행을 하지 않았음에도 카드사용 내역 등을 출장 증빙서류로 제출해 여비를 포함해 963만원을 수령한 사실도 드러났다. 

대학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도외에 거주하는 일부 교수의 경우 학기중에도 주말이면 자신의 거주지로 돌아간다. 그나마 연차 등을 활용해서 돌아가는 것을 뭐라할 수는 없지만, A교수의 사례와 같이 마치 출장을 가는 것처럼 서류를 만들어놓고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이번 감사에서 적발된 A교수의 경우 워낙 사이즈가 커 드러날 수 밖에 없었던 사안으로 보고 있다.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 음지에서 행해지는 편법 사례가 적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대 교수가 제주에 거주하지 않는 것은 학생들의 학습권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교육의 질이 저하되는 문제로, 학생들의 학습 수준과 졸업 후 진로를 택할 수 있는지의 향배를 가르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업무를 빙자해 부당한 지원금을 수령하는 것은 단순한 편법이 아닌 범법 행위다.

이와 관련 [제주의소리]는 제주대학교 내 도외 거주중인 교수 명단과 해당 교수들의 출장 목적·장소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지난 해 11월부터 여러차례 청구했지만, 제주대 측은 개인정보 보호법을 이유로 들며 공개를 거부했다.

이에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인이 특정되지 않도록 모두 무기명 처리를 전제로 자료를 수정 요구했음에도 대학 측은 이를 거부했다. 공적 영역인 국립대 교수들의 연구 또는 강의와 관련된 근무 행태를 알고자 하는 요청을 끝내 거부한 것이다.

교육부가 공시하는 전임 교원의 1인당 연구논문 편수를 살펴보면 국내전문학술지에 등재된 논문의 수는 제주대가 0.63편으로 타 지방거점대학에 비해 가장 많았다. 강원대 0.62편, 부산대 0.59편, 충북대 0.58편, 충남대 0.53편, 전남대 0.53편, 경북대 0.48편, 전북대 0.46편 등이었다.

반면, SCIE나 SCOPUS 등 국제적으로 공인된 전문학술지 등재 논문건수는 제주대가 가장 적었다. 제주대의 등재건수는 0.41편으로, 경북대 0.61편, 부산대 0.58편, 충남대 0.55편, 충북대 0.54편, 전북대 0.54편, 전남대 0.52편, 강원대 0.50편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 잇딴 해임·파면...권력형 폭력 민낯

최근 3년간 제주대학교 교수에 대한 징계건수는 총 36건에 달했다. 2018년 6건, 2019년 6건, 2020년 6건이다. 견책 4건, 감봉 2건 등의 경징계 사례를 제하고 중징계 사례만 정직 4건, 해임 6건, 파면 2건이었다.

제자들을 자신의 주택 인테리어 공사에 동원하고, 제자들의 작품에 자신의 자녀의 이름을 끼워넣은 혐의가 모두 인정된 모 교수는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현재는 파면된 상태다. 해당 학과 학생들이 직접 들고일어나며 전국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다.

같은 학과의 또 다른 교수 역시 연구비를 부당 수령하고 제자들의 상금 일부를 가로채며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해임 처분이 내려졌다.

성관련 비위도 잇따랐다.

지난 9월에는 제자를 노래주점으로 불러 성폭행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제주대 교수가 파면됐다. 진나해 2월과 4월에도 제자를 성추행한 교수 2명이 잇따라 해임 처분을 받았다. 이들은 자신의 차량과 연구실 등에서 제자를 추행한 혐의가 모두 인정됐다.

이 같은 범행은 교수라는 직위를 악용해 벌어진 '권력형 폭력'이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가뜩이나 폐쇄적인 지역 사회에서, 그 중에서 대학 캠퍼스는 같은 전공 학계(學界)라는 더욱 폐쇄된 구조 안에서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 등의 관계로 얽혀 있어 관련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 내부에서 발생한 문제가 외부로 드러나는 것을 경계하는 특유의 문화도 작용했다는 것이다.

◇ 입신양명의 지름길? 정치교수 논란도 여전

교수직을 개인의 입신양명의 도구로 사용하는, 이른바 '폴리페서(polifessor)' 논란도 헤묵은 이슈다.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 등이 다가오면 현직 교수들이 선거판에 뛰어들고, 실패한 후 다시 교단으로 돌아오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

지식인의 사회 참여를 뜻하는 '앙가주망(engagement)'으로 바라보는 평가도 있지만, 교수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곱지 않은 세평도 만만치 않다.

특히 올해의 경우 신임 제주대 총장선거를 앞두고도 벌써부터 군불을 지피는 모습이다.

아직 시기가 일러 특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제주의소리] 취재 결과 벌써부터 자천타천 언급되는 교수의 이름만 7~8명에 달하고 있다. 개중에는 공공기관의 기관장을 맡은 이력이 있거나, 외부 사회 활동에 활발하게 참여하는 교수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출신 고교는 물론 출신 대학에 따라 세력이 형성되고 있다는 시선부터 관련 학과 계열에 따라 무리가 나뉜다는 소문까지 나온다. 벌써부터 과열 양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 내부 관계자는 "본격적인 선거가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합종연횡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불미스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단단히 경계하는 것이 대학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③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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