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제주 송악선언 그 후] ② 개발사업승인 조례 개정 추진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해 10월25일 '청정제주 송악선언'을 발표했다. 그동안 환경훼손과 경관사유화 논란이 많았던 송악산 유원지, 부영호텔, 오라관광단지, 녹지국제병원, 동물테마파크 등에 대해 개발허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정치적 이벤트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방향은 옳다는 평가도 나왔다. 송악선언이 단순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송악선언 그 후, 제주도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 세차례에 걸쳐 점검해 본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 10월25일 청정제주 송악선언을 발표하며 '난개발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공언했다.

송악선언 이후,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과 오라관광단지, 동물테마파크, 부영호텔, 녹지국제병원 등 5개 개발사업에 대해선 구체적인 이행계획도 차례로 발표했다.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해 도정을 책임지는 도지사가 직접 난개발을 막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점에 대해선 그동안 도정에 비판적인 시민단체도 환영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도정 책임자의 송악선언 발표 후에 제주도 감사위원회의 감사결과 발표는 충격적이었다.

감사위원회는 지난 11월12일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제기한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 검토의견 누락 및 사업자측 검토의견 작성개입 의혹'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결과는 놀라웠다. 국책연구기관의 환경영향평가 검토의견을 제주도가 누락하거나 왜곡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

감사위원회는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의 사업자 측 개입정황과 관련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 통보된 검토의견 원문파일을 사업자측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에 멋대로 제공한 사실이 확인됐다. 

게다가 해당 대행업체가 전문기관 검토의견을 정리해 작성한 파일을 일부 내용만 수정한 후 협의기관의 검토의견으로 작성한 사실도 확인했다. 

또한 제주도가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전문기관의 검토의견을 받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검토체계를 마련하지 않고, 평가부서와 전문기관의 검토의견을 업무담당자가 임의로 판단해 일부내용을 수정·보완하거나 아예 누락시켰다. 일련의 과정은 환경영향평가를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진행되도록 개입한 정황들이 확인된 것이다.

그럼에도 감사위는 전문기관의 검토의견을 누락한 사실과 관련해 업무담당자의 고의성과 사업자 측과의 관련성이 있는지에 대한 추가 조사는 하지 않았다. 검토의견서 작성과정에 사업자 측이 개입했다는 위법사실을 확인하고도 이를 사법당국에 고발하는 등의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도 감사위 마저 사안에 비해 솜방망이 대처에 그쳤다. 

비단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 뿐만 아니다. 그동안 수많은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 과정과 결과도 대체로 엇비슷할 것이란 시민·환경단체의 지적이 허투루 하는 소리가 아니다. 

송악선언 처럼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도정 책임자의 선언적 발표도 중요하지만 개발사업 행정절차도 투명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감사결과를 통해 드러난 교훈이다. 

현재 제주도의 개발사업은 관광지구나 단지, 유원지 등으로 지정되면 사업자가 토지를 매입한 후 경관, 교통, 도시계획, 건축, 환경영향평가 등 각종 심의절차를 거친 후 도의회 심의와 개발사업심의위원회를 거친다.

2010년 초반까지만 해도 투자유치를 위해 개발사업자 위주의 행정편의를 봐줘 왔지만, 이제는 난개발을 막기 위한 절차적인 제도 강화에 점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청정제주 송악선언이 단순히 '선언'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각종 심의에 대한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각종 심의절차의 마지막 단계인 환경영향평가의 경우 제도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환경영향평가서는 심의 통과를 이미 전제하고 이를 합리화하는 도구, 한마디로 '개발 면죄부'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것은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조례에 따르면 심의 회의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원안동의, 조건부동의, 재심의’ 뿐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업계획에 문제가 많고, 환경적으로 입지가 부적정하더라도 ‘부동의’ 결정을 할 수 없다. 제도의 맹점이다.  

뿐만 아니라 환경영향평가 협의과정에 주민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구조도 마련돼야 한다.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모두 마무리 된 후에야 주민들은 개발사업의 문제를 인식하면서 갈등으로 번지는 경우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서의 작성주체가 사업자라는 점에서 편향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승인부서인 제주도청이 사업자와 합세(?)하면 환경영향평가는 '개발면죄부'가 된다. 이런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의 결정사항 중에 '부동의'도 결정사항을 포함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주민참여 기회를 대폭 확대하고, 환경영향평가의 객관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사업자가 평가서 작성 주체가 아니라 승인부서가 맡아야 한다.

환경영향평가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제주의 개발사업은 제주특별법에 따라 도지사가 권한을 갖고 있다. 제주특별법 제도개선을 통해 환경영향평가제도를 전향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다행스럽게도 제주도는 개발사업 시행승인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 개발사업 범위를 기존 50만㎡ 이상 → 30만㎡이상으로 하향 강화했고ㅡ 개발사업심의위원회 구성도 기존 12명에서 15명으로 조정하면서 자연.생태분야를 신설했다. 

개발사업심의위원회 심의대상 사업도 30만㎡로 낮춰 강화했고, 개발사업 변경승인 규정 역시 강화했으며, 개발사업에 대한 지도점검 조항도 신설하고 있다.

청정제주 송악선언 이후 시급히 손봐야 할 것은 환경영향평가 제도개선이다. 각종 심의에 대한 객관성과 공정성,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제도개선이 수반돼야 원 지사의 송악선언이 정치적 수사에 그치거나  ‘면죄부’로 전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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