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특보 발효된 제주, 눈 쌓이며 출근길 혼잡...시민들 대중교통-체인착용 등 차분한 대비

 

북극 한파가 몰아치며 사상 첫 한파경보까지 발효된 7일 제주섬이 얼어붙었다. 많은 눈이 쌓이며 곳곳이 빙판길로 변해 큰 어려움이 잇따랐다.

7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제주는 중국 북부지방에서 확장하는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매우 추운 날씨를 보이고 있다. 특히 서해상에서 해기차에 의해 만들어진 구름대가 시속 50km의 속도로  남동진하면서 많은 눈이 내렸다.

7일 오전 제주시 사라봉오거리 앞 경사로에서 미끄러운 도로에 의해 엉킨 차량들. ⓒ제주의소리
7일 오전 제주시 사라봉오거리 앞 경사로에서 미끄러운 도로에 의해 엉킨 차량들. ⓒ제주의소리

제주도 산지에는 대설경보, 산지를 제외한 전역에는 대설주의보가 발효중인 가운데 어제(6일)부터 오늘 오전 10시까지 한라산 어리목에는 15.8cm의 눈이 내렸고, 산천단 6.0cm, 성산 3.0cm, 유수암 2.5cm, 성산 1.5cm, 표선 1.3cm, 제주 1.5cm, 서귀포 0.3cm, 제주공항 0.6cm의 눈이 쌓였다.

현재도 산지와 중산간에는 시간당 1cm 내외의 눈이 내려 쌓이고 있고, 해안에도 눈이 내리고 있다. 낮 기온도 영하권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오전까지 제주소방안전본부에 접수된 안전사고 건수는 3건이다. 오전 1시33분 제주시 일도이동에 가로수가 쓰러져 조치됐고, 오전 2시2분에는 조천읍 함덕리, 2시41분에는 아라동에서 각각 간판과 안테나가 파손되며 안전조치가 이뤄졌다.

7일 오전 등산스틱을 든 채 얼어붙은 거리를 오가는 시민. ⓒ제주의소리
7일 오전 등산스틱에 의지해 얼어붙은 거리를 조심조심 오가는 시민 모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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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제주에 내린 폭설로 도심 주요도로가 대부분 결빙 상태다. 거북이 운행을 하고 있는 차량들 모습 ⓒ제주의소리

쌓인 눈이 얼어붙으며 이날 이른 아침부터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미끄러운 도로 위에서 거리의 시민들은 두꺼운 패딩을 코 위까지 올려쓴 채 잰걸음을 걸었다. 양 손에 등산스틱을 쥐고, 산악용 눈길 미끄럼 방지 장비인 아이젠을 착용한 시민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도로의 차량들도 조심스럽게 거북이걸음을 내딛었다. 월동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차량도 쉽게 눈에 띄었다.

제주시 이도동에 거주하는 김정택(43)씨는 "아침부터 30분 정도 끙끙대며 체인을 겨우 달고 나왔는데, 도로에 가보니 체인 없이 그냥 운행하는 차량들이 많더라. 평지에서는 그나마 다행인데 경사로에서는 바퀴가 헛도는 모습이 정말 위험해 보였다"며 "자신은 사고가 나도 상관없다고 생각할지라도, 남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제주시내 주요 경사로에서는 위태로운 상황이 종종 연출됐다. 앞차가 언덕을 오르지 못하면 뒷차도 멈춰서게 되고, 추진력을 얻지 못해 순간적으로 병목 현상이 발생하는 장면들이 눈에 띄었다. 급하게 차선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날카로운 경적 소리가 울리기도 했다.

평소라면 출근 시간대 차량 통행이 몰렸을 제주시 중앙로터리도 이날만큼은 한적한 모습이었다. 

7일 오전 폭설을 동반한 한파가 몰아치면서 도로가 얼어붙은 제주시 중앙로터리. ⓒ제주의소리
7일 오전 폭설을 동반한 한파가 몰아치면서 도로가 얼어붙은 제주시 중앙로터리. ⓒ제주의소리
7일 제주에 내린 폭설로 대부분의 도로가 결빙 상태다. 이날 오전 제주시 봉개동 번영로 입구가 얼어붙은 모습 ⓒ제주의소리
7일 제주에 내린 폭설로 대부분의 도로가 결빙 상태다. 이날 오전 제주시 봉개동 번영로 입구가 얼어붙은 모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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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제주드림타워에서 내려다 본 노형오거리 전경. 이날 내린 폭설로 주요 도로가 모두 결빙 상태다. ⓒ제주의소리

물리적 한계로 제설작업이 시내권을 중심으로 이뤄지다보니 읍면지역 거주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제주시 구좌읍에서 시내권으로 출퇴근하고 있는 주민 김성민(36)씨는 "차량을 끌고 올 엄두가 나지 않아 버스를 타고 왔는데, 시내권에 들어오면서부터 도로가 제설이 돼 있더라. 이해도 되지만 한편으론 씁쓸한 마음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나마 우려됐던 '교통대란'은 양호한 모습이었다. 기상예보에 시민들이 사전 대비한 것이 주효했다. 특히 2020년 끝자락에 제주를 덮쳤던 한파 피해가 아직 뇌리에 남아있어 선행 학습효과가 발휘된 모습이었다.

시민 강정희(41)씨는 "일주일 전 눈이 왔을 때 동문로터리에서 사라봉사거리까지 올라가는데 2시간이 걸렸고, 제주대 교육대학 앞 경사로에서 다시 한 시간이 걸렸다. 차를 버려두고 갈 수도 없어서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며 "오늘 아침에는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해달라'는 재난 문자메시지를 받고 별 고민 없이 버스를 이용해 출근했다"고 했다. 

제주도는 이날 오전부터 유니목 6대와 다목적차량 10대, 임차 트럭 5대 등 총 21대를 동원해 주요 도로에 대한 제설작업을 벌였다. 도심지 대혼잡을 우려해 제주시에 차량을 지원해 제설 범위를 확대했다.

제주시 일도동에서 월동장비를 판매하고 있는 현승환(34)씨는 "길이 워낙 미끄럽다보니 이른 아침부터 체인을 구입하러 온 고객이 30~40명 정도 됐다"며 "이왕이면 하루나 이틀 전에 미리 준비를 하시면 훨씬 수월하게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7일 얼어붙은 도로 위에서 차량용 월동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시민들. ⓒ제주의소리
7일 얼어붙은 도로 위에서 차량용 월동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시민들. ⓒ제주의소리
도로 제설작업 후 한 시간여만에 다시 눈이 쌓인 제주시청 일대 거리. ⓒ제주의소리

기상청에 따르면 오늘 새벽부터 오전까지 강하게 내리던 눈은 낮 시간대에 잠시 약화되겠고, 다시 밤부터 내일(8일) 아침 사이에 매우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 적설량은 모레(9일)까지 해안 5~10cm, 중산간 이상 10~30cm, 산간지역 많은 곳은 50cm 이상이다. 

눈의 강도가 약해졌다가 강해지기를 반복한다는 점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날 오전 9시까지만 하더라도 제주시청 일대 중앙로는 깔끔하게 제설이 이뤄졌으나, 한 시간이 정도 후인 10시쯤에는 도로가 다시 얼어붙어 빙판길로 변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찬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낮 기온도 0도 내외로 떨어지고 바람도 강하게 불면서 체감온도는 더욱 낮아 매우 춥겠으니 건강관리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강한 바람과 함께 많은 눈이 내리면서 항공기가 지연되거나 결항되는 등 운항에 차질이 있을 수 있어 사전 운항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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